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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계시록', 성경을 오해한 이야기

by 찬영

넷플릭스 시리즈 '계시록'은 직관적으로 바이블의 '요한계시록'을 연상시킨다. 흔히 '요한계시록'을 '계시록'이라고 부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계시록'은 성경의 '요한계시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단지 목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개신교는 영화의 소재와 배경으로 사용될 뿐이다.


이 영화 제목인 '계시록'은 아주 단순한 의미를 가진다. 바로 류준열이 분한 성민찬 목사가 하나님으로 받았다고 하는 '계시'의 기록을 뜻한다. 하지만 그가 계시라고 판단한 징표나 사건들은 그의 해석에 불과했다. 이는 영화 상세어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ddd.jpg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우리 주변의 종교인들에게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굳이 개신교인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종교를 가진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과 관련지어 해석하려는 경향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특정 사건을 두고 계시로 받으드리는 성민찬 목사와 과학적 근거를 통한 해석을 하려는 한 정신과 의사의 행동 방식을 대비시킨다. 이는 다분히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와 결부되는 듯하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는 전작에서도 이런 주제를 다뤄왔다.


장편 애니메이션인 <사이비>에서도 수몰 주민들을 현혹하여 한 몫을 챙기려는 사기꾼 목사를 등장시켜서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아무런 위로를 느끼지 못하고 나락에 떨어진 여자 주인공은 사기꾼인 목사의 거짓 위로에 신앙을 가지기 시작한다.


sss.jpg 영화 <사이비>

역설적이게도 목사의 이런 사기꾼 행각을 눈치채고 속고 있는 사람들을 깨우치는 것은 여주인공의 개차반같은 아버지였다. 결국 여주인공은 사기꾼 목사의 거짓된 설교임에도 불구하고 위로를 받지만, 아버지의 팩트에 기반한 권고는 끝까지 거부한다. 신앙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 만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작품을 만든 감독과 작가들이 성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에서 생기는 문제로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행동을 취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기에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를 작품에 담아 사람으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하지만 성경에는 신약 성경이 완성된 이후에 특정 개인에게 계시를 준어진다는 기록이 없다.


성령의 은사나 역할을 주시거나 방언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기록은 있으나 그 목적은 그리스도의 몸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분명히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 행위들이 성경에 기준에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건물 교회가 아닌 믿음을 가진 사람들로 이뤄질 교회가 관련되느냐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 <계시록>에서 나오는 사례처럼 오직 '나'라는 특정 개인을 위해 계시를 준다는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그런 맥락의 계시를 받을 거라는 기록은 성경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 누가 주인공 목사와 같이 계시를 받았다면 이게 진짜 계시인지 판단할 근거는 성경에는 없다.


또 한 가지는 신약 성경은 개인보다는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가 완성해 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인이 물론 믿음이 성장하는 부분은 있지만 중심의 맥락은 이 '교회'가 완성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각자 개인이 이를 위해서 해야 할 행동 지침으로 바르게 살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성경이란 텍스트 내용보다는 현재 삶의 결핍에 대한 위로나 보상을 받으려는 마음이 더 강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이를 채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성경을 읽고 교회에 나가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성경에 부합하는 얘기보다는 자신에게 더 끌리는 얘기에 마음이 따라가 버리기 쉬운 듯하다.


그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그린 <사이비>나 <계시록>에 등장하여 신앙과 이를 가진 사람이란 그런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어긴 사람의 문제인 것처럼, 그런 신앙의 모습은 본질적으로 성경의 문제보다는 사람의 문제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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