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자료는 사용자가 정해져 있는 ‘고객 맞춤형 제품’에 해당합니다. 장관이든 차관이든 혹은 자치단체장이든 말씀자료를 토대로 실제 말씀을 하게 될 ‘그분’에 맞추어 작성해야 합니다.
말씀자료를 준비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해도 ‘그분’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말씀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고, 세세한 표현에 관해서도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말씀은 그분의 입과 그분의 이름을 빌어 나가는 것이므로 작성자의 개인적 취향을 반영한 ‘작품’이 아닌 수요자의 요구와 취향에 맞춘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글의 표현이나 형식이 말하는 사람의 격에 맞아야 합니다. 기관을 대표하여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므로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글의 내용 또한 장관이나 단체장, 차관, 실장 등 말하는 사람이 할법한 말을 해야 합니다. 가령 장관이 부처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포함된 말씀자료인 경우 "다음 달 13일까지 문체부 관광담당부서와 실무협의를 마치고, 문화관광연구원과 함께 기본계획 초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라는 말보다는 "다음 달까지 관계부처 협의를 마치고 전문가들과 기본계획안을 속도감 있게 마련해 나가겠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조금 더 장관이 할법한 말에 가까워 보입니다.
표현방법에 관한 사례를 한 가지 더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사례는 자치단체의 규제혁신과 관련한 우수정책사례를 소개하는 사례집의 발간사 초안 중 일부입니다. 장관의 이름을 빌어 나가는 발간사라는 점에서 보자면 '고난에 대한 염려'. '국민의 마음이 어두워질수록', 국민을 헤아리고' 등 비유적 표현들이 다소 과합니다. 문학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덕분에 글을 읽었을 때 어떤 말을 하려는지 바로 와닿지 않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기 기울이며 활발하게 소통했고, 다양한 협력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말이 두 번째 단락의 핵심으로 보이지만, 정착 어떻게 소통을 했는지 어떠한 성과를 만들어 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듣기 좋은 말에 그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국민의 고충이 매우 큰 시기입니다.
평범했던 일상이 감염병 대응의 날들로 바뀌었습니다. 국민 간 소통의 기회와 친밀한 만남은 줄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난에 대한 염려가,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리기도 합니다.
국민의 마음이 어두워질수록, ㅇㅇㅇㅇ부와 자치단체는 더욱 국민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ㅇㅇㅇㅇ부는 국민의 안전, 편의, 만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왔으며, 이를 규제혁신의 기본정신으로 삼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국민 및 일선 공무원과 함께 정책과 행정의 전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좀 더 좋은 행정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국민의 마음에서 출발한 일선 공무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헌신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움직이고, 다양한 협력적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ㅇㅇㅇㅇ부가 지향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규제혁신 생태계입니다. 규제혁신이 단순히 지역사회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자치단체의 주요한 혁신엔진이 되고, 이를 통해 행정의 계속적인 발전이 이어지기를 목표합니다. 한 지자체의 규제혁신이 다른 지차체의 혁신행정과 국민 삶의 개선으로 나타나기를 희망합니다.
2021년 지방규제혁신 우수사례집은 규제혁신을 통해 국민생활의 회복과 지역발전의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 사례는 위 초안의 수정본입니다. 표현이 초안에 비해 매우 정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역현장의 규제개선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관계부처와의 거버넌스 체계 정비를 통해 현장 규제의 속도감 있는 해결을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440건의 규제 개선 성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우수사례경진대회, 진단지표 개선 등을 통한 우수사례 확산노력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아니라 말씀자료의 형식과 내용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 생활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활력 넘치는 일상에 대한 간절함이 컸던 2021년 한 해, ㅇㅇㅇㅇㅇ부는 지역 현장의 규제 해결을 통해 일상 회복의 순간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 관계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현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질적 논의에 힘썼습니다. 규제개선 요구가 큰 사안에 대해서는 자치단체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주민, 자치단체, 관계기관과 그 해법을 함께 논의하였습니다.
규제개선을 힘 있게 추진해 나가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도 정비하였습니다. 국가 규제개선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과 정례 회의체 운영을 통해 자치단체가 건의한 규제 애로사항의 속도감 있는 해결을 지원하였습니다. 소관 부처 수시 협의를 시행하는 한편, 현안점검조정회의 등 범부처 회의체를 활용하여 약 440여 건의 규제를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가정양육수당 수급권 보호’, ‘소상공인 범위기준 완화를 통한 지원대상 확대’ 등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18년부터 발굴된 규제혁신 우수사례가 제도화되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 지방규제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 벤치마킹‘ 분야를 별도로 운영하였고, 지방규제혁신 우수기관 인증을 위한 진단지표에도 ’ 우수사례 벤치마킹‘ 항목을 포함하여 우수사례의 전국 확산을 지원하였습니다.
「2021 지방규제혁신 우수사례집」에는 이처럼 2021년 한 해 동안 자치단체 현장에서 이루어진 규제혁신 사례는 물론 일상 회복의 가능성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내가 장관이라면?’,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내용의 말을 하고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글을 준비해야 합니다. 말씀의 주제와 관련하여 평소 ‘그분’의 생각이나 강조했던 내용,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들어가면 당연히 좋겠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그러한 부분까지 일일이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에 있었던 유사 행사 등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찾아보는 노력 정도는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말씀자료 글을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전에 대략적 얼개와 내용을 놓고 말씀을 하게 될 분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상사 등과 상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연설문에 흔히 사용되는 표현 중에는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장관용 연설문 초안에도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이 적지 않게 등장합니다. 혹시나 해 그 표현을 그대로 둔 채 수정안을 올리게 되면 어김없이 파란색 플러스펜으로 그은 엑스(X) 표시가 글씨 위에 덧붙여져 나왔습니다.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이 그 자체로서 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영혼 없이 내뱉는 가벼운 말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당시 저의 고객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말씀을 하게 될 고객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표현 등을 하나하나 다 알기는 어렵지만 큰 고민 없이 사용하고 있는 표현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적절한지는 곰곰이 생각하며 써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