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둘째 주. 운 좋게 주중에 휴일을 만났다. 오전 11시가 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월요일 열린 국정감사 준비에 일요일은 날을 새다시피 했었다. 통상 국정감사 전날 밤에는
소속 국회 상임위 의원실로부터 사전 질의서가 입수된다. 질의서에는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이 하게 될 질의의 개략적 요지가 담겨있다. 질문의 전체 내용이 아닌, 토픽(주제단어)만 건네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는 평소 해당 국회의원의 관심분야 등을 분석해 예상 질문을 뽑아내고 답변서를 준비하게 된다. 부서에서 1차로 작성된 보고서는 국장, 실장을 거쳐 검토되고 다듬어진다. 이후 국감당일 기관장이 참석하는 최종 독회를 거치며 기관의 공식입장으로 확정된다.
과장으로서 솔직한 마음은 "내 업무와 관련된 질문은 부디 안 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인생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섯 명의 의원들이 제기한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준비해 두고 옅은 비가 내렸던 월요일 새벽 4시, 국회로 향했다.
국정감사는 오전 10시에 시작했다. 감사장 앞엔 앉을자리도 마땅치 않다. 감사장 안에는 기관장과 실국장, 소속기관장들이 들어간다. 감사장 밖엔 감사장 내부 상황을 알리는 작은 TV 모니터 한대가 있다. 직원들의 눈이 한 곳에 몰린다. 업무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긴장이 차오른다.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화요일 새벽 01시 50분에 1차 국정감사는 끝이 났다. (통상 국정감사는 1차(기관감사)와 2차(종합감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우리 회사 대표선수인 사장님의 노련한 답변덕에 다행스럽게도 무난하고 무사하게 끝이 났다.
세종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졸음이 몰려왔다. 2시에 서울 여의도를 출발한 버스는 4시가 다되어 세종에 도착했다. 버스도 다니지 않고 택시도 잡히지 않는 시간. 안개가 온 도시를 감싸 안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 찾은 공용 자전거를 타고 05시경 집에 도착했다. 두어 시간을 자고 다시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렇게 미뤄둔 잠들을 오늘 몰아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