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햄스터, 준규, 고래늘보, 민재
후기가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귀찮다. 두 번째, 쓸 게 없다. 매주(거의 매주라는 뜻) 진행하고 진행방식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지난 글에서 Glide로 모임앱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 이후로 모임앱에 바로 글을 쓰는 방식이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후기가 올라오지 않아도 모임은 꾸준히 진행한다. 한 달에 독서, 글쓰기 모임은 각각 한 번씩 반드시 진행한다. 그리고 간혹 새로운 시도를 한다. 재미로 만든 모임인 만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었다. 영화 모임, 경복궁 투어, 신년 버킷리스트 작성 등을 했다.
이번 모임에 나온 글들이 '특별히' 좋아서다. 이전에 이벤트가 생기지 않으면 모임 후기는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 이번엔 이벤트 급으로 좋은 글들이 모였다. 나는 이 글들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걸 느끼게 됐다. 참석자 분들의 동의를 받고 그 글들을 아래에 공개한다.
※ 모임 진행은 5문장챌린지 2번, 주제(습관)글쓰기 1번으로 진행됐다. 이번에 소개할 글들은 주제글쓰기 때 참석자들이 쓴 것이다. 이번 모임엔 4명이 참석했고, 주제글쓰기엔 약 20분 정도 시간을 할애했다.
글마다 쬐끔 정리가 덜 된 느낌이 있다. 어쩔 수가 없다. 20분 만에 내용을 구상하고, 이 정도 분량으로 써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 완성된 글이 아니라 초안임을 감안하고 너그러운 눈으로 봐줬으면 한다.
대장도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조르바?
자유, 자유란 말입니다.
… <그리스인 조르바> 중
이 문구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아! 맞아. 난 인간이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는 게 많이 답답했던 때였다. 그래서 나는 자유를 갈망했었고, 자유만 있으면 행복한 삶을 살겠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취업하기 전까지 난 정말 자유롭게 지냈다. 취업 준비도 딱히 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도 강요를 하지 않으셨다. ‘서른이 되면 뭐든 해서 독립하겠다’고 딱 잘라서 선언해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난 대략 3년 동안은 자유롭게 지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행복하지 않았다. 재밌지 않았다. 난 독서, 글쓰기, 음악 감상을 좋아했다. 학창시절엔 이것들만 할 수 있다면 굶으며 살아도 괜찮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하라니까 재미가 없었다.
사람이란 참 이상하다. 할 일을 미뤄놓고 스마트폰을 보면 참 재밌다. 그런데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정해두고, 막상 그 시간이 되면 스마트폰을 조금 둘러보다가 꺼버린다. 재미가 없다. 내가 보냈던 3년은 ‘스마트폰 보는 시간’ 같았다. 뭐 하나로 진지하게 임하지 못했고, 막상 해도 재미가 없었다. 잃어버린 3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시기엔 정말 습관이라고 부를 만할 게 없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다. 누구도 날 구속하지 않았기에 내 충동이 이끄는 대로 살았다. 난 완벽히 자유로웠지만 우울했다. 자존감이 바닥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다가 서른이 되고 취업을 했다.
일을 시작하고 나니 자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적당한 규칙, 스트레스, 책임, 고통(?)과 행복이 비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유가 그리 많지 않아도, 난 이 생활을 ‘선택’했다는 데에서 자유를 느낀다.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종종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느끼게 됐다. 일어나고 일하고 퇴근하고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이 하나의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앞으로 내 삶을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정말 많지만, 나는 내 행복의 많은 부분이 습관 형성과 상관이 있다고 믿는다. 선후관계야 어떻든 습관이 하나 둘씩 자리잡는 것과 내 행복이 비례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조르바가 말한 인간, 즉 자유에 대해선 여전히 공감을 한다. 하지만 조르바가 말한 자유는 내가 위에서 정의한 ‘핸드폰 하는 시간’과는 전혀 다르다. 이제서야 알겠다. 자유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더니. 어릴 때 불안하면 입술을 뜯던 습관이 어언 26살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앗!’
그 전에 뜯어 생긴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덜렁거리던 입술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서 느껴진 통증과 함께 검붉은 피가 살짝 흐른다. 아프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
떠오른다.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길었던 26년 간의 삶을 살아오며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 특히 그 중에서도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슬프고, 힘들고, 아팠던 기억이 자꾸 머릿속에서 정처없이 배회한다.
의사선생님 왈, 전문용어로 강박장애라고 한다더라. 그냥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떠오르면 아프다는 것을 안다. 생각을 멈춰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밀려오는 그것들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어떻게 보면 그러한 고통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습관이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세상의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습관을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처방 내리길, ‘생각을 비우라.’고 한다. ‘누가 안해본 줄 알아?’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다른 것에 집중하면서 생각하지 않아도, 그때 뿐이다.
그러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습관에는 습관. 또 다른 습관으로 그것을 덮어씌우면 되지 않을까? 내가 하는 것들을 체계화, 루틴화한다면, 잡다한 생각을 할 여지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 일주일, 한달, 빽빽하게 해야 할 것들을 채워넣는다.
혹자는 기계같은, 정형화된, 재미없는, 따분한 삶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꼬리표도 나름 싫지만은 않다. 적어도, 아픈 삶은 아니니까.
"여보, 내 빨간 구두 못 봤어?"
가영의 물음에 해준은 부엌에서 달려와 신발장을 뒤졌다. 앞치마를 두르고 한 손엔 국자를 든 해준은 금새 가영의 구두를 찾아냈다.
"여기 구두 대령이요."
"고마워, 여보."
가영은 해준의 볼에 뽀뽀를 하고 집을 나섰다. 해준은 현관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주방으로 돌아온 해준은 요리를 마무리하고 설거지와 청소를 시작했다. 욕실 물때까지 꼼꼼이 청소하자 시간은 어느 새 정오에 가까워졌다. 해준은 TV를 보며 미리 돌려놓은 빨래를 개기 시작했다.
콧노래까지 부르며 빨래를 개던 해준은 왜 진작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해준은 저녁밥 재료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갔다. 오늘 메뉴는 아내가 좋아하는 닭도리탕이었다. 손질된 닭을 찾던 해준은 어느 새 주류코너에 서 있었다.
"또 여기네."
이상하게 마트에오면 어느 새 주류코너에 서 있는 해준이었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데 이상했다. 마트를 두 바퀴나 돌며 재료를 산 해준은 집에 돌아와 요리를 시작했다.
닭도리탕은 미리 끓여놓아야 국물이 맛있어지니 미리 해 놓는 것이다. 한창 요리를 하던 해준은 빨간 닭도리탕 국물을 보자 입에 침이 고였다. 요리 전에 남은 반찬으로 밥을 먹어서 배가 고픈 건 아니었다. 음식이 고프다기 보다는 쓰디쓴 무언가가 맛 보고 싶었다.
해준은 무언가에 홀린 듯 주방을 뒤졌다. 찬장과 냉장고를 이 잡듯이 뒤지던 해준은 김치냉장고 깊은 곳에서 소주 하나를 찾았다. 그리고 잊었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자신은 술을 좋아하는 남자였으며 몇 달 전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겠다며 아내가 데려간 곳이 기억났다. 기억을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요즘 유행하는 기억추출 가게였다.
그길로 해준은 기억추출 가게로 찾아갔고 아내가 자신에게 새로운 기억을 뒤집어 씌운 걸 알게 되었다.
가게 사장은 해준의 사인이 있는 동의서를 보여주며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고 변명했다.
아내가 남은 추억이라도 가지고 있자며 별 생각없이 사인한 것인데 이렇게 될 줄은 해준도 몰랐다.
결국 해준은 아내 가영을 고소하고 두 사람은 이혼했다. 가영은 징역 2년형을 받았다.
2년 후 만기 출소한 가영은 아무도 마중오지 않은 교도소 앞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차를 타고 가며 뿌려댄 흙먼지가 그대로 가영의 머리와 옷에 내려앉았다.
마지막 차가 떠나고 가영이 걸음을 옮기려는데 익숙한 차 한대가 앞에 섰다.
"타."
해준이었다. 가영은 말없이 가방만 만지작 거리며 서 있었다. 차마 차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복수하러 온 거 아니야. 가면서 이야기하자."
해준이 몸을 기울여 뭄을 열어주자 그제서야 가영은 조수석에 올라탔다.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네가 내 기억을 바꿔놓은 때였어."
갑작스런 해준의 고백에 가영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네가 날 배신한 기억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지."
"그럼 오늘은 왜 온거야"
"우리 다시 시작하자. 둘 다 안좋았던 기억을 지우고 서로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두 사람은 그 길로 기억추출 가게로 향했다.
나는 매년 습관이와 놀이동산에 온다.
바로 건강이라는 범버카를 타기 위해서다.
누구랑? 같이왔느냐
바로 "운동하는 습관" 이랑 왔다.
특히, 30대 중턱에 와 닿으면서 운동을 필현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365 지방이 처럼 가기 싫어하지만 억지로 습관이 손을 잡았다.
습관은 필연적으로 놀이동산의 매표소를 지나가야 한다.
매표소는 의지라는 입장료를 받기 때문이다.
사실 매년 데리고 왔는데 매일 의지력을 입장료로 내야하는 탓에 결국 돌아갔다.
나 : 습관아! 이번에는 이렇게하자.
습관이 : 뭐?
나 : 그냥 10분만 헬스하자.
습관이 : 그거해서 되겠어?
나 : 그냥 형말 들어
습관이 : 알았어
매표소 : 1주일에 2번 10분씩운동하네요? 맞나요
습관이 : 네 맞아요
매표소 : 자 의지력 1달러를 지불하세요
나 : 여기 1달러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2년동안 습관이와 함께 일주일에 2번은 헬스하러 가게 되었다.
이제 습관이가 필요없게 되었다. 나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안가면 이상하게 되었고 제한과 보상을 염두해두었다.
제한은 씻지 않고 집을 나오는 것이다.
보상은 온수로 몸을 찜질하듯이 머리를 지지고 나온다는 것이다.
얼마나 상쾌한지 모른다.
이번에는 좀 다르게 운동시간을 10분으로 줄였다.
나는 이번 헬스 습관이와 친해지면서 목표를 작게 잡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퇴고를 거의 하지 못한 날것 그대로지만 모두 나름의 메시지가 있다. 같은 주제로 다른 형식, 다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글쓰기 모임의 묘미인데 이번엔 그 맛이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모임을 하면서 확실히 진행에 개선할 점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문제 정의 -> 솔루션 도출 방식으로 정리해보자.
문제 1) 모임앱을 설치하고 설명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림
-> 미리 설치하고 오도록 미리 안내하자(강제는 못하겠지만!)
문제 2) 모임 진행방식을 매번 다시 설명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림
-> 소모임 게시판에 모임 방식을 등록해놔야겠다. 오기 전에 한 번씩 읽어오라고 공지하면 나아지려나?
문제 3) 스터디카페 예약 당일에 모임 취소를 하는 경우가 생김
-> 참가비 입금 안내를 모임 주 월요일부터 해야겠다.
지금은 수요일에 참가비 입금을 공지해서 목요일에 스터디카페 예약을 한다. 모임 참석을 눌러뒀다가 그날 일정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분들은 카톡이나 소모임 앱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가 예약 직전에 취소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취소한 사람을 제외한 인원에 맞춰 예약을 하게 된다. 참석하고 싶은 사람이 더 있어도 정원미달인 상태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마다 너무 아쉽다.
문제 4) 모임 등록을 미리 하지 않으면 종종 오류가 발생한다.
-> Glide 데이터베이스 서버가 불안정한 것은 Glide 유저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어쩔 수 없다. 모임 정보, 질문을 미리 등록하는 수밖에....
추가 개선 아이디어 -> 글쓰기 모임, 영화 모임 등은 2시간이면 적당하다. 그러나 독서 모임은 매번 시간이 부족했다. 저번 주(23/01/28) 독서 모임은 스터디카페에선 2시간, 카페에서 또 2시간 가까이 떠들었다. 카페에서 잡담을 많이 했던 걸 감안하면 독서 모임은 애초에 3시간 정도 이야기 나누는 걸 감안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