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
일요일인데 번쩍 눈이 떠진다. 더 자고 싶은데 눈이 떠진다는 건 좋은 뜻일까 안 좋은 뜻일까. 그래도 더 잠이 오지 않으니, 더 자고 싶은 나의 욕망이 스르르 사라지고 기지개를 켜고 몸에 쉼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쭉쭉 아기처럼 온 몸을 펼치고 구부리며 둥글둥글 노니까, 몸도 개운한지 일어나는 시간이 살짝 즐거워지려고 한다.
어제 데려온 국화에 물도 주면서 내 몸에도 독소를 흘려보낼 신선한 쥬스를 선물한다. 한 동안 방치했던 방도 쓸고 닦고 내 몸도 쓸고 닦는다. 묵혀있던 시간들이 켜켜이 쏟아져 나온다. 인생의 때를 잘 알아차려야 한다는 말은 어쩌면 '시간'적 의미도 있지만 이렇게 불필요한 찌꺼기와 독소들에 대한 알아차림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면 내려앉지 않았으면 하는 먼지도 머리카락도 돌아서면 어디선가에서 다시 드러난다. 살아있다는 증거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귀찮을 때도 많다. 한 번 치우면 깨끗해지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다. 목욕을 하며 때를 밀고 나면 개운하고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진다. 오죽하면 일본에서 원정을 오는 코스가 다 있다고 하지 않을까. 그렇게 쭈욱 맑고 고운 피부를 유지하면 좋겠지만 또 일주일도 못가서 아니 하루 동안에도 독소가 쌓이고 또 먼지들이 내려앉고 내 피부 위에는 한 겹 씩 시간들이 쌓인다.
오늘도 일요일 맞이 말끔하게 몸도 정갈히 하고 방도 빛이 나니 내 마음도 환해진다. 때를 알고 때를 닦고 때를 맞이하는 정화의 의식은 내일도 계속 되어야겠다. 아무래도 자주 자주 알아차리고 털어낸다면 조금은 누적의 층이 얇아질 테니까. 오늘은 조금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쉼을 만난 일요일. 때를 닦는 일은 도를 닦는 일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