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도에 세워둔 자전거를 닦아 중고로 내놓습니다. 어딜 가보려던 마음마저 팔지는 않았습니다. 서른은 상상과 달리 세계를 삼키는 나이가 아니었습니다. 게워내는 일이 잦아집니다. 꼭 이즈음 뱉어내는 흰머리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봄의 이별, 여름의 시작, 가을부터 꾸던 낡은 꿈과 겨울의 평화가 지층처럼 감겨있습니다.
2.
머리카락 끝을 꼬집는 버릇이 있습니다. 입 안은 매듭 없는 이름들이 굴러다닙니다.
3.
그때 술 한 잔 사줬으면 좋았을 텐데 형 / 내가 처음 그린 눈은 너야 / 당신네 집과 내 월세방 길섶이 참 닮았다는 핑계를 대면 우리가 더 많은 시를 읽어볼 수 있었을까 / 은사님, 은사님, 잘 지내시지요 / 문은 잘 닫고 다니는지 길은 조심해서 딛고 있는지 / 그거 참 맛있었어, 단 것만 좋아해서 미안해 / 그럼 내가 제일 사랑하지 늘 고맙고-
4.
일 년은 쓰임새가 좋지 않습니다. 계절을 통째로 앓는 대신 일주일을 헐어 쓰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낯선 해변에 왔습니다. 모래를 한 줌 쥐어보는 놀이. 손바닥 주름모양으로 잡힌 앙상한 모래만 남기는 놀이. 남은 사랑만으로 구슬을 빚는 놀이. 당신에게는 옛날보다 더 많은 모래 경단을 쥐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비행기는 날고, 좁은 좌석에서 무언가 쓰고자 연 메모장을 자꾸 지워나가기에. 나는 올해를 이렇게 쓰려나보다. 그것이라도 적어보자. 잠시 졸다 깬 창밖으로 구름이 지나갑니다. 문장은 내가 사랑한 눈맺음처럼 짧게 모였습니다. 올해는 운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