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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글쟁이 Nov 26. 2022

괜찮아, 이제 우아한 거짓말은 하지 않아도 돼 ❸

-잘 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by 탈무드

   "엄마, 나한테 무슨 할 말 있구나? 나랑 심각한 얘기 할 때마다 초밥 사 오잖아!"


시인은 말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삶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어색한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상한 사람에게 '미안해' 대신, 마음이 전쟁 한가운데 있는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좋은 사람들과 시간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기 위해, 혹은 무거운 가방으로 어깨가 내려앉은 아이를 품에 보듬기 위해... 등등

다양한 상황과 이유를 대어 우린 밥을 먹자고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보단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을 선정하곤 한다.  


초밥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조심스레 한 입 베어 물면 후두두둑 사방으로 흩날리는 콩고물이 가득 묻은 콩 인절미도. 엄만 떡이 싫어서 떡볶이도 먹는데, 대체 맛은 어디서 배운 거니? 네 살 무렵 떡을 찌는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집 앞을 지날 때, 정확히 콩 인절미를 가리키며 "저거 떡"이라고 말하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손가락이 너무 작고 귀엽고 예뻐서!(어떻게 안 사주고 배겨 ^^) 준비한 20개의 초밥이 하나씩 네 입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열심히 생각을 굴리고 또 굴렸다. 정리되지 않은 많은 말들이 먼지처럼 서로 뭉치고 뭉쳐 머릿속 여기저기 부유하고 있었다.

<네가 좋아하는 동태전, 네가 좋아하는 스팸, 네가 좋아하는 진미채, 네가 좋아하는 된장찌개, 네가 좋아하는 오징어젓갈, 네가 좋아하는...>

마음 같아선 정문에 기다리고 있다가 그 패거리(?)들을 붙잡아 끌고 가 맵기가 최고 단계인 떡볶이를 쿨피스도 없이 먹이며 이유를 따져 묻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너희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며 이 일은 평생 너희 뒤에 '부끄러움'이란 그림자로 따라다닐 것이란 저주(?)의 말을 퍼붓고 싶었다. 웃겼니? ^^

부모의 이런 행동은 오히려 독이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기엔.

아이들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어른(보호자, 선생님)에게 바로 얘기 못하는 것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일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비난'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때론 자식 사랑이 너무 커 보호하려는 부모 마음이 일을 지나치게 크게 만들어 양쪽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일은 참... 힘들다.


결손가정이란 이유로 친구들의 소외와 놀림에 패잔병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를 외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위로하지 않았다. "네가 쪼다처럼 구니까 애들이 더 재밌어서 그런 거야. 나랑 안 놀려면 말아라! 다른 친구랑 놀면 된다!" 고개를 들고 주먹을 꼭 쥐고 힘주어 말하라며 가르쳤다. 하지만, 겁이 많고 소심한 어린아이에게 저런 루션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엄만 외할아버지가 아니었으니까. 아니! 외할아버지처럼 어른이 아니었으니까. 어른들은 잘 모른다. 집단에서 배척당한 소속이 없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친구를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난 아무렇지도 않다" 태연한 척! 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선생님이 무슨 말했어?" 끝도 없이 여기저기 부유하던 나의 생각을 낚아채듯 묻는 네게 제일 먼저 이 말을 해주어야겠다 결정했다.


"환아! 네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꼭 말해줘. 엄만 최선을 다해 도울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든 제일 먼저 널 도울 거야."

"응! 엄마가 당연히 그럴 거란 거 알아!"

"혹시, 그날 이후 그 아이들이 널 힘들게 한 일 있었니?"

"아니, 없었어."

"... 많이 힘들었었어?"

"아니, 별로~"

"선생님은 네가 많이 힘들어 보여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안 한다고 걱정이 많으시더라."

"아! 그래? 선생님 눈엔 내가 힘들어 보였나? 괜찮...ㄱ.. 찮..."

"응! 선생님이 걱정 많이 하셨어. 그래서 주변 도움받아서 막 알아보려고도 하셨대."

"아~ 그래서 1학년 담임선생님이 '힘든 일 있느냐'라고 물어보고 가셨구나!"

"1학년 담임선생님이? 와 우리 환이 선생님, 정말 좋은 분이다. 세심하게 신경 쓰고 계신 거 보니."

"그러게. 신경 쓰고 계셨는지 몰랐네."

"근데, 왜 선생님에게 도움 요청하지 않았어?"

"끝난 일이니까!"

"이제 정말로 괜찮은 거야?"

"응! 나 걔들 아니어도 친구 많아!"

"그래, 맞아! 어쩌면 이 일을 통해서 더 좋은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 거야."

"응! 그런 우정은 우정이 아냐."

"선생님이 원한다면 학폭위원회를..."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 다른 친구들도 걔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고 걔들도 뭔가 알겠지"

"그럼, 이번 일은 이대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게 둘까? 그러는 게 마음이 편하니?"

"응!"

"그래! 그럼 그렇게 내일 선생님한테 말씀드릴게! 그리고 말이야! 혹시 만약에! 그 걔들이 너한테 시비털면(?) 말해! 엄마가 학교 정문 앞에 애들 확 풀고~ 형아 친구들도 언제든 풀어버린다 했으니까! 확! 그냥~ 막! 그냥~ 아주 그냥~ 어! 이름 다 알고 있다고 해! ^^"

"알았어~ 알았어~ 그만해! 엄마, 제발"


엄마가 염려했던 것보다 너는 더 단단했다. 선생님과의 통화에서도 너는 이 주간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지금은 예전처럼 밝고 유쾌한 아이로 돌아와 있다고 했다. 선생님과의 다음 통화에서 선생님은 아직은 미성숙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십사 했고, 문제를 심각하게 끌고 가지 않고 여기서 덮는 것에 대해 너에게는 '앞으로 더 단단한 아이가 될 것이다'라는 응원과 엄마에겐 존경을 표현했다.


"아녜요. 아이들은 너무 미숙하고 부주의하잖아요. 언젠가 그 아이들도 알겠죠. 선생님, 저는 환이를 정말 잘 키울 거예요. 더 잘 먹이고, 입히고, 잘 돌볼 거예요. 그게 그 아이들에게 최고의 복수니까요!"

"맞아요. 어머님, 지금 잘하고 계신 거예요. 환이가 단단한 이유가 있었네요. "

환아, 고맙다. 너를 낳고 기르며 불어 터진 수제비 같았던 엄마도 단단해진다. 엄마 아들로 와줘서 고맙다. 앞으로 더 빛나는 환이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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