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다이빙을 하면 꽤 깊은 바다에 들어갑니다.
건물 높이로 치면 10층 넘는 깊이를 내려가는데,
햇빛이 살랑거리는 수면에서 점점 어둑한 곳까지 내려갑니다.
깊을수록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햇빛이 선명한 5~10m 구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압력 자체는 깊은 바다가 더 세지만, 압력의 변화는 얕은 구간에서 가장 심하게 겪기 때문입니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그런 구간이지 않을까요.
가야 할 곳은 아득하고, 그다지 멀리 오지는 못했네요.
커서 무얼 하고 싶냐는 질문이 줄고, 무얼 이뤘는지 조심스레 묻는 시선을 느낍니다.
임원이 되고 가장이 되어 겪는 바다는 더 큰 압력이 있겠지만,
압력을 처음 느껴보는 몸은 열이 나고 있습니다.
이제 10년이라는 시간을 셀 수 있습니다.
스무 살에 처음으로 10년이라는 시간을 되짚을 수 있었고,
서른에 처음으로 그 긴 시간을 추억해 봅니다.
앞으로 또 몇 번의 10년이 이렇게 흘러갈 것을 생각하니,
- 청승 떠는 일입니다. 청승 떠는 일이고 계절 하나만 지나도 그러려니 살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음에 온기가 차질 않습니다.
마땅한 작별인사를 찾지 못한 탓일까요. 또 보자는 말만 나오지만, 가장 실없는 말이라.
테세우스의 배처럼 아리송한 결말일 수 있을까요?
재건축에 밀려 없어지는 내 동네와 밥은 사 먹는지 해 먹는지 오뚝이처럼 궁금해하시는 할머니.
새 집으로, 새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사라진 것,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이제 곧 사라질 것들을 선명하게 만듭니다.
늘 뜨끈한 등을 기대어 자던 강아지도 차가워질까요?
아는 말을 자꾸만 질문으로 맺어버립니다.
청소를 열심히 합니다. 이것저것 팔거나 버립니다.
호랑이에게 내 몸은 살코기가 없으니 지나가달라고 비는 것처럼,
달리 가지고 누린 것이 없으니 지나가달라 시간에게 비는가 봅니다.
빨리 자고 출근을 해야겠습니다.
미리 굿모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