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향한 경멸을 참다가
0. 살아가면서 수많은 편견들에 부딪히는데, 클래식바이크를 좋아하는 내가 직면하는 가장 큰 폭력적인 편견 중 하나가 ‘모터사이클', 아니 '오토바이'다.
1. 한국에선 도로 위에마저도 가부장제가 강력하게 스며들어 있다. 도로나 주차 사정에 비해 턱없이 큰 차 들이 너무나 많고, 거칠고 빠른 운전일수록 잘한다는 인식(양보하는 안전운전은 초보운전!)이 자연스럽다. 이 분위기 속에서 클래식바이크를 탄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고 피곤한 상황을 많이 직면할 수밖에.
“오토바이 위험해”로 시작하는 일상의 꼰대스러운 오지랖과 폭력적인 편견부터, 제도적인 차별까지. 마땅한 권리인데도 불구하고 바이크가 주차장 자리를 차지하면 욕먹기 일쑤이고(그렇다고 바이크 전용 주차장도 거의 절망적인 수준이다), 고속도로에 바이크가 못 올라가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2. 일상의 폭력과 차별은 도로 위로 이어진다. 내가 큼지막한 비싼 차였다면 이 따위로 위협 운전을 할까, 싶은 차들이 수없이 많다. 실제로 위협 운전으로 인해 바이크 타는 사람이 다치거나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데, 이러면 또다시 돌아오는 건 “거봐 역시 오토바이 위험해!”라는 편견. 악순환이다.
3. 이 편견과 악순환이 지나치다, 고 최근에 문득 느꼈다. 그 편견 아래에 깔린, 계급적인 경멸을 보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바이크를 '폭주족 양아치'라는 이미지로 밖에 보지 못하는 언론과 주변의 시선들에는, 분명히 그런 경멸이 담겨 있었다. '어디서 감히 중산층의 삶에 오토바이 따위가!'
4. 이제는 뭐라도 말해야 한다. 일상의 편견을 바꿔나가지 않고서는 도로 위의 위협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일상에서 만나는 그 경멸의 눈초리 앞에서 더 이상은 초라해지기가 싫기 때문이다.
바이크 사고 통계를 보여주며 바이크가 실제로는 차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알려주고, 도로교통법을 들이대며 바이크의 권리를 외쳐봤자 소용없다. 애초 바이크를 향한 편견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정서적인 경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
그래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쓰기로 했다. 바이크를 타면서 만나게 되는 편견과 인상적인 장면들을 기록하고, 그 이면에 깔린 사회적인 맥락을 고민하고 나누고 싶다. 이 과정을 통해 나 스스로 가졌던 편견들도 확인하고, 왜곡된 바이크 문화들도 조금씩 고쳐지길 기대하면서.
뭐 조금은 바뀌겠지.
아님 말고!
SLOW! SAFE! EN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