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에서 호짬까지 — 바람과 빛, 가족의 여름
여행의 끝은 이별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리조트에서의 마지막 아침.
매일 오믈렛을 만들어주던 청년에게
“Goodbye!” 인사를 건넸다.
리셉션 직원은 음식을 뜨고있던 나에게
“언제 떠나요?” 묻더니,
“9시에 나가요.”라는 말에
우리가 밥을 다 먹는 시간에 맞춰
짐을 옮기는 직원을 보내주고
그랩 택시에까지 짐을 실어주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한 손인사였다.
첫 목적지는 타오디엔의 콴부이 가든(Quan Bui Garden).
호치민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인 타오디엔.
관광객에게 유명한 이 가게는 라탄 조명이 천천히 흔들리며
공기마저 부드럽게 빛났다.
테이블 위엔 시그니처 메뉴 두 가지,
모닝글로리, 볶음밥,
아빠가 좋아하는 새우튀김,
그리고 코코넛워터와 스무디가 차례로 놓였다.
엄마와 동생은 코코넛워터를 세 잔이나 더 시켰고,
결국 다 먹지 못한 볶음밥은 포장해
공항에서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타오디엔 거리를 구경을 할겸
일회용수저도 살겸
근처 편의점으로 가보았다.
점심을 마치고, 한국어가 유창한 가이드를 만났다.
내가 짜온 일정표를 보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이동 시간을 조금만 줄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친근하지만서도 믿음이 가는 가이드란 생각이 들었다.
첫 방문지는 통일궁(Reunification Palace).
“이곳은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이 하나가 되었던 상징이에요.”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헬기와 탱크가 동시에 들어왔던 그날,
베트남은 통일되었고,
그로 인해 호치민에서 하노이로 향하는 기차가 생겼다.
아빠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말했다.
“언젠가 우리도 저 기차를 타고 하노이까지 가보자.”
하루 반이 걸리더라도,
그 길은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문득 상상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통일되어
속초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이어지는 날을.
엄마는 여행 전에 베트남에 간다고 친구에게 말했는데
“베트남 땅콩이 맛있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땅콩을 기념품으로 사가고 싶어하셨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물었고
그가 알려준 기념품점이 바로 랑팜(Lang Farm) 이었다
마카다미아, 건과일, 견과류가 모두 베트남산이었고
방부제가 없어 신선했다.
건과일칩과 견과류의 조합은 예술이었다.
엄마가 찾던 ‘땅콩’은 결국 못 찾았다.
가이드는 말했다.
“아마 북쪽에서 나는 건가봐요.”
그 말이 묘하게 남았다 —
언젠가 하노이로 가게 될 이유처럼.
핑크색 외벽이 햇살에 물들어 있었다.
아빠와 나는 사진을 찍고,
엄마와 동생은 차 안에서 잠들었다.
베트남에 왔다면 콩카페 코코넛스무디를 먹어야하지만,
그러나 이곳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가이드가 웃으며 말했다.
“이따 타워 근처 한적한 곳에서
코코넛커피스무디 마셔요.”
그 한마디에 마음이 편해졌다.
호치민의 가장 높은 타워,
그 꼭대기층 카페에 앉았다.
입장권 대신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가이드와 이야기하다
우리가 같은 말띠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베트남엔 소띠가 없어요.
대신 물고기띠가 있죠.
토끼띠는 고양이띠구요.”
이국의 하늘 아래,
뜻밖의 친구를 만난 듯했다.
낯선 나라의 대화지만
한국과 비슷하지만 다른 문화가
그날의 하늘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일정을 다 마친후 저녁의 벤탄시장(Ben Thanh Market).
가이드가 흥정의 법칙을 알려줬다.
“50% 깎고, 안 되면 그냥 가는 척하세요.”
정말 그 말대로 했더니
바로 반값이 되었다.
흥정은 재밌기도 하지만 힘들기도하다고.
시장을 나올 때,
두리안을 파는 할머니가 있었다.
동생이 먹고 싶다고 해서 샀다.
근처 편의점에서 코코넛워터를 함께 마셨다.
맛이 밍숭맹숭하길래 가이드에게 말하니
“두리안 먼저 드셔서 그래요.”
그제야 알았다.
순서도 맛의 일부라는 걸.
공항으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다.
그 모든 빛이 말하는 것 같았다.
“수고했어요. 다시 와요.”
마무리
내 이름은 희련(希蓮) — ‘바랄 희, 연꽃 련’.
그래서일까,
베트남 곳곳의 연꽃이 유난히 반가웠다.
가이드가 말했다.
“베트남의 국화가 바로 연꽃이에요.”
카약을 탈 때도,
분수대에서도,
공항의 장식 속에서도
연꽃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아마도 운명이었을 것이다.
내 이름 속에 이미
이 여름의 답이 숨어 있었던 것.
바람과 빛, 그리고 연꽃.
그것이 나의 여행이자,
련빛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To be continued...
다음 편:
13편. 다시 돌아온 옥상에서의 피어난 무궁화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