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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조 Sep 18. 2020

마음

무릇 지킬만한 모든 것보다 마음을 지키라


이 책은 읽기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좀 힘들었는데, 왠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가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거의 중단 없이 두세번 만에 모두 읽어버리고 말았다.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현재 일본의 1,000엔짜리 지폐를 장식하고 있고 일본인의 정신적인 지주라고까지 이야기되고 있다고  하고, 그의 작품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것이 이 작품이라고 하는 만큼, 일본인들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해 본다면, 재산 문제 때문에 자신을 배반하는 작은 아버지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들은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신 때문에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친구 때문에 나 역시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다는 생각을 더해서 결국은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선생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책의 선전 문구에 나오는 인간의 ‘에고이즘’과 죄의식의 작용을 치밀하게 묘파해 낸 문제작이라는 말이 어울리기에는 (지금의 내 눈으로 보기에는) 치열함과 당위성이 좀 부족해 보인다.


자유와 에고를 획득한 댓가로서 맛보지 않으면 안되는 현대인의 고독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말에도 그닥 공감이 가지 않는다.


죄의식의 문제를 다룬 문학 작품들은 꽤 여러 가지가 있고, 어떤 면에서 인간의 이런 본성에 대한 고찰은 이미 수천년 전부터 다루어져온 주제이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돈 때문에 조카를 멀리하는 작은 아버지의 모습 정도에서 이끌어낸다고 하는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치기 어린 일인 것 처럼 보이는데다가, 별 일도 아닐 수 있는 문제 때문에 굳이  자살을 선택하는 친구 K군, 그리고 그 친구를 보면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살을 택하는 선생님 역시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치기 어린 행동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메이지 시대의 종말’ 즉 천황의 죽음과 자신(및 자신의 시대)의 죽음을 동일시하는 부분에서는 일종의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의 결론이 결국 죽음밖에 없다는 것은, 치열하게 삶에 대한 고민을 해 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는 치열함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정립한 사람들에게는 비겁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릇 지킬만한 모든 것보다 마음을 지키라


지킬만한 것이 많이 있겠지만 마음을 지키는 것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 같다.


2007년 5월 5일 https://lordmiss.com/journal/archives/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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