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담긴 내용 대부분은 비서실을 나온 직후에 작성되었습니다. 다양한 글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글을 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본문에서도 언급했듯 말씀 글을 쓰는 일은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을 주워 깁는 문학 활동과는 거리가 멉니다. 목적에 맞게, 다양한 제약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일입니다. 1년 전을 떠 올려 봅니다. 휴대폰 메모장에 들어 있는 비서실 마지막 출근길 단상은 말씀자료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당시의 고통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지막 출근길이다.
간밤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슴 졸이며 살았던 시간이다. 500개의 말씀자료를 썼다. 500가지의 이야기가 있었고, 심장엔 500겹으로 굳은살이 박였다. 말씀자료 하나에 온 행사를 내가 치러내는 기분이었다. 다 알아야 말씀자료를 쓸 수 있었고, 다 알아야 그분의 무수한 물음들에 답할 수 있었다. 행여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을지, 밖의 시선에서 문제가 될 표현은 없을지 늘 조마조마했다.
그렇게 말씀이 끝나고 나면 반쯤 마음이 놓였고, 그분의 표정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 반의 반만큼 마음을 놓았다. 보도가 제대로 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남은 마음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모든 행사, 모든 회의가 다 나의 것만 같았다. 그분의 표정이 좋지 않아도, 보도가 시원찮아도 그 모든 것들이 나의 탓만 같았다.
(중략)
오송역에 도착했다. 아침 6시가 막 지났지만 늦은 아침처럼 환하다. 한겨울 볼을 부르르 떨며 버스를 기다리던 때가 전설처럼 지났다. 버스 차창 밖으로 뭉게구름 같은 꽃송이가 매달린 아까시나무가 줄지어 늘어섰다. 개중엔 지난 18개월도 듬성듬성 매달려 있다. 그에게 간다. (2022년 5월 9일 마지막 출근길 버스 안에서)
'말이 되는 말씀’을 쓰기 위해서는 챙기고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실무자들에게 말씀자료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많이 고민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 책이 현장의 실무자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는 길라잡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서랍 속에 길게 잠들어 있을 뻔한 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 있습니다. 덕분에 제가 이 세상을 살다 갔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흔적을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음으로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