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땀 #냄새
여름이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여름이 왔다는 걸 제일 먼저 알려주는 건 나의 코다. 후끈한 열기와 함께 여름의 냄새가 난다. 습습한 공기의 향은 장마가 왔다는 걸 알려준다. 계절이 오고 감을 후각으로 가장 먼저 느낀다. 40년간 계절의 변화를 맡아온 본능이다. 그만큼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 좋은 향기에도 민감하고 좋지 않은 냄새도 기가 막히게 맡는다. 특히 더운 날씨의 여름은 냄새의 계절이라고 할 만큼 땀 냄새, 부패한 음식물의 냄새, 축축한 습기의 냄새 등 다양한 냄새가 뒤덮이는 계절이다.
6학년 담임을 할 때면 여름이 정말로 괴로웠는데 더운 여름, 6학년 아이들이 뿜어내는 땀과 호르몬 냄새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환기를 시켜도 가시지 않던 그 냄새를 막기 위해 공기 정화 스프레이를 사다 놓기도 했었다. 물론 후각은 쉽게 마비되는지라 2교시까지만 버티면 무뎌진 채로 하루를 보내곤 했었다.
냄새에 예민한 나는 나에게서 나는 냄새에도 예민하다. 그런 면에서 특히 여름은 피곤한 계절이다. 나는 나에게서 땀 냄새가 나는 것 같으면 하루 종일 불편해하며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얼마 전 건조기에 돌렸음에도 덜 말려져서 꿉꿉한 냄새가 나는 옷을 잘못 입고 출근했다가 그날 퇴근할 때까지 기분이 저기압인 상태로 보낸 적도 있다.
냄새에 예민하다 보니 나는 향수도 좋아한다. 평소 화장이라곤 썬크림과 팩트, 입술만 대충 칠하면서도 아침에 꼭 향수 뿌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가끔 과하게 뿌리는 바람에 주변에서 질타를 받은 적도 있다. 과한 향수가 오히려 지독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름엔 향수를 잔뜩 뿌리는 걸 그만둘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해 년마다 향수를 한두 병씩 사는 편이다.
지난 겨울에는 치앙마이를 여행할 때였다. 여행 중 구입한 향수가 있으면 뿌릴 때마다 그 곳을 추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로컬 향수 가게를 찾아가 두 병이나 사 왔다. 치앙마이에서만 살 수 있는 향수야! 라고 야심 차게 뿌리고 다녔는데 웬걸, 직장 동료가
“ 어? 이거 내가 맡아본 향인데? 이거 00향수죠?”
라고 하는 바람에 기운이 빠졌다. 향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내가 왜 이렇게 냄새와 향에 집착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과거 프랑스에서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더러운 냄새를 감추기 위해 향수가 발달했다고 한다. 나는 나의 더러움을 감추고 싶은 것인가? 잠깐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내가 여행에서 향수를 사 온 이유이기도 한데, 어떤 장소나 시간, 사람을 기억할 때 후각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어떤 기억, 어떤 사람을 떠올릴 때 나는 그때의 냄새, 향기를 떠올리기도 하고 어떤 향이나 냄새를 맡았을 때 과거 추억 어디 즈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내가 계절을 냄새로 알아차리는 이유와 같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향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 그 이유에서 나는 그렇게 향수를 뿌려대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에게 정말 좋은 냄새는 화려한 향기가 아니다. 보들보들 고양이가 햇빛을 잔뜩 쬔 후 나는 털의 보송한 냄새, 1학년 우리 반 아이가 깨끗하게 씻고 잔뜩 바른 벌레 기피제 냄새, 어렸을 적 엄마에게 안겼을 때 나던 엄마의 옅은 화장품 냄새. 이런 향은 나를 포근하게 만든다. 아무래도 그 냄새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아마 내일도 나는 출근하기 전 향수를 칙칙 뿌리겠지. 하지만 단순한 그 향의 화려함보다도 나란 사람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을 떠올리도록 해야겠다고 스스로 되돌아본다. 그리고 이 습하고 더운 여름이 가기 전에 올해만의 좋은 여름 냄새, 여름 이야기를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