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에서 호짬까지 — 바람과 빛, 가족의 여름
좋은 공간은 먼저 공기의 결로 말한다.
불편함을 미리 알아주는 마음
그 배려가 기능을 낭만을 만든다.
리조트 안으로 들어서면
공기의 질감부터 달라졌다.
에어컨의 냉기가 아닌,
나무와 흙이 내뿜는 시원함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자연과 디자인의 공존’이
이곳에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자개무늬의 의자,
방마다 조금씩 다른 화장대의 패턴,
수건걸이의 금속 굴곡 하나까지 —
모두가 손으로 완성된 듯했다.
햇살이 비칠 때마다
그 디테일들이 천천히 드러났다.
한지의 결처럼,
부드럽고 정직한 결이었다.
화장대 위엔 작은 거북이 인형이 있었다.
귀엽게 웃는 얼굴, 손에는 하트 모양이 달려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인형은
6만동을 내면 기부금으로 전환되는 캠페인의 일부였다.
그저 장식 같았던 사물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디자인이 되어 있었다.
화장대 오른편 위쪽엔
작은 나무 프레임이 걸려 있었다.
처음엔 장식인 줄 알았지만
그 안은 분전함을 가리는 덮개였다.
보통은 차가운 철제 문으로 덮기 마련인데,
이곳은 ‘보이지 않는 미’까지 고민한 흔적이 있었다.
거울 옆에는 투명한 모기퇴치제가 놓여 있었다.
밤과 새벽엔 모래파리 같은 작은 해충이 많다고 했다.
며칠 전 사막에서 물린 자국이 가려웠는데,
그 약을 뿌리니 금세 가라앉았다.
리조트는 이런 사소한 불편까지
디자인처럼 다정하게 챙기고 있었다.
욕조 쪽으로 향하니
불도장으로 새겨진 샴푸와 컨디셔너,
바디워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향은 허브와 플라워의 중간쯤,
마치 아로마테라피 룸에 들어선 듯했다.
하루의 피로가 천천히 녹아내렸다.
욕실의 수건걸이에는
마름모꼴의 코팅된 작은 종이가 달려 있었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리조트이기에,
자연을 위해 수건을 한 번 더 사용하길 권장합니다.”
걸려 있는 수건은 그대로 두고,
바닥에 둔 수건만 교체한다는 표시였다.
디자인이 단순히 ‘예쁨’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활방식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욕실엔 환풍기가 없었다.
그런데도 밤에 샤워 후 문을 닫아두면
다음 날 아침엔 완전히 건조되어 있었다.
지붕이 통기성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적 환기가 아닌,
자연의 순환을 이용한 디자인.
가장 오래된 지혜이자,
가장 현대적인 솔루션이었다.
침대 위엔 얇은 흰색 모기장이 달려 있었다.
천장부터 드리워진 그 천이
밤엔 레이스 커튼처럼 흔들렸다.
불을 끄면 새소리와 파도소리가
그 안으로 스며들었다.
기능이 낭만이 되는 순간이었다.
마무리
이 리조트의 인테리어는
‘보이는 것’보다 ‘살아있는 것’에 가까웠다.
습도, 온도, 향기, 빛 —
그 모든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을 완성했다.
이곳의 디테일은
화려함이 아니라 배려였다.
불편함을 미리 알아주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담는 일.
그 마음이 공기처럼 공간을 채울 때,
비로소 진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나의 작업실도 이렇게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기능적이되 감성적이고,
불편하지 않되 따뜻한 디자인으로.
To be continued...
다음 편:
11편. 추석의 보름달이 떠 있던 해변 레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