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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글쟁이 Aug 26. 2022

<put pen to paper>

아버지가 나에게, 다시 너에게

번 아웃,

매너리즘,

한동안 멈추었던 글을 다시 써야 되겠다고 생각했단다.

내게 오다 길을 잃어버린 뮤즈가 문을 두드린 것도 아니고,

매일 심장을 두드려대는 어지러운 문장들을 꺼내 놓으려는 것도 아닌

문득 더 늦기 전에 너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너도 알고 있겠지만, 엄마의 마음 사전에는 '엄마'라는 단어가 없었단다.

원래 그런 것처럼... 처음부터...

외할아버지의 말을 빌어 얘기하자면, 엄마가 채 젖을 떼기 전부터 외할머니는 곁에 안 계셨다고 했어.  

외할아버지는 홀로 (분명 고단하게) 외삼촌과 엄마를 키우셨단다.

요즘은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기에 그런 것들이 이상하지 않았지만, 엄마 어릴 적에는 어느 한쪽이 없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상당히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엄마는 몰랐단다. 있던 것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던 거라 그게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던 거지.


그러다 친구들과 놀이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면서 서서히 조금씩 엄마의 가족의 형태가 조금은 달랐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어. 그렇게 어느 날, 너를 가지고 낳아 기르면서 한꺼번에 '부모'와 '엄마'라는 단어를 써넣어야 할 때는 막막하고 두렵움으로 커져갔었지. 그래서 네가 엄마에게 온 것을 알게 된 날은 기쁨보다는 두려운 마음의 더 컸었단다.


사람들은 말하지 '자식을 키워봐야 진정한 부모의 마음을 알고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다고.'사실 엄마는 여전히 지금까지 그 마음을 모르겠어. 하지만 작은 점으로 왔던 너를 엄마 품에서 키우고 어렵게 낳고 정신없이 기르면서 네가 엄마에게 많은 것들을 선물해 준 것은 확실하단다.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함께 짐을 싸던 날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네 몸집만 한 캐리어와 너를 기숙사 현관에 내려놓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는 참 많이 울어야만 했어.

언제나 엄마의 품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널 세상에 내 보냈다니.


늘 가까이 함께 있을 거라 생각해 미처 해 주지 못한 많은 말들을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많을 말들을

더 늦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해 보려고 해.


그래서 엄마는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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