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다른 중소기업

by thinking cloud

도시어부라는 프로그램을 본다. 잡은 물고기의 길이를 재어 월척인지 빅원인지를 겨룬다. 사람도 키를 따지는 경우가 많지만 물고기의 세계에서는 키가 절대적이다. 어쩌다 간혹 잡은 물고기의 총무게로 그날의 우승자를 뽑을 때도 있다. 이때 등장하는 말이 ‘빵’이다. 키는 안 커도 살이 통통한 물고기를 ‘빵이 좋다’고 한다. 기업의 규모를 말할 때 나는 키와 빵을 떠올린다.


기업의 키는 매출액과 자산총액, 빵은 직원 수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회사 자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규모도 역시 돈으로 따진다. 매출액이 늘면 그만큼 직원수도 는다. 매출액이 줄면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물고기와 달리 회사의 키와 빵은 유동적이다.


직원수 20명 언저리의 회사에 다닐 때 70인 규모의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부러웠다. 같은 중소기업이라도 직원수가 많으면 그만큼 조직이 체계화, 세분화되어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내가 다녔던 어떤 회사는 상여금이 그때 그때 엿장수 마음이었다. 명절 전에 대표님이 나를 불러 근로자 목록상 몇 명의 이름 앞에 체크를 하며 이 사람은 30만 원, 이 사람은 50만 원 명절 보너스를 주라고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아예 없거나 꼭 주고 싶은 한두 명을 따로 불러 개인적으로 현찰을 찔러준다. 그런 경우에는 관리부인 나조차도 누가 얼마의 명절 상여금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는다. 친구의 회사는 명절 상여에 대한 회사 규칙이 있어서 근속기간과 직급에 따른 상여금이 책정되어 있었다. 이런 부분이 빵의 차이라고 느껴졌다.


중소기업이라고 뭉쳐놓았지만 중기업과 소기업은 또 엄연히 구분된다. 중소기업임을 증명할 수 있는 중소기업 확인서라는 서류를 발급해보면 둘을 구분해서 표시해놓는다.

같은 소기업이라 해도 마찬가지. 매출 120억 이하의 기업을 뭉뚱그려 소기업으로 분류하는데 연매출 100억 소기업과 20억 소기업의 살림살이가 같을 수 없다. 대표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기업은 항상 키와 빵을 키울 기회를 노린다.

단, 경기가 어려우면 똑같이 골골거리는 건 빵이 좋든 아니든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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