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와 불륜은 종이 한오만장 차이

by thinking cloud

일하러 회사에 들어왔다가 사랑을 찾는 사람이 있다. 들어가는 회사마다 그런 사람(들)이 꼭 있었다. 회사의 직원 수가 많건 적건, 직원의 나이대가 어리건 아니건 상관없었다. 회사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고도 한다. 회사 동료는 각자의 아름다운 모습만 공유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사내커플이 은근히 많은 이유라면 이유랄까.

회사에서 맺은 인연 또한 소중한 인연임에 틀림없으니 예쁜 사랑이 있다면 응원했겠지만, 진지한 사내커플은 그 사실을 숨기는데 주도면밀했다. 동료가 옆자리에 앉아 있었으면서도 결혼이 결정되어 직접 말해주기 전까지 모르고 있다가 놀란 경험이 있었다. 속은 것도 뭣도 아니었지만 놀아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두 사람에게 남녀를 들먹이며 농담한 적이 없었는지 급하게 기억을 짚어보았다. 내 눈치에 대해 의구심이 들면서 사내 연애를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 하고 배웠다.


반대로 얘기하면 진지하지 않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사내커플은 티가 많이 났다. 입사한 지 몇 주 만에 바람이다 불륜이다 온갖 소문이 들어온다. 화려한 여성편력을 가진 남직원이 여직원 전체에 추파를 던졌는데 그중 한두 명은 걸려들었다더라 하는 얘기부터, 양쪽 모두 배우자가 있는 사내커플도 있었다. 알고 모른척하기는 힘든 법. 나는 문제의 커플이 가까이 있으면 반사적으로 눈의 초점을 흐렸다. 도둑놈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왜 제 발 저린 건지 모르겠다.


사회생활 초기에 나도 회사에서 인연을 만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잠시 기대해본 적이 있다. 물론 기대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려 화장실 갈 때 마주쳐야 겨우 사람 얼굴 한 번 볼까말까 하는 마당에 인연 찾기를 할 시간이 돌아가지 않았다.

친구가 회사에 괜찮은 사람 없냐고, 있으면 만나라고 내게 권한다. 같은 회사에서 볼 꼴 못볼 꼴 보는데 그렇게 만나고 싶냐? 매일 회사에서 얼굴 보면서 퇴근하고서도 그대로 보고 싶은가? 어후, 난 사양함세. 나는 회사의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회사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덕분에라고 해야 할지 그 탓에 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10년이 넘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사내 로맨스의 경험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중소기업이 아닌가. 인사 업무 하면서 직원들의 급여를 손바닥 보듯 한다. 내 급여와 큰 차이 없는 다른 직원들의 급여를 보면서, 한 가정의 가장이 혼자 수입으로 가족을 건사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계산한다. 대기업 직원의 급여명세서를 봤다면 좀 다르게 생각했을지는 모를일이다. 사내커플이라고 다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연애만 한다고 해도 사귀는 사람의 급여를 샅샅이 아는 것은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 알고도 계산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여러 이유로 내게 사내에서의 핑크빛 로맨스는 앞으로도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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