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근교 여행지, 오쿠타마
도쿄에 살며 온천에 가고 싶을 때는 하코네로, 바다에 가고 싶으면 카마쿠라에 가는데, 계곡에 가고 싶을 때는 어디로 갈까? 오늘 소개할 곳, 오쿠타마(奥多摩)이다. 도쿄의 서쪽에 위치한 오쿠타마는 도쿄 근교 여행지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과거 경제 버블 이전에는 탄광업과 벌목업을 중심으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 오쿠타마까지는 신주쿠역에서 쾌속 열차로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지루할 틈이 없는 트레킹 코스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고리역(古里駅) - 오쿠타마역(奥多摩駅) 사이의 트레킹 구간이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는 완만한 등산 루트이면서도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개의 작은 폭포와 계곡, 시골 마을을 지나기 때문에 다양한 시청각적 자극에 지루할 틈이 없다. 코스 길이는 8.2km, 소요시간은 대략 3시간이라고 하지만 시간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풍경이 아름다워서 걷는 중간 멈춰서 바라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이라면 옷 안에 수영복을 입고 트레킹을 하다 잠시 계곡에서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힌 뒤, 다시 트레킹 코스에 진입할 수도 있다.
여타 도쿄 근교 여행지에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유독 이곳 계곡에는 서양인들이 많았다. 이곳이 프로방스 베르동 계곡인지 도쿄도 니시타마군 오쿠타마정인지 모를 풍경이다. 윤슬이 떠 있는 옥색 계곡으로 하나, 둘, 용감하게 다이빙을 하는 청년들의 젊음이 윤슬만큼이나 반짝인다.
: 오쿠타마 관광안내소 제공 트레킹 코스 지도
오쿠타마역 근처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려면 히카와계곡(氷川渓谷)을 검색하면 된다. 이곳은 바비큐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https://maps.app.goo.gl/215EKu5n3pajAo697
오쿠타마 트레킹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그 코스의 끝에는 시원한 탭 맥주라는 완벽한 마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VERTERE Taproom은 오직 토, 일요일에만 문을 연다. 자체 브루어리를 소유하고 있고, 미리 예약을 하면 브루어리 투어도 가능하니 비어긱에게 매우 추천한다.
https://maps.app.goo.gl/otvKyBe75Nv9Lsme8
TIP:
1. 트레킹 중 마실 물이나 간식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고리역 앞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이용하자.
2. 반려견과 함께 트레킹을 했다면 테라스석에 한 해 동반 가능한 이곳에서 식사. 숲 뷰는 덤.
https://maps.app.goo.gl/qw41TRhE85ASyUeg9
차가운 강물이 온몸의 세포를 깨운다
오쿠타마 트레킹을 하고 돌아와서 일주일 후에 다시 오쿠타마에 갔다. 패들링을 예약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멍한 상태로 액티비티에 참여했다. 강으로 출발하기 전에 강사분이 패들링에 필요한 노를 젓는 방법,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산길을 내려가서 보드에 올랐다. 나의 첫 패들링은 바다에서였다. 자꾸 발 위로 파도가 올라와서 겁이 났다. 그러나 강물 위에서는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파도가 없으니 보드 위에서의 균형잡기도 안정적이었다. 옥색 강물과 초록 숲의 풍경이 장관이다. 이것은 단순히 레포츠가 아니다. (힐링 그 잡채이다.) 강사분 말에 의하면 제2의 성수기는 단풍이 무르익는 가을이라고 하는데, 단풍을 보며 패들링이라니.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 같다.
중간중간 강사분이 도전 과제를 내준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 보드로 옮겨가서 2인 1조로 타기, 보드를 흔들어서 균형 잡기, 보드 끝에 걸터앉아서 빙글빙글 회전하기 등등. 도전 실패의 결과는 입수. 차가운 강물이 온몸의 세포를 깨운다. 머릿속 가득한 안개가 비로소 걷히는 느낌이다. 자꾸만 물에 빠지고 싶다.
보드 위에 가만히 누워서 물살을 따라 유유히 흘러갈 때, 평화란 이런 것이구나 깨닫는다. 숲의 바람, 새소리, 나뭇가지끼리 부딪히는 소리. 젖은 몸이 조금씩 마른다. 여름도 좋고, 찌는 듯한 더위도 좋다고 말했다. 더위가 싫다면, 더위를 즐기는 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오쿠타마 화장실은 무언가 다르다
트레킹 도중 화장실에 들어갔다. 뭔가 달랐다. 일본 공공화장실은 청결하기로 유명하지만, 뭐랄까? 이곳은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시쳇말로 '이거슨 어나더레벨'이었다.) 통나무로 만들어진 한 칸짜리 간이화장실에 햇볕 한 줄기가 쏟아진다. 아, 이 화장실은 젠 스타일이다. 화장실에서 나가자마자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이 화장실은 뭔가 달라." 나의 직감이 맞았다.
화장실 앞에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한 남자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사진이다. 궁금한 건 못 참는다. 인터넷을 뒤졌다. 슬로건은 OPT. OPT는 오쿠타마, 피카피카(반짝반짝), 토이레(화장실)의 약자이다. 오쿠타마 화장실이 더럽다는 이용객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본에서 관광객 화장실이 제일 깨끗한 마을'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변기는 손을 넣어서 닦아내고, 바닥에는 물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게, 누워도 될 정도로 청소를 한다.
노천 온천에서 계절을 즐기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도시로 돌아가기 전에 '히가에리 온센(日帰り温泉, 당일치기 온천)'도 추천하는 바이다. 모에기노유(もえぎの湯)는 작은 온천이지만 로텐부로(露天風呂, 노천온천)가 있어서 야외에서 계절을 즐기며 온천욕을 할 수 있다. 여름에도 숲이라 바람이 불어오니 로텐부로에서 몸을 데운 후 가만히 서서 바람에 몸을 식히고 다시 로텐부로에 들어가길 반복하면, 이것이야말로 일본 온천 100배 즐기기. 땀을 흘려 악취가 나는 자, 강물에 빠진 자는 꼭 들르자.
(온천에는 린스겸용 샴푸, 바디로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수건은 돈을 내야 하니 챙겨 가세요.)
목욕은 부담스럽고 발의 피로만이라도 풀고 싶다면 온천 건물 앞 작은 족욕탕이라도 체험해 보길.
https://maps.app.goo.gl/vNyMEucMbHmNwiid8
이 글은 아무런 협찬이 없는 100%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많은 트레킹 루트, 등산 루트 정보는 오쿠타마 관광안내소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okutama.gr.jp/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