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연대, 깊은 몰입> 수필집, 순간을 선택하며 시간을 살아내다
(우리 모임의 최근 소식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을 방문해서 확인해주길 바람!)
독서/글쓰기/영화를 주제로 오프라인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정원은 50명이고, 매달 유령회원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받고 있다. 모임 전용 앱을 만들어서 모임에 나왔던 멤버들의 글을 정리해두고 있다.
현재 모임앱 데이터베이스에 쌓인 멤버들의 콘텐츠를 보니 약 700개다. 모임앱 만들기 전에 기록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2~30개는 더 많지 않을까. '22년 말~'23년 초 어느 날... 이렇게 쌓여가는 콘텐츠를 보다가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 콘텐츠를 모아서 잡지 혹은 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최초의 아이디어는 이러했으나 실천하지 못했다. 이유는 이러하다. 콘텐츠를 제공한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동의를 받아야 했다. 정산 문제도 복잡하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방법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다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모임 사람들은 기꺼이 글을 쓴다.
사람들을 모아서 책을 하나 써볼까?
당장 시작해볼만 해보였다. 돈을 벌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다만 모임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모임 운영진께 몇 차례 의견을 물어본 뒤,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람을 모았던 기준은 다음 2가지였다.
- (그 당시)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
- 기존에 썼던 글 혹은 사람의 개성이 강한가?
이렇게 선정한 6명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돌렸다. 그 중 5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나까지 총 6명. 우리는 공동저자로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23년 2월 어느 주말. 우린 첫 모임을 가졌다. 회사 없이 타인과 협업하는, 첫 개인 프로젝트였다. 내 나름대로 의미가 깊었다. 그래서 프로젝트 기획을 정리해서 PT도 했다. 일정, 할 일, 정산비율 등을 공유하고 우리가 함께 쓸 주제를 논의했다. 시작인 만큼 모두 들떠있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서로 초면인 사람들도 있고, 구면이지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를 알고 있던 내 입장에선 이 순간이 참 재밌었다. 나만 빼고 다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ㅋㅋㅋㅋㅋ
신나는 프로젝트였지만 결국 모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각자 5개씩 글을 써야 했다. 처음 계획은 10주 프로젝트였다. 첫 5주 동안 매주 1개씩 글을 쓰고, 나머지 5주 동안은 퇴고를 하겠다는 작정이었다. 하지만... 현생을 살면서 글을 쓰는 건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우리 일정은 조금씩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글을 써오면 만나서 피드백을 주고 받는 걸 생각했지만, 나중엔 '함께 모인 자리에서라도 글을 쓰자'가 됐다. 정기 모임(2주에 한 번)을 제외하고서 매주 모여 글을 쓰곤 했다.
계획했던 일정(4/30)보다는 조금 뒤로 밀렸지만, 어쨌든 우리는 해냈다. 5/22 우리 책이 나왔다.
(도서 판매 링크는 아래에 있음)
사진을 보니 함께 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참 행복했다.
원고 종합이 거의 끝날 무렵 우리는 여행을 다녀왔다. 4/29 ~ 4/30 (원래는 출판까지 다 끝내고 가려고 했지만... ㅠ) 처음 우리가 만나던 때를 떠올리면 굉장히 가까워진 상태였다. (거의) 다 끝난 기분으로 즐겁게 놀았다. 맛있는 밥, 예쁜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다. 레일 바이크도 거침없이 탔다.
모임장인 내가 술을 안 좋아해서 그랬는지... 사람들도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6명이서 밤새 3~4병 겨우 마셨던 것 같다. 새벽 4시까지 우린 대부분 이야기만 했다. 하루 종일 떠들었는데, 또 밤새 떠들었다. 재밌었다.
고백하자면,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프로젝트였다. 일하면서 팀원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경험할 땐 '나도 프로젝트 매니징을 해볼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업무분장도 제대로 못했고, 원고 마감 기한을 맞추도록 독촉하는 말이나 규율 마련도 미흡했다.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었다. 그만큼 많이 배우기도 했다. HR에서 고민하는 바를 몸소 체험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여러 생각들이 들었지만, 패스.
어쨌든 책이 팔리는 걸 보니 기분이 참 좋다.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나도 자랑하고 다니지만, 멤버들이 지인들에게 자랑하고 다닌다는 말을 할 때마다 더욱 뿌듯하다.
이곳 교보문고에서 우리 모임의 수필집을 확인해보길 바람!
책표지 이미지는 AI 서비스인 미드저니를 활용하여 만들었다.
전자책 파일은 Sigil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만들었다. 덕분에 HTML 언어의 기본을 익혔지만, 배우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