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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ug 12. 2022

1. 괌으로 떠나는 날

허리 아작 나겠네

 어제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데 1시가 넘어도 눈이 말똥말똥했다. 긴장한 탓인지 3시간여 잤을 뿐인데 알람이 울리자마자 정신이 또렷해졌다.


 짐은 거의 다 챙겼다. 칫솔, 핸드폰 충전기, 냉장용 약, 잠옷만 넣으면 드디어 애증의 가방 뚜껑을 닫는다. 이놈의 짐을 싼다고 몇 날 며칠 얼마나 애를 먹었나 모른다. 아침으로 남편이 깎아주는 복숭아를 먹었다. 일 년을 기다렸건만 올해 이 복숭아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또 기분이 이상해졌다.


 공항 가는 길은 활주로처럼 쭉 뻗어있어서 금방 도착했다. 공항도 적당히  한산했다. 코로나 시대에 해외에 간다는 건 남 얘기인 줄 알았다. 비행기에 올라타서도 앞으로의 걱정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비행시간은 4시간 20분이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을까? 안 먹을까? 4시간 정도면 안 먹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간식도 싸와서 먹을 수 있었다.


 드디어 괌 공항에 도착. 코끝으로 느껴지는 공기의 기운을 느끼려 집중을 했다. 음... 8월의 괌은 한국이랑 다를 게 없군! 아이들이 제주도에 온 거냐고 물을 정도로 한국과 괌은 비슷했다. 미리 예약해둔 렌터카 업체에 찾아가 차를 빌려 드디어 우리가 괌에서 머무를 숙소로 왔다. 숙소를 보자마자 첫째가 하는 말. " 여기에서만 있을 건 아니지?" 싼 숙소를 잡느라 인테리어, 깨끗함은 포기를 했다. "이 화장실에서 샤워 어떻게 해...." 아이들은 숙소 컨디션을 보고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했고, 나는 이제 이곳에서 어떻게 해 먹일 것인가를 걱정했다.


괌에서는 학교 가는 어린이들은 모두 다 스킨 테스트를 받는다. 우리도 학교에 갈 것이기 때문에 스킨 테스트를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 해외에서 병원 처음 들어가 봐서 매우 긴장했다. 접수를 하고, 기다리다 테스트 주사를 맞고 확인서를 받을 것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씩하게 주사를 맞았다. 이제 이틀 뒤 다시 병원에 찾아가 테스트 결과를 보고 확인증을 받을 것이다.


병원 앞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이고,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당장 내일부터 아이들은 괌대학에서 진행하는 캠프에 참여한다. 그 말은 내일 아침부터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얘기다.


첫날이라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하루였다.

내일은 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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