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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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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haPark Sep 12. 2021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Day6

일요일인데 번쩍 눈이 떠진다. 더 자고 싶은데 눈이 떠진다는 건 좋은 뜻일까 안 좋은 뜻일까. 그래도 더 잠이 오지 않으니, 더 자고 싶은 나의 욕망이 스르르 사라지고 기지개를 켜고 몸에 쉼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쭉쭉 아기처럼 온 몸을 펼치고 구부리며 둥글둥글 노니까, 몸도 개운한지 일어나는 시간이 살짝 즐거워지려고 한다.


어제 데려온 국화에 물도 주면서 내 몸에도 독소를 흘려보낼 신선한 쥬스를 선물한다. 한 동안 방치했던 방도 쓸고 닦고 내 몸도 쓸고 닦는다. 묵혀있던 시간들이 켜켜이 쏟아져 나온다. 인생의 때를 잘 알아차려야 한다는 말은 어쩌면 '시간'적 의미도 있지만 이렇게 불필요한 찌꺼기와 독소들에 대한 알아차림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면 내려앉지 않았으면 하는 먼지도 머리카락도 돌아서면 어디선가에서 다시 드러난다. 살아있다는 증거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귀찮을 때도 많다. 한 번 치우면 깨끗해지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다. 목욕을 하며 때를 밀고 나면 개운하고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진다. 오죽하면 일본에서 원정을 오는 코스가 다 있다고 하지 않을까. 그렇게 쭈욱 맑고 고운 피부를 유지하면 좋겠지만 또 일주일도 못가서 아니 하루 동안에도 독소가 쌓이고 또 먼지들이 내려앉고 내 피부 위에는 한 겹 씩 시간들이 쌓인다.


오늘도 일요일 맞이 말끔하게 몸도 정갈히 하고 방도 빛이 나니  마음도 환해진다. 때를 알고 때를 닦고 때를 맞이하는 정화의 의식은 내일도 계속 되어야겠다. 아무래도 자주 자주 알아차리고 털어낸다면 조금은 누적의 층이 얇아질 테니까. 오늘은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쉼을 만난 일요일. 때를 닦는 일은 도를 닦는 일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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