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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재활에서의 인지행동치료(CBT) 적용

vol19. 지도 속 사회학, 재활 속 심리학

by 향기찾기

오늘 학습한 논문은 <A cognitive therapy program for hearing-impaired employees suffering from mental distress> 입니다. 청각 재활 시 어떻게 심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 인지행동치료(CBT) 기법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는 논문이에요.


청각학 분야에서는 *’회피적 대처 전략’이 특히 집중적으로 연구되었다고 하는데요. 회피적 대처 전략이 정신적 고통, 재활 과정에서의 비협조, 그리고 심리사회적 적응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심리사회적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입의 필요성이 청각 재활 서비스 내에서 널리 인식되고 있다고 해요.


사회공포증과 청각 장애

연구진들은 청각 장애인 심리적 개입을 위해 사회공포증에 대한 CBT 모델(Clark & Beck, 2010)을 기반으로 매뉴얼을 개발했는데요. 사회공포증에 대한 CBT모델의 중심 이념은 장애가 ‘회피적인 대처 전략’의 주된 사용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다음 3가지로 풀어 설명할 수 있는데요. 1) 타인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주요한 부정적 감정으로 작용한다. 2) 이러한 감정적 반응은 사회적 수행을 방해하는 억제 행동을 유발한다. 3) 이는 ’자기충족적 예언’(자신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예언이 현실화되는 것)의 기초가 되어 결국 타인에게 실제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공포증을 겪는 당사자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부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회피 전략을 사용합니다. 특히, 사회적 철회(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회피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며 사회성 기술이 결핍되어 있는 상태)와 자기초점적 주의, 즉 자신의 생각, 느낌, 행동, 신체 반응(얼굴이 붉어지거나 떨리는 것 등)에 초점이 맞춰지는 반응 등을 보이는데요. 청각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전략이 보고되었다고 해요. 사회공포증과 청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조롱당하거나 타인에게 덜 유능하게 보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피적 대처 전략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인이 다른 사람이 반복해서 말을 해주는 것을 귀찮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요청하지 않으면, 결국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오히려 소통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당사자에게 소통에 대한 불안이 작용하게 되며, 사회적 철회로 이어질 수 있어요. 여러 연구에 따르면 청각 장애는 사회적 낙인과 관련이 있으며 개인은 타인의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문제를 숨겨야 한다고 믿게 됩니다. 이는 청각 장애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하게 되는거죠.


치료 프로그램 개발

위협과 개인적 취약성에 대한 잘못된 평가를 수정하는 것은 CBT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며, 유도 탐색, 심리교육 및 인지 재구성과 같은 개입을 통해 치료가 진행됩니다. 인지 재구성 단계에서의 목표는 잘못된 인지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신념을 유지하는 것의 득과 실을 탐색해보는 것인데요. 청력 손실로 인한 일부 부정적인 감정과 반응은 피할 수 없으며, 치료 목표는 이러한 반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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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는 8주 동안 매주 2시간씩 (총 16시간) 진행되었으며, 각 회기의 첫 번째 시간에는 참가자가 회기 사이에 수행한 과제 보고를 하였고, 두 번째 시간에는 다음 과제의 이론적 근거를 설명하는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그룹 세션에서 다룰 연속적인 주제가 포함된 커리큘럼을 제공받았는데요. 각 세션이 끝날 때, 참가자들은 다음 주 수행해야 할 과제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과제에 대한 정보와 구체적인 커리큘럼 내용이 없어서 아쉽네요ㅠ) 강의 커리큘럼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주차: 부정적 결과 (특정 행동이나 사고 패턴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 또는 영향) 설명

2주차: 부정적 자동적 사고 (현실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방식으로 사고하는 경향) 설명

3주차: 인지적 처리 (정보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 사고 및 감정과 관련된 인지 작용) 식별
4주차: 회피 전략 (불안을 줄이기 위해 특정 상황, 감정 또는 생각을 피하는 행동 패턴) 식별

5주차: 부정적 사고 수정 -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논리적으로 검토하고, 도전하며, 대안적인 사고방식을 개발

6주차: 비회피 전략 실행 - 회피하지 않는 대안적 전략을 실제 상황에서 시도하고 학습함(경험적 학습)

7주차: 집단원 및 상담사에 비회피 전략 실행 경험 공유

8주차: 결론 및 통합 -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적용 방안을 확립하여 치료 과정을 마무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개인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처 전략의 효과성을 상담사의 감독하에 탐색하는 과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상담사와 집단원들로부터 새로운 전략을 시도해보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는데요. 스스로의 인지 체계와 자동적 사고를 식별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개인상담이 아닌 그룹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지 그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들긴 했어요.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더 적극적인 의사소통 기술(communicative assertiveness)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결론적으로 사후 평가 결과, 개입 그룹에서는 회피적 의사소통 전략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주의※

이론적으로는 자신의 장애를 개방적으로 밝히는 것이 건강하지만, 본 연구의 참가자들 중 다수는 청력 손실을 공개한 후 직장에서 차별을 당하거나 모욕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논문에서는 “좋은 대처(good coping)”는 환경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어떤 경우에는 되려 특정 사회적 상황에서 철수하는 게 적응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측정 도구]

청력 손실(HI)의 정도 - 세계보건기구(WHO)

0 ~ 25 dB: 정상 (Normal)

26 ~ 40 dB: 경도 (Mild)

41 ~ 55 dB: 중도 (Moderate)

56 ~ 60 dB: 중고도 (Moderately Severe)

71 ~ 90 dB: 고도 (Severe)

91 dB 이상: 심도 (Profound)


대화 전략 체크리스트 (CONV) - Hallam et al. (2007)

54개 문항으로 구성된 자기 보고형 설문지. 청력 손실로 인해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

FACIL(Facilitate, 대화 환경 조성): 대화 상대방의 주의를 끌거나, 전반적인 대화 환경을 최적화함 (4개 항목).

ALT(Alternative, 대체적 의사소통 방법): 수화, 몸짓, 글쓰기 등 대체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활용함 (3개 항목).

OPTI(Optimize, 감각 및 맥락 정보 최적화): 청각장애인이 감각적·맥락적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함 (10개 항목).

META(Metacommunication, 메타 커뮤니케이션 기술 활용): 대화 내용을 정리하고, 해석하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 사용 (9개 항목).

HREP(Help Repair, 대화 수선 요청): 대화가 끊어졌을 때 상대방에게 반복 요청하거나 전달 방식을 변경하도록 요구함 (9개 항목).

PREP(Prepare, 대화 조정 및 준비): 청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대화 단절을 막기 위해 내용을 반복하거나 전달 방식을 변경함 (5개 항목).

COERC(Coercion, 비언어적 강요 전략): 상대방이 대화를 반복하거나 수정하도록 비언어적 수단을 사용하여 영향을 줌 (4개 항목).

*AVOID(Avoidance, 대화 회피 전략): 대화에서 도망치거나, 어려운 대화를 피하고, 대화 단절을 복구하지 않으려 함 (10개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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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어요?

청각 손실 맞춤형 CBT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커리큘럼 및 과제를 알긴 어려웠지만, 청각 장애인들이 어떤 면에서 사회공포증과 비슷한 대처 전략을 사용하는지 알 수 있었고, 그래서 CBT가 어떤 면에서 청각 재활에 효과적인지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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