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떨 때 더 즐거운 사람인가요?
외국에서 봉사자로 있어본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봉사가 아닌 실무를 맡게 되었을 때, 무조건 듣는 말이 하나 있다.
“당신은 더 이상 자원 봉사자가 아닙니다”.
이 말의 의미를 여러모로 생각해보면 다양한데 대체로 아래 세 가지가 아닐까 싶다.
1)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한다(혹은 너는 일을 못한다).
2) 이 나라 고위관료들과 어울려야 한다(어울리는 커뮤니티가 현지 주민들이 아니다).
3) 당신의 행동거지, 옷차림, 매너 등이 기관의 이미지 메이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사실 1번에 대한 이슈는 가치판단 없이 개인의 노력으로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는데(현재 일 못하는 것은 인정. 내년에는 조금 더 잘해보겠습니다), 2,3번은 가치관과 연결되는 문제인 것 같다.
“일상생활”로서 더 많은 시간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
이 나라의 고위 관료들이나 타 기관 비슷한 직급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고, 꿀리지 않는 의복/가방을 구비하고, (대체로 현지 일반 대중들의 식사라기보다는) 비싼 음식을 먹는 옵션도 있겠고,
반면 자신의 사업장에 가서 수혜자나 상대기관 실무자들과 어울리고, 적당한 옷을 입고, 일반 대중들이 자주 가는 현지식당에 가는 것? 등등이 있을 것 같다.
첫번째 옵션의 경우 사업의 가시성(효과성과 별개로)은 높아질 것 같고, 두번째 옵션의 경우 사업을 진득하게 알게 되기 때문에 효과성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 성향으로는 지극히 두 번째 옵션을 선호하는 사람이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다(이런 연구는 없나..).
한편 내가 이 나라 고위 관료들이 만나줄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잘 안드는데,
부소장이라는 타이틀은 이 나라에서도 어쨌건 실무자로 인식이 되는 것 아닐까..?(모르겠다 잘)
그리고 평소 일상생활은 봉사활동 때의 일상을 추구하더라도(어차피 그때처럼 될 수도 없다. 마을에서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담당하는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을 때 필요한 고위 정책 결정자들의 도움을 받는데 특별히 문제가 생기진 않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과 외국에서의 생활의 태도와 톤이 다른 것도 오히려 좀 부자연스러운 것 같다.
한국에서의 나와 여기서의 내가 특별히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난 한국에서 별 가치가 없어보여서 비싼 식당 자주 가지도 않았고(커피는 제외), 적당히 재테크에 관심있고, 사업 파트너들과 교류하는 게 즐거웠고, 개발협력 현장을 경험해본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려고 했었고, 사업 수혜자들의 니즈와 개선 요구사항을 사업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가치관을 가진 선배님들을 참 존경했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생각을 정리하다보니까, 내 또래의 다른 원조기관/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안 만나봤다는 생각도 들고 그들의 어떤 태도와 가치관으로 일과 일상생활을 살고 있는 지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도 같기도... 일단 연말까지는 일을 좀 익히고 내년 초부터는 다른 실무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행사에 적극 나가봐야겠다.
코빌에서 나눴던 이야기도 생각이 나는데, 특히 오늘은 일을 하는 “과정” 중에 어쨌건 나 역시 “즐거워야” 한다는 말이 기억난다. 내 모든 행동을 사업 성과와 연결짓는 것은 굉장히 피곤하고 내 노력만으로 안되는 부분도 있고. 결국 두 가지 길 중 무엇이 내가 “소모되지 않게” 느껴지느냐라고 하면 나는 역시 조금 더 사업 현장/현지사람들과 맞닿아있는 곳으로 향하고 싶은 것 같다. 그게 더 “즐거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