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보고서의 첫 번째 덕목은 '무슨 말을 하는지 쉽게 이해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직독직해가 가능한 보고서입니다. 보고를 받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그것을 토대로 결정과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의 쉬운 이해를 방해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애매한 표현'입니다. 좋은 말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정확히는 무슨 말인지 모를 두루뭉실한 말입니다.
업무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운영에 관한 가상의 개조식 문단 하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예시> - (교육프로그램) 우수적용사례 기반형 교육 등 다각도의 교육과정 개발 운영으로 현장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
어떤가요?
우선, 좋은 말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 한다는 매우 역동적인 표현이 사용되었습니다.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데 당연히 좋은 말일 겁니다.
이제 어떤 방법으로 '획기적인 강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인지 들여다보겠습니다. '우수적용사례 기반형 교육 등 다각도의 교육과정 운영'이 답으로 서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각도의 교육과정'이라는 그럴싸해 보이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례로 등장한 '우수적용사례 기반형 교육'의 실체를 알 수 없으니 당연합니다. '우수적용사례 기반형 교육'이 1차로 이해되어야, 다각도의 교육과정이라는 말도 이해되고, 그래야 '현장역량의 획기적 강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있어 보이는' 말들을 사용했지만, 결론적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들로 인해 '획기적 강화'라는 말도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다각도의 교육과정 개발 운영'이 '획기적 강화'로 이어지는 논리적이고 심리적인 연계성이 많이 부족합니다.
소위 말하는 '있어 보이는' 말을 써야 보고서가 있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알맹이 없는 말로 잔뜩 들어찬 보고서는 쓰임새를 잃은 보고서입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표현을 써야 과장 앞에서든 국장 앞에서든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만 더! '~ 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거의 모든 보고서에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말입니다. 관련된 여러 사례를 모두 나열하는 대신 대표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뒤이어 그 사례의 내용을 포섭하는 일반화된 표현을 사용합니다.
<예시> -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7개 국가를 중심으로 24년 말까지 천연가스 공급망센터 설치
공급망 센터를 설치하는 '중앙아시아 7개 국가'를 모두 나열하기는 어려우므로(해도 되지만), 그 대표적인 국가(사례)를 제시하고 나머지를 "등" 안에 생략해서 넣어두었습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라는 2개의 국가(사례)를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첫 번째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예시> - (교육프로그램) 우수적용사례 기반형 교육 등 다각도의 교육과정 개발 운영으로 현장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
'다각도의 교육과정'이라는 일반화된 말을 뒷받침하는 것은 '우수적용사례 기반형 교육' 단 하나뿐입니다. "그래, 이런저런 사례를 보니 다각도의 교육과정이 맞구나" 라고 보고를 받는 사람에게 와닿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에 해당하는 사례가 적어도 2개 이상은 제시가 되어야 하고 그 뒤에 "등" 이 따라붙어야 합니다.
끝으로, 제시된 가상의 사례를 아래와 같이 바꿔 보면 어떨까요?
(교육프로그램) 지자체 현장에서 활용 중인 우수 사례를 활용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공직자들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
나의 관점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실체가 없는 좋은 말보다,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명확하고 알맹이 있는 말을 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