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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글쟁이 Dec 05. 2022

<개를 기른다, 낳진 않았지만>

- 이토록 멋진 개! 

몇 주전 또또(반려견)와 개천가 산책을 다녀오다 '요상하고 아름다운(?)'풍경을 보았다. 개천가 둘레길엔 봄이 되면 윗길엔 잘 튀겨진 팝콘 같은 벚꽃이, 아랫길엔 샛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는 꽃 길인데,

몇 주전부터 불어온 따뜻한 남풍의 속삭임에 껌뻑 속은 진달래가 계절을 착각하고 꽃을 피웠던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을 내 눈으로 보는 날이 다 있구나!' 비록 개나리는 계절을 착각하고 너무 이르게 꽃을 피웠지만, 기온은 계절을 잘 찾아가고 있는 듯 연이어 한파가 계속되고 있구나(책상에 앉아 있으니 코 끝이 한기로 맹맹하다). 


엄마가 사는 도시보다 네가 있는 곳은 유난히 겨울도 빠르고 길기도 하다는데... 옷 따뜻하게 잘 챙겨 입고 밥 잘 챙겨 먹어라. 올 겨울방학부턴 군사훈련도 가야 하는데... 어떡하지? 벌써 눈물이 그렁한다. 

물만 마시고도 무럭무럭 자라는 콩나물처럼 너도 어느새 이렇게 자랐구나. 기특해라!! 자랑스럽다!! 

지금 이 순간 네가 있었더라면 분명 '아! 뭐야~ 갑자기?' 라며 퉁을 줬을게 분명하겠지. 

하지만, 오늘은 네 대신 곁을 지키고 있는 또또가 나의 훌쩍임을 알아차리고, 뺨을 핥고 칠흑처럼 깊고 까만 눈으로 엄마와 눈을 맞추고 위로한다. 분명 종도 언어도 다르지만, 오늘도 나는 또또를 통해 충분한 위로를 받았다. 때론 정말 짐승이 사람보다 낫다. 또또를 만나고, 가족이 되어 함께 지낸 오늘로 채운 7년! 너와 함께 또또도 자랐네.^^ 

사람보다 동물을 더 애정 했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유년 시절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단다.

다양한 견종의 개, 키운 은혜도 모르고 가출을 일삼던 고양이(그게 발정이 나서 그런다는 걸 한참 후에 알았다), 단백질 보충원이었던 닭과 메추리(계란 빼다가 정수리 쪼인 뒤론 조류 공포증이 생겨버렸다), 곱고 보드라운 털의 토끼(외삼촌껀 흰 토끼, 엄마껀 실버톤의 앙고라였단다), 마치 장난감 수저 같았던 부리를 가진 오리, 화려한 꽁지를 자랑하던 꿩(꿩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갔을까?), 밤에 더 슬피 우는 산비둘기, 그냥 처마 밑만 내어주면 해마다 살던 제비, 이틀을 못 살고 죽어버렸던 올챙이와 각시붕어... 등등

엄마가 자라는 동안 개가 없던 해는 없었다. 똘똘이... 집에서 기르는 수캉아지의 이름은 똘똘이라 불렸다. 견종도 한 배도 아녔지만 '똘똘이'란 이름은 대물림되었다. 눈도 코도 털도 모든 곳이 검었던 현( ) 순이를 암캉아지를 제외하곤. 


'늑대의 후예', 12,000여 년 전 늑대를 가축으로 키우다가 현재 인간과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도 사람과 특별한 관계로 표현되어 있는 개. 홍수로 노아의 방주에 물이 때, 틈을 개가 코로 막아 이후 개의 코가 차가워졌다는 전설 또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해져 오는 충견 설화가 많다. 개는 삼일만 기르면 년을 은혜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유년 시절 여러 동물을 길러 봤는데, 개처럼 충직하고 의리 있는 동물이 있을까 싶다. 


비록 유아교육을 배우진 않았어도 외할아버지의 양육방식은 정말 훌륭했다. 어쩔 수 없이 생겨버린 정서의 결핍을 다양한 동물을 기르며 채울 수 있었으니까. 집에 돌아온 날 향해 '파바바바바 팍!!!' 뛰어들면 똘똘이를 받아 끌어안으면 따뜻했고, 불안이 사라졌고, 가라앉았던 기분이 좋아졌다. 너는 어떠니? ^^ 

10월 어느 날, 애견숍 펜트리에 상품처럼 있던 또또를 만났다. 또또 옆 펜트리엔 솜사탕처럼 희고 고운 포메라니안도 있었는데, 그 아인 다행히(?) 삼일 후 그 펜트리에서 떠났다. 반려견의 견종도 유행을 탄다. 아마도 그 해는 포메라니안이 인기 종이였나 보다. 실내견으로 푸들도 나름 인기가 많은데 어찌 된 일인지, 또또는 그 펜트리를 2달 동안 떠나지 못했다. 너와 나는 골목을 일부러 돌아 또또가 있는 펜트리를 보고 또또의 안부를 확인하곤 했었다. 그렇게 12월 5일(그래 7년 전 오늘 ^^) 몇 달째 펜트리 앞에서 알짱거리는 우릴 보고 애견숍 주인이 말했지.


"얘 오늘까지 분양 안되면 내일 보내려고 하는데, 싸게 줄 테니 데려가실래요?" 

"에?? 보낸다면 어디로 보내요?" 

"강아지 뽑는데(맙소사 ㅠ ㅠ ), 얼굴은 예뻐서, 이미 여기서 클 대로 커서, 싸게 줄게 가져 가요"

"저희가 데려갈 게요." 


아직 어린 너여서 또또를 집까지 안고 오는데 자꾸만 흘러내려서 낑낑댔었다. 너의 가슴에서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도 넌 또또를 내게 넘기지 않고 집까지 안전하게 안고 왔었다. 너의 쇄골에는 콕콕 또또의 발톱 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른의 걱정과 달리 너는 너에게 주어진 역할을 아주 잘 해내었다. 아이를 미성숙한 존재로만 바라보는 어른들의 기우는 아이의 경험을 방해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경험'이라고 한다. 경험은 절대 돈으로 값을 지불할 수 없다. 


그날의 기억 때문이었는지 또또는 너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매주 집에 올라오는 너를 향해 '파다다다다닥' 몸을 날려 안기고, 너의 입술이 닿을 정도로 핥아 대는 것을 보면(밥 주고, 산책시키는 사람은 난데 아주 꼴불견이다 진짜!! ^^ 못 봐주겠네!!) 

또또는 오늘도 네 방 침대 아래에 똬리(?)를 틀고 쉬고 있단. 너를 기다리는 것일까? 

마치 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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