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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Aug 16. 2023

D+24. 뮤지컬은 좋아하세요?

돈이 엄청 드는 취미, 뮤지컬.

 마이너스 4.5의 시력에도 라식도 라섹도 안 한다. 빛 번짐이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뭐? 그럼 난 절대 안 돼. 그렇게 단정지은 이유는 내가 뮤덕, 뮤지컬 덕후이기 때문이다. 남들에겐 연례행사라는 뮤지컬 보기가 나에게는 매주 혹은 매달의 이벤트다.(누군가에겐 매일의 이벤트이기도 하겠지만, 나에겐 그만큼의 돈이 없다.) 그렇지만 공연마다 배우의 기량이 다르고, 애드리브가 다르고, 대사가 다르다고! 한 번만 보는 건 너무 아쉽다고요!

나의 관람은 주로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간다. 애배우가 대학로 중소극장에 나오느냐, 샤롯데시어터 같은 대극장에 나오느냐에 따라 내 지갑은 울고 웃는다. 최근엔 많이 울었다.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 중, 한 배우가 뮤지컬 '데스노트'에 출연하면서 통장이 엄청 울었다. '데스노트'의 류크 역, 장지후 배우님이다. 장지후 배우님을 처음 본 건 2019년 '킹아더'였고, 입덕하게 된 건 2021년 '마마, 돈 크라이'였다. 사실 맨 처음 본 '킹아더'에선 다른 배우님……멜레아강 역의 김찬호 배우님께 거하게 입덕해서 다른 배우님을 볼 겨를이 없었다. '킹아더'는 내가 성인이 되고 처음 본 뮤지컬이었는데, 김찬호 배우님의 시원한 성량에 내 마음이 뻥 뚫려버렸고, 아직까지도 김찬호 배우님을 쫓아다니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장지후 배우님께 입덕한 계기는 정말 우연이었다. 김찬호 배우님 회차를 예매했는데, 컨디션 난조로 장지후 배우님으로 캐스팅이 바뀌어버렸다! 아쉬운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들어갔는데, 나오는 길엔……우와, 다시 티켓을 끊는 내가 있었다. 그렇게 두 배우님의 공연을 쫓아다니느라 내 통장은 찰 날이 없다. 


 그런가 하면 가끔은 내용이 궁금한 뮤지컬을 보러 가기도 한다. 최근 그렇게 본 뮤지컬은 뮤지컬 '호프'다. 스토리 자체와 원고지를 의인화했다는 점이 궁금해서 예매를 했고, 울면서 나왔다. 웬만해선 소설도, 영화도, 뮤지컬에도 잘 울지 않는 내가 울었다. 호프를 보기 위해 투자한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 게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그날 사온 MD 책갈피를 지금도 소중히 사용하고 있다. 


 무대 장치도 좋아하는 요소 중 하나다. 무대 장치는 대극장 뮤지컬에서 빛을 발할 때가 많은데-아무래도 돈을 많이 들였으니까-가장 기억에 남는 건 뮤지컬 '스위니토드'다. 1층과 2층의 적절한 분리와 연결이 새로웠다. 투시 능력을 지닌 채 토드의 이발소가 있는 거리로 끌려온 기분이었다. 나는 이 파이의 정체를 알아채고 구역질을 했겠지. 대극장만 좋은 것처럼 예를 들었지만 중소극장 무대도 좋아한다. 


 하지만 뮤지컬의 가장 큰 요소는 역시 노래겠지.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 내 친구는 대사를 치다 갑자기 노래를 하는 그 상황이 너무 어색해서 관람에 집중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게 너무 좋다. 평소에도 난데없이 노래를 부르기 때문일까. 평범하게 말한다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대사가 음악이 되고 가사가 되는 순간 새로운 단서가 되고, 스토리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스토리 상 전혀 그럴 타이밍이 아닌데 튀어나오는 경쾌한 음악이나, 분명 웃음이 나오는 순간인데도 음산하게 깔리는 음악이 무대를,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 계속해서 뮤지컬을 보는 걸지도 모르겠다. 


 뮤지컬이 너무 좋기 때문에, 언젠가는 무대에 올라보고 싶다. 중학생 때 올렸던 연극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노래 부르는 건 원래 좋아하니 뮤지컬은 나에게 완벽한 무대다.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선에서. 아마추어 공연을 올리는 여러 사이트를 찾아보기도 했다. 뮤지컬에 열의를 불태우는 청년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하지만 연애를 하기 위해 참가하는 사람이 많다는 후기와 금전적 여유 때문에 일단 보류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무대에 대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딘가 저를 캐스팅할 뮤지컬단이 있다면, 저에게 꼭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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