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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ug 05. 2022

D-1 싱숭생숭함을 눌러주는 기가 막힌 일들

왜 이런일이.. 

 며칠 전 아이들 상비약을 받으러 소아과에 갔다. 첫째부터 차례대로 진찰을 하고 상비약 처방을 받았는데 막내 차례가 돼서 진료를 하는데 의사 선생님의 손길이 스치자 막내가 귀 밑이 아프다고 하는 것이었다. "어제저녁부터 귀 밑이 아프다고는 했어요" 어제저녁에 귀 밑이 아프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얘기했다. 아이의 반응과 나의 말을 듣고 더 세심히 진료를 하더니 의사의 입에서 "볼거리입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오 마이 갓!!!!!  볼거리????? 하아 출발 5일 전에 이게 뭔 일이야.. 


 " 가족들과 전염될 수 있으니 물컵 따로 쓰시고, 수건도 따로 쓰세요." "오늘 오후에 수영 학원 가야 되는데 안 가는 게 좋겠네요?" "당연히 가면 안 됩니다. 침샘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거라 침에 의해....... 아참! 후유증으로는 뇌수막염이 올 수 있고...." 잠깐만!!! 응????? 뇌수막염?????????? 이건 또 무슨 소리야ㅜㅜ 


 출국을 며칠 남겨두고 막내의 볼거리를 다른 형제들에게 옮기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별로 없었다. 찬장 안에 있는 종이컵을 꺼내 이름을 써두고 종이컵으로 물을 마시게 했다. 수건도 따로 쓰고.. 막내의 오른쪽 볼은 왼쪽 볼에 비해 두배는 부풀어져 있었다. 제발 가라앉아야 하는데.... 


 일요일에 다시 진료를 보러 갔더니 다행히 더 진행되지 않고 가라앉았다며 이제 전염 위험은 없다고 했다. 어찌나 다행인지ㅎㅎ 이제야 웃으며 글을 쓰지만 그때는 정말 착잡했다.


 



 막내가 볼거리를 걸려서 마음이 싱숭생숭한 그 주 남편은 늦게 퇴근했고, 내내 몸이 좋지 않았다. 원래도 공기에 예민한 남자인데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에어컨을 켜놓고 지내서 찬 공기에 목이 마르는 느낌이 든다고 했었다. 그러다 남편은 찬 공기가 싫다며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쓰며 지냈다. 목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종종 마스크를 쓰고 자는 사람이라 이 때는 몰랐다. 그 마스크를 써서 얼마나 다행인 건지.


 찬 공기로 호흡을 하면 목이 마르는 느낌에 에고고 냉방병에 걸렸구나 싶었는데 남편 친구 중 한 명이 코로나에 걸린 얘기를 했다. 응? 설마... 싸한 느낌은 왜 항상 맞는지 모르겠다. 자가 키트로 검사를 하니 뚜둥! 양성... 주말에 확인한 남편의 코로나... 남편은 방 안에 격리되었다. 볼거리에 코로나라니. 혹여 남은 가족이 코로나에 옮게 되면 일이 이만저만 커지는 게 아니었다. 집안에서도 모두 KF94를 착용하고 각자 방에서 문을 닫고 지냈다. 


 걸린 사람도 서럽고 힘들었겠지만 나는 나대로 혼자 여행 준비를 하니 힘에 부쳤다. 힘들어서 대충 때우기는 했지만 끼니마다 식사도 차려야 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은데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짜증이 머리에서 스팀으로 나오는 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당연히 방치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때 아이들은 화난 엄마를 피해 방 안에서 오랜만에 엄마의 간섭을 안 받고 오랫동안 재미있게 놀았다고 한다.


 그날 저녁 설렘보다 부담감과 막막함에 지배당하느라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잘 지낼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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