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모두말씀, 기념사, 영상축사, 서면축사, 언론 브리핑문, 발간사, 추도사 등 다양한 형태의 글 들을 직접 써보고 접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글을 처음부터 직접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부서에서 올라온 초안을 바탕으로 다듬고 고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초안을 받아보면 좋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고 공허한 느낌을 주는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벙벙하다’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럴싸한 요리처럼 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맛이 느껴지지 않고 입안에서 겉도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많은 글을 접하면서 터득한 것은 ‘살아있는 글은 맛이 느껴지는 글’이라는 것입니다. 읽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입니다. ‘이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있구나’, ‘그래 그 말이 맞지’라고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하는 글입니다. 반대로 ‘살아있지 않은 글’은 공감하기 어렵고 그래서 읽고 듣는 이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합니다.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는 살아 있는 글은 대개 다음의 몇 가지 요건을 포함합니다. 우선 글이 쉽습니다. 쉽게 읽혀야 이해의 속도도 빠릅니다. 쉽게 잘 읽히기 위해서는 쉬운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특정 업계 또는 해당 업무담당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실무 전문용어를 말씀자료 글에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글을 읽고 말을 듣는 대상이 특정 업계의 사람으로 한정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인이 듣기에 낯선 단어 등은 뜻은 같지만 보다 이해하기 쉬운 다른 표현으로 돌려서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24의 UI/UX 디자인을 사용자 중심으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라는 말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자면 ‘정부24’와 ‘UI/UX’는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정부24’는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들에게 다양한 민원정보와 정책정보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일컫는 고유명사입니다. ‘정부24’라는 말 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므로 ‘정부24’가 어떤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부연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UI(User Interface), UX(User Experience)는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끼는 편리함과 만족감의 수준’ 정도로 이해하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여 문장을 다시 써보면 ‘정부 민원과 정책정보를 한 곳에서 통합하여 제공하는 정부24 서비스를 국민들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정도로 바꿔 표현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 맥락이 생략된 글도 쉬운 이해를 방해합니다. 가령, 어떤 정책이 A, B, C라는 과정을 거쳐 진행됐음에도 중간에 해당하는 B 과정을 글에서 생략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담당자나 관계자는 B라는 연결 내용이 빠져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처음 접하는 대중들은 빠져있는 연결 맥락 덕분에 제대로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되고, 그만큼 공감을 기대하기어렵게 됩니다.
문단의 구조도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주장이나 의견에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할 논거나 예시가 빠져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정부는 국민 중심의 정부혁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는 주장을 하고, 바로 다음말로 넘어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잔뜩 기대하고 글을 읽고 말을 듣는 사람을 맥 빠지고 공허하게 만듭니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면, 뒤에서는 '국민 중심의 정부혁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정부는 올해 초, 정책 수립 과정에 국민참여 확대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국민청원법을 제정하였고, 정부혁신 국민평가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부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라는 말이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아, 저렇게 우리정부가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구나‘ ’앞으로 국민 관점에서 더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고 국민의 삶도 나아지겠구나'라는 공감과 기대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쉽고 논리적 완결성을 갖춘 글'을 기본으로, 앞으로 소개될 몇 가지 요소들이 더해진다면 더욱 생동감 있는 '말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