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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Aug 31. 2023

D+39. 8월의 마지막날, 대청소

쓱싹쓱싹 뽀득뽀득

 늦잠을 잤다. 누워있던 몸을 간신히 일으키고 달력을 보니 오늘은 8월 31일이었다. 월말이니만큼 대청소를 시작했다. 대청소라고 해도 별 건 없다. 원래 정리 정돈하는 솜씨가 없으니 정리정돈은 패스하고,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베이킹 소다를, 식초를, 과탄산소다를 붓고 비누 때를 벅벅 닦았다. 머리카락으로 뒤범벅이 된 필터를 씻었다. 원래 검은 색인 줄 알았던 수도관은 하얀색이었다. 변기까지 청소하고 나니 화장실은 갓 이사 왔을 때처럼 깨끗해졌다. 겉만 대충 닦을 게 아니라 속까지 박박 닦아야 하는구나. 2년 만에 깨달았다.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세탁기 청소를 시작했다. 오수를 빼내고 필터를 꺼내 닦자……아, 정말 더럽더라……. 이런 세탁기에 옷을 세탁하고 있었으니, 세탁이 잘 되었을지 모르겠다. 2시간 불림코스로 세탁통을 청소하는 동안 이불을 들고 코인세탁소에 갔다. 대청소를 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서다. 이불빨래! 섬유 유연제 냄새가 폴폴 나는 이불을 덮고 잠드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어쩌면 그 시간을 위해 꾸준히 청소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따끈 포근한 이불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니 세탁통 청소가 끝나 있었다. 다시 빨래를 돌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빨래를 널면 나의 작은 원룸은 꽉 차기 때문에, 청소를 한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분은 산뜻하고 좋았다. 깨끗해진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 것도 좋았고, 깨끗해진 세탁기에서 돌아간 세탁물을 너는 것도 좋았다. 


 오늘 아침 루틴도 망했다는 생각이 어느새 사라지고, 9월도 잘해보자는 생각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벌써 9월이라니, 어느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9월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금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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