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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이프푸', 이브는 금기를 깬 적이 없다.

by 찬영

르세라핌의 '이브, 프시케, 푸른수염의 아내'(이하 이프푸) 라는 노래는 세 명의 여성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브는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짝이다. 프시케는 그리스신화 등장하는 사랑의 신인 에로스의 연인이다. '푸른 수염의 아내'는 <푸른 수염>이라는 이야기 등장하는 여주인공으로 주인공인 '푸른 수염'의 아내이다.


이 르세라핌의 이프푸에서의 세 여자의 이야기는 어떤 금기를 깼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브는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금기를 깨고 남편인 아담에게 주어 에덴동산에서 함께 쫓겨 난다. 프시케는 사랑의 신인 에로스와 밤마다 사랑을 나누면서 자신의 얼굴을 보면 안된다는 금기를 깨자 에로스와 헤어지고 만다. 푸른 수염의 아내 역시 푸른 수염이 열어보지 말라는 방을 열어 사건이 벌어진다.


르세라핌은 철저한 시스템에서 관리되며 살아가는 소녀들이 미지의 땅을 모험하면서 새로운 비밀을 발견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르세라핌의 이프푸는 이 세계관을 기반으로 세 여성에게 주어진 금기는 그녀들을 억압했고 길드렸던 시스템이고 거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누군가의 금기가 아닌 자신이 룰을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르세라핌 이프푸에 등장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자세히 뜯어 보면 이브는 다른 두 여성의 스토리와는 궤를 달리한다. 프시케와 푸른수염의 아내는 특정 대상에게 직접 금기를 명령 받는다. 하지만 이브는 금기하는 주체인 하나님에게 금기를 지시받은 적이 없다. 성경 창세기를 보면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금기는 아담이 받는다. 이 때는 심지어 이브가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이었다.


아담이 선악과를 먹지말라는 명령을 받고 하나님은 아담이 혼자사는 것이 좋지 않게 여겨서 '돕는 배필'로 아담의 갈비뼈를 하나 취해서 이브를 만들어주신다. 선악과를 먹으면 죽는다는 금기 명령은 아담과 하나님의 일대일로 이루어진 일종의 계약이다. 이후에 이브는 뱀의 꾐에 빠져 선악과를 먹고 아담에 주고 아담은 그것을 먹고나서 에덴동산에 좇겨나게 된다.


그래도 이브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만약 그 금기가 아담과 이브에게 같은 효력이 있는 것이라면 아담이 먹기 전에 이브가 먹자마자 하나님에게 벌을 받고 에덴동산에 좇겨나야 한다. 하지만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나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브가 준 선악과를 아담이 먹고나서 하나님이 그들을 추궁하는 일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신약성경 로마서에서는 아담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인간의 조상인 아담이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지 않음으로서 그의 후손인 모든 사람이 죄인에 이르렀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이브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어서 아담 한 사람 때문에 모든 사람이 죄인이 된 것은 예수님 한 사람이 등장하여 모든 사람이 생명을 얻게 되는 모형이라고 하고 있다.


이렇듯 이브는 프시케나 푸른수염의 아내와는 다르다. 금기를 받은 적이 없기에 하나님은 그 금기를 깬 책임이 이브 본인에게 묻지 않았다. 물론 창세기에 따르면 아담에게 선악과를 건낸 책임을 물어서 아이를 낳을 때 고통이 따르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아담이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발생한 책임이다. 이브가 건낸 선악과를 아담이 먹지 않았다면 그런 벌을 받는 상황이 생길 필요가 없다. 문제는 아담이다.


이브는 금기를 깬 여성이 아닌 남편을 잘못 만난 여성으로 보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약한(?) 고리인 이브에게 파고 들어간 뱀의 전략은 훌륭했고 이브를 너무 사랑한 탓이였는지 그녀가 준 선악과를 먹고 하나님과의 계약을 깨고 말있다. 결국 아담은 자손인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고 메시아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르세라핌의 '이프푸'에 담긴 메시지는 멋있어 보인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누군가에게 주어진 금기에 순응하며 따르는 삶은 엉망진창이며 그런 금기의 질서를 벗어나서 스스로 만든 룰에서 살아보겠노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에 '이브'를 연결하기에는 성경 창세기를 읽어보면 맞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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