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라고 한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응모 후기
by thinking cloud Nov 25. 2021
바쁘게 지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던 올해. 내년이 오기 전에 올해를 기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야 된다는 마음이 들던 날이었다. 손이 떨렸다. 휴대폰에 뜬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공고 알림. 이거나 도전해볼까. 되면 횡재고 안돼도 책은 남으니 꽝 없는 복권 긁는 셈 치고 말이야. 손이 떨렸다. 먼저는 진동 때문이었고 뒤에는 설렘 때문이었다. 실제로 복권을 긁기 전에 느끼는 일말의 기대감, 뭐가 되겠냐 싶으면서도 천의 하나 만의 하는 마음. 음... 화투패 뒤집기 전과도 비슷했던가.
브런치팀의 바람넣기도 내가 응모하는데 한 몫했다. 글쎄 그도 그럴 것이,
나보고 주인공이래. 나보고 주인공이라잖아!!!
꿈만 꾸면 출간시켜줄 것처럼 딱 써놨다. 저 문제의 '당신'. 나는 나요 너는 너로다 하는 분별을 못하도록 파놓은 함정이었다. 밑질 것도 없지만, 안 뽑아주기만 해 봐라. 브런치팀 거짓말하더라고 발로 써버릴 테다.
그러면서 응모 준비를 시작했다.
작가의 서랍 안에 어질러져 있는 글을 훑어봤다. 온전히 한편이 되지 못한 글이 뒤엉켜 있었다. 꼬리만 잘라먹은 글도 있고, 몸통까지 다 잘라먹어 머리만 달랑 남은 글도 있었다. 끔찍하군. 내 정서가 이런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내 집중력과 끈기가 이런 끔찍한 수준이었구나. 글에 일일이 사지육신을 붙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생업과 병행하다 보니 의외로 시간이 빠듯했다. 마음이 바빠서 눈코입이 제대로 안 붙은 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응모 마감일자를 넘기면 내가 만들려던 브런치북 또한 꼬리가 뜯어진 채 남을 것 같았다. 그건 꽝 없는 복권을 꽝으로 만드는 짓이다. 다행히 세이프. 폭풍 같았던 출판 프로젝트 응모. 응모 완료하고 나서 나는 푸쉬식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져 브런치를 쳐다도 안 봤다.
글을 발행한 첫날 말고는 라이킷도 없고 브런치는 고요했다. 한참 잊고 있는데 알림이 왔다. 누군가 고맙게도 라이킷을 눌러주셨나 했는데 아니었다.
글 쓰라고 등을 떠밀고, 엉덩이 툭툭 두드리는 듯한 저 알림메세지.
격려를 위장한 글쓰기 채찍질로 읽혔다. 심지어,
글 안 쓰면 결산보고서도 안 줄 거지롱 한다.
뭐 어쩌라고.
선물 같은 소리 하네.
...... 나름 버티다가 한 달 만에 브런치 글을 발행한다. 아무래도 조련당한 것 같다.
올해 기념 거리로 브런치북 두 권은 남겼으니 당초의 목표는 달성했다. 당분간,
알림... 꺼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