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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에 대한 반응

vol18. 웹툰 업계의 노동, 청각 손실에 대한 낙인

by 향기찾기

이번주에 공부한 논문은 <How do adults with hearing loss, family members, and hearing care professionals respond to the stigma of hearing loss and hearing aids?>입니다. 청각 손실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난청 사실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데 그 때 발생할 수 있는 낙인 경험과 이에 대한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전문가의 관점을 아울러 살펴볼 수 있는 질적 연구라 관심이 갔어요.


논문은 (1) 청각 손실이 있는 50세 이상의 성인 20명; (2) 청각 손실이 있는 성인의 가족 20명; (3) 청각 관리 전문가 25명 이렇게 세 집단을 대상으로 반구조적 인터뷰를 진행한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요.


낙인이란?

먼저, 낙인의 개념부터 살펴보고자 합니다. 고프만(Goffman, 1963, p. 3)에 따르면, 낙인은 개인을 광범위하게 불신하게 만드는 속성이며, 그로 인해 개인은 "온전하고 평범한 사람에서 오염되고 평가절하된 사람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해요. 크로커(Crocker) 등(1998)은 낙인은 한 사람이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평가절하되는 사회적 정체성을 전달하는 속성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다고 여겨질 때" 발생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다

먼저, 스스로 혹은 가족의 청각 손실 또는 청각 보조기기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케이스가 있어요. 이들은 청각 손실로 인한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HL에 대해 먼저 밝히는 것이 전략적이라는 입장이었어요.


반면, 자신의 청각 손실에 대해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한 가지 답변을 보자면, “청각 손실은 내 생각에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만약 내가 설사를 한다면 '나 화장실 가야 해요'라고 말하지 않고 '잠시만요, 다녀올게요'라고 말하고 돌아옵니다. 청력 문제도 마찬가지로 '죄송합니다, 못 들었어요'라고 말하고 끝입니다" 즉,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게 편하다는 입장인 것이죠.


가족 구성원의 청각손실 혹은 보조기기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경우는 그 이유로 (1) 그것은 개인적인 문제이며, 당사자가 말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2) 청각손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낙인이 있다, (3) 보청기가 잘 작동하면 다른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 등의 이유가 있었어요.


전문가들은 성격, 성별, 나이, 청각손실의 정도 등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적극적인 사람일수록 더 공개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으며, 여성이 보청기를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크고, 70대 이상의 노인일수록 공개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성인이 HL에 대해 숨기려는 이유는 부정적인 낙인과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들은 사람들이 자기를 약하다고 생각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여길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말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요인

모든 참여자 그룹은 청각손실과/또는 보조기기에 대해 말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대개 의사소통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습니다. 말하는 사람과의 관계, 의사소통 상황의 편안함 정도, 공통된 청각손실이나 보조기기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 상대방이 청각손실이나 보조기기를 인식했는지 여부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성인들은 주로 자신이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청각손실을 알리며, 예를 들어 "우리는 가족 친구들이라서 그녀가 '이쪽 귀로 말하지 말고, 이쪽 귀로 말해 주세요'라고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그들의 가족들한테는 그 문제를 말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요. 그러나 낯선 사람들 또는 친구들 앞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하는 등 가족들은 성인들이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보다는 주로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HL을 공개한다고 보고했어요.


그룹 상황에서의 청각손실 공개는 성인이 그 그룹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느끼는지와 그 그룹 구성원들을 얼마나 잘 아는지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걷기 모임에서는 아마 '저는 청력 문제가 있어요'라고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 "남성들이 많은 모임에서는 남편이 '보청기를 사용해요'라고 대놓고 얘기하지 않아요"라고 했습니다. 청각손실이나 보조기기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때는 공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도 했어요. "나는 모두에게 말하지 않아요… 하지만 보청기를 사용한 사람을 보면 '나도 청력 문제 있어요'라고 말하죠. 그러면 그 사람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처럼 청력손실을 가진 성인들은 가까운 사람들(예: 즉각적인 가족 구성원 및 친한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이나 편안한 그룹과의 의사소통, 또는 다른 청력손실을 가진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때 청력손실을 공개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력손실을 가진 성인들은 정체성 위협을 덜 느끼기 때문에 청력손실을 공개하는 데 더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해요.


낙인에 대처하는 방식

청력 손실이나 보청기에 대해 말하는 것 외에도, 참여자들은 청각손실이나 보조기기에 대한 낙인에 대응하는 다양한 전략들을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전략들은 (1) 유머 사용, (2) 이해한 척하기, (3) 보청기를 숨기기, (4) 청각손실을 치료하거나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청력 손실이 있는 성인과 그 가족들은 유머를 사용하여 청각손실과 보조기기의 낙인에 대처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성인들은 종종 다른 사람들과 함께 청력 문제를 웃음거리로 바꾸어 이야기하며, "이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이제는 그런 이야기들이 더 이상 상처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건 웃음거리가 되어버린 거죠"라고 말했어요. 잘못 들은 부분이나 대화에서 놓친 부분에 대해 친구나 동료들과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해요.

유머는 낙인을 주는 사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으로 여겨집니다(Lash & Helme, 2020). 또한, Goffman(1963)에 따르면 유머는 낙인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하고, 낙인에 대한 태도를 바꾸며,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전략은 이해한 척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성인은 "그게 더 쉬워요 [청력 손실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그냥 이해한 척하고 주제를 바꿔버리죠"라고 했습니다. 가족들 또한 그들이 이러한 전략을 사용한다고 첨언했는데, "자주 그녀는 '다시 말해 주세요'라고 묻지 않고 그냥 대화를 이어가죠.”라고 보고했어요.


마지막으로 낙인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로 낙인을 주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의도적으로 물러나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보고되었는데요. 본 연구 참가자들 중 일부는 낙인을 주는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일종의 자기 주장적 행동이라고 설명했어요. 이러한 회피 전략은 추가적인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청각손실은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낙인(concealable stigma)으로 간주되지만, 특정 상황에서 청각손실이 드러날 가능성 자체가 당사자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행동적 결과로 사회적 회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추가로 흥미로웠던 점은 본 연구의 전문가들은 임상 시연에서 현대 보조기기의 눈에 띄지 않는 외관을 강조함으로써 청각손실 은폐의 초점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해요. 논문에서는 전문가들이 보조기기 크기를 강조하고, 보조기기를 가릴 수 있도록 임상적 권장 사항을 제시함으로써 이에 대한 낙인을 더욱 강화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떠셨어요?

고프만의 낙인 이론! 오랜만에 본 것 같은데요. stigm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흥미롭게 공부했던 적이 있는데, 기억이 안 나서ㅎㅎ 다시 공부해봐야 겠어요. 이번 논문에서 청각 손실이 사회적 공포증, 사회적 고립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어서 정신장애(사회적 공포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활용하여 신체장애(청각 재활)에 접목시킨 연구를 학습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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