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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Nov 30. 2020

레거시미디어에게 유튜브는 이길 수 없는 절대강적?

이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다면 레거시미디어는 더욱 퇴보할 것이다

프롤로그 : 서비스가 넘쳐나는 요즘,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잡식성이 되어간다

몇 달 전, 모 에이전시에서 '동영상 트렌드와 OTT(Over-The-Top) 서비스'에 관한 강의를 해달라는 연락이 왔었다. 동영상 콘텐츠와 관련된 내용을 망라하여 언급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다른 한 곳에서는 트렌드까지 덧붙여서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했다. 잠시 망설였다. 사실 필자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영화를 잡식성으로 즐기는 '바보상자(TV)' 시청자이고 수많은 콘텐츠 중 볼만한 걸 고르다가 시간 다 잡아먹는 넷플릭스(Netflix) 유저 중 하나이며 유튜브(Youtube)와 틱톡(tiktok)에 푹 빠져 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최근 몇 년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곳곳에 편성된 공중파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나마 예능 프로그램도 <나 혼자 산다>나 <놀면 뭐하니?> 정도만 소화하고 있는 중이다. 종합편성(이하 종편) 채널이 등장한 이후 우리 집의 리모컨도 아주 가끔 공중파를 찾는다. 그런 내가 동영상 또는 방송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얼마나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공중파나 종편채널에 이어 동영상 플랫폼과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마구 소비하고 있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에 강의는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쉽긴 했다. 무엇보다 전문적이지 않은 얕은 지식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동영상 트렌드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공중파와 종편, 유튜브와 틱톡,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지금 이 시대의 동영상 트렌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 빈 공간에 낙서하듯 남겨본다.

당신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출처 : pixabay

올해 5일간의 추석 연휴 중 안방을 찾았던 '나훈아 콘서트'는 단연 화제였다. 아니 화제였다고 한다. 실제로 보진 않았으니까. KBS에서 방송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프로그램은 나훈아 개인에게 있어서도 굉장히 오래간만의 공중파 출연이라 의미가 있었을 것이고 높은 시청률로 최근 트로트의 열풍과 인기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기도 했단다.

맛깔스럽게 '동그랑땡'을 부치시던 엄마는 나훈아 콘서트 이야기를 한참 동안 하셨다. 난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미스터 트롯>을 이야기하셨고 임영웅의 팬이 되었다고도 하셨다. 트로트가 이렇게 트렌드의 정점을 찍게 될 줄이야. 이후로 임영웅을 비롯한 트로트 대세들이 예능 프로그램과 CF에 종종 등장하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다. 

설날이나 추석 연휴가 되면 최근 극장가에서 상영되었던 영화들이 편성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미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임에도 가족들과 함께 하니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아육대(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의 줄임말)나 진부해져버린 마술쇼처럼 꾸준하게 시청자를 찾았던 명절 특집 프로그램들도 있었다. 정규편성을 노리는 신박한 파일럿 프로그램들도 편성표 사이에 종종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동영상 서비스가 넘쳐날 정도로 생겨난 2020년, 선택의 폭이 넓어진 시청자들에게 공중파 명절 특집이란 (감히 말해) '질소로 과대 포장한 과자 봉지' 같은 느낌이다. 겉으로 보면 특별해 보이지만 사용자들은 정작 다른 곳에서 더욱 매력적인 콘텐츠를 찾는다. 

동영상 플랫폼의 거침없는 순항, 레거시미디어를 압도하다.  출처 : pixabay

사실 빼어난 프로그램을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출 난 아이디어와 완벽한 기획안, 출중한 제작진들을 모아놓고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시청률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기획의도와 다르게 망가질 수도 있다. 딱 1~2시간을 방송하기 위해 3개월 이상 밤낮없이 '개고생' 했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제작에 참여했던 나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긴 했다만 그것도 잠시, 높지 않은 시청률에 전파를 탄 이후 그 어딘가에 묻힌 프로그램이 버려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가 소비하는 공중파 및 종편채널의 콘텐츠는 대부분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유튜브나 틱톡을 보다 보면 그 생각이 확 달라진다(자세한 내용은 후술 하겠다) 

두서도 없이 길게 쓰게 될 것 같아 벌써부터 우려스럽지만 일단 적어본다.


레거시 미디어를 위협하는 종편채널의 등장

종편채널이 등장하기 이전 MBC나 KBS, SBS 등 기존 레거시미디어(Legacy Media, 전통 미디어)의 힘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프라임 타임(Prime time)이라 불리는 저녁 시간대 CF 광고 역시 높은 광고 금액만큼이나 놀라운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과거엔 봄이나 가을이 되면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개편하기도 했지만 <전국 노래자랑>처럼 오랜 세월 동안 이탈 없이 이어지는 장수 프로그램들도 있고 2006년 5월 시작해 563화로 종영된 MBC <무한도전> 역시 10년을 넘게 지속되어 수많은 마니아층을 양산하기도 했다. KBS의 <1박 2일>은 시즌을 거듭하며 지속하고 있다.

그 이후 종편채널이 생겼다. 여기에 테크놀로지와 네트워크의 발달이 덧붙여져 '진화'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울트라급에 가까운 화질의 개선(UHD), 통신 네트워크의 발달과 편리하고 저렴한 IPTV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은 다양하고 폭넓은 채널을 손안에 쥐게 되었다. 종편채널은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특별한 콘텐츠를 내세우기 바빴다. 그중 잔상이 짙은 것은 TV 조선의 <한반도>였다. 제작기간 4년에 제작비만 100억 원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형 드라마였지만 이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참고로 황정민과 김정은 등이 출연한 바 있다. 종편채널은 2012년 개국 이후 점차 나아지는 추세였다. 꽤 볼만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들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심지어 공중파의 시청률을 뛰어넘는 화제를 몰며 트렌드세터가 되기도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나 <시그널>, <비밀의 숲> 등 굵직한 드라마와 <삼시세끼>와 같이 예능까지 겸비한 tvN은 CJ의 든든한 지원을 받기도 한다. CJ는 tvN, Mnet 등 미디어 채널을 확보하며 '넘사벽' 수준의 미디어 그룹이 되었다. 중앙일보와 JTBC의 체제 역시 종합 미디어로서 발돋움했다. JTBC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모두 CJ와 힘을 겨루는 편인데 (CJ그룹 채널에는 없는) 'JTBC의 뉴스룸'은 기존 공중파의 뉴스 시청률까지 압도하기도 했다. 트로트를 대세로 이끈 '미스트롯'과 '미스터 트롯'은 TV조선에서 제작한 경연 프로그램으로 전례 없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트로트가 이렇게 대세를 이루게 되면서 공중파가 '따라 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원조는 있지만 이를 카피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공중파가 다른 채널의 유사 프로그램을 따라 하는 경우도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미디어 환경은 몰라보게 바뀌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   출처 : octagonmedia8.com

유튜브와 틱톡 등 초강력 동영상 서비스가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파급력 강했던 레거시미디어는 종편 채널을 비롯하여 유튜브, 틱톡, 넷플릭스 등의 등장으로 상당한 적자를 내기도 했다. 저 멀리서 불어온 지각변동이 바로 턱 밑까지 왔는데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동영상 플랫폼과 동영상 시장은 우리 사회에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연령대도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어디 그뿐인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역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구독자수 130만 명을 기록 중인 박막례 할머니는 1947년생이다. 과거 보람튜브에 등장했던 아이는 2013년생이었다. 

공중파에 집중하던 광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랜선을 타고 이 곳 저 곳에 스며들었다. 이젠 시청률보다 '조회수'로 콘텐츠를 이야기한다. YG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Blackpink) 공식 유튜브 채널은 11월 11일 기준으로 구독자만 5천290만 명, 누적 조회수는 138억 회였다. 2016년 6월 개설되어 4년 만에 이뤄낸 '기록'이다. MBC 등의 공중파가 대한민국을 커버하는 채널이었다면 유튜브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널리 알린 '허팝(Heopop)'이 두바이에서 촬영 중이었을 때도 다른 외국인이 "유튜브에서 당신(허팝)을 봤다"라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해 준 바 있다. 그만큼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국내를 넘어 해외 저 너머로 파급력을 가진다.    

허팝을 알아본 외국인이라니!  출처 : 허팝Heopop 유튜브 캡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이제는 마치 당연한 듯) 소속사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샌드박스의 경우 MCN 업계를 대표하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으로 일반 기업 수준에 이른다. 게임 관련 채널을 운영했던 도티는 물론이고 김창옥, 유병재, 배꼽빌라 등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소속되어 있다. 샌드박스의 대표가 바로 도티다. 이들은 공중파를 포함해 종편채널에서도 얼굴을 알린 바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튜브 세상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봐야겠다.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매우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로 자리한다. 이미 잘 알려진 셀럽들이 유튜브나 틱톡에서 트렌드를 창조하기도 한다. 한때 지코의 <아무노래>챌린지가 전파된 사례도 있었던 것을 보면 이를 소비하는 MZ세대의 트렌드 공유는 무서울 정도다. 틱톡을 통해 전파되는 짧은 동영상의 힘은 매우 굵직하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실험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콘텐츠들과 함께 '때론 괴팍해 보이는 영상들'까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그 어딘가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 기획 자체가 '먹힐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실 공중파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어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이라는 장벽이 한계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유튜브에는 약관에 따른 제약사항만 어기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일정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공중파의 경우 (육두문자는 당연히 안되지만) 신조어를 쓴다고 방송심의 규정에 의거하여 경고를 받은 사례도 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신조어를 제작진이 안다고 해서 남발하는 경우 분명 문제가 될 순 있다. 단어를 요약해서 말하거나 오픈사전에 나올 만큼 '유행어'로 쓰이는 경우라면 또 달라질 수 있다. "This is 나전칠기"라는 둥 "So 감사"라는 둥의 영어와 한글을 마구 뒤섞은 말들이 '한글 파괴'라며 방송심의 규정에 의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논란은 있었다. '문화적 퇴행'이라는 말도 있었고 '적절하게 지적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방송심의 규정 테두리 자체가 너무 빡빡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강약 조절'은 필요하다. 아주 적절하게 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준과 잣대가 오히려 역행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그 규정은 이 시대의 문화를 올바르게 반영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숏. 확. 행. 그것은 바로 틱톡.  출처 : rollingstone.com

방송사도 매달리는 유튜브 채널 그리고 공중파에서 모셔가는 크리에이터(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도 방송 프로그램 못지않게 자막도 음악도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마스터피스(masterpiece)가 된다. 편집하는 스킬 역시 남다르다. 썸네일로 추출하는 '눈썰미'도 두루 갖췄다. 물론 어그로를 끄는 경우도 존재한다. 방송을 제작하는 인력만큼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 또한 거대해져가고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타이틀과 썸네일은 콘텐츠만큼 중요해졌다. 일단 노출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회수를 늘릴 수 있다. 지금은 매우 당연해졌지만, 방송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방송사도 유튜브를 한다. 방송에서 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SNS에 공유시키는 경우들도 있지만 이미 낡아빠진 프로그램들을 재가공하여 업로드하는 경우들도 있다. '낡고 먼지 쌓인' 과거의 영상들은 일부 유저들에게 감성을 자극시키는 추억의 콘텐츠로 되살아나곤 한다. 낡았다고 표현했지만 이는 매우 엔틱하고 클래식한 추억 소환의 결과물이라 하겠다. MBC의 경우 #오분순삭, #옛능(옛날예능)이라고 해서 기존에 방영되었던 프로그램들의 주요 하이라이트를 모아 재생산한다. 옛날예능의 경우 2019년 8월에 시작해 구독자 수 67만 명을 모았고 누적 조회수만 약 5억 9천 회를 기록했다. 오분순삭은 2019년 9월 시작하여 구독자 수 약 90만 명, 누적 조회수 약 6억 8천 회에 이른다.  

SBS에도 예능이나 드라마가 넘쳐나는데 SBS 드라마부터 스브스 옛날 드라마 '빽드', SBS 캐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 방송에서 'ON-AIR' 되었던 것을 재가공해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이제 방송 프로그램의 소비는 '본방사수'나 '재방송'이 아니라 재가공을 통한 하이라이트 소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전체 분량이 담긴 풀영상이 아니라 클립으로 제공되는 영상만 봐도 전체를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의 곱씹기 채널, <옛날예능>  출처 : 옛능 유튜브 홈

이 밖에도 SBS는 비디오머그나 스브스뉴스로 미디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늘 손꼽히기도 했다. 스브스뉴스에서 인턴 PD로 활동했던 재재(본명, 이은재)도 유튜브를 통해 인플루언서가 된 케이스에 속한다. 최근에는 <문명특급>이라는 웹 예능을 유튜브에서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아 최근 MBC <라디오스타>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뭐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니다. 인기를 끄는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지 방송사에서 섭외하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다. 덕분에 채널을 옮겨도 같은 사람이 나오는 경우들이 다반사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먹고사는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방송에서 '모셔가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과연 그 방송에 적합한지, 과연 프로그램의 성격과 맞는지에 대한 아무런 고민 없이 무조건 꽂아 넣는 경우는 방송사가 다해야 할 의무를 놓아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이름값이 있고 유명하니 일단 앉혀놓고 시청률을 바라는 것은 지나칠 정도가 아닌가. 더구나 어느 프로그램이든 등장해 마치 새로운 질문인 것처럼 던지는 것은 일부 시청자에겐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할 것 같다. 지오디의 박준형이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출연진들과 함께 유튜브 <와썹맨>을 진행한 적이 있다. 사실 박준형이기에 그 어색한 분위기의 반전이 가능했을 테지만 정작 이들과 인터뷰한다고 '김치 먹어봤냐?',  '강남스타일을 아느냐?'며 뻔한 질문을 했다면 그 자체로 폭망이었을 것이다. 국내 배우와 헐리우드 배우를 막론하고 인터뷰의 형태와 그 퀄리티 자체도 공중파보다 유튜브가 거론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참고로 유튜버 이승국이 영화 <홉스앤쇼>에 등장했던 드웨인 존슨과 인터뷰했던 내용들이 SNS을 통해 널리 퍼진 경우도 있다. 드웨인 존슨과 인터뷰 하면서 '인터뷰이'인 드웨인 존슨의 마음을 울리는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과 다른 인터뷰 내용과 방식이 달리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천재이승국'을 운영하던 이승국은 이후 JTBC 스튜디오와 전속 계약을 했다.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의 영국남자 조쉬가 헐리우드 배우들과 독특하게 인터뷰를 끌고 나가는 방식 역시 공중파와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형식 파괴도 있지만 유튜브이니까 가능했던 것들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다.  

유튜브에 대한 내용 중 일부 케이스만 다룬 것이지만 이를 나열하고 언급하려면 더욱 길어질 것 같아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이처럼 유튜브의 파급력과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살짝 덧붙이자면, 유튜브로 쏠리는 독주현상 체제는 지금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온 국민이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카오톡'보다 2배 이상 더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온 적이 있다. 이쯤 되면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군과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는 군 등 두 부류로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

방송사도 언론사도 놓칠 수 없는 플랫폼, 유튜브.   출처 : pixabay

<첨언>

앞서 언급했던 재재의 경우는 사실 좀 독특한 편에 속한다. 인턴으로 시작해 마치 셀럽처럼 자신을 키운 셈이니까 말이다. 유튜브를 제작하는 인력 구조를 보면 정규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뉴미디어'라며 유튜브에 배치하는 아르바이트, 파견직, 임시직 등이 주를 이루는 비정규직은 기존 정규직의 몇 배수에 이른다. 오랜 시간 같은 조직 내에서 구성원으로 근무해도 이들의 노동력으로 책정되는 월급은 매우 짜다. 가슴 아프지만 현실이다. 과거 필자도 방송과 광고 현장에서 '중노동 무임금'으로 젊음을 불태웠다가 그만둔 적이 있다. 이 한 몸 불태워 내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으리라는 열정이 오히려 내 육체를 태우고 내 젊음까지 갈아 넣어야 했던 현실이 매우 아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들은 저렇게 겉으론 미소 지으며 웃고 있지만 모니터 앞에서 파이널 컷의 타임라인을 눈 빠지게 바라보며 편집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조차 '일알못' 정규직의 지시를 받아야 하고 정규직보다 더 늦게 퇴근하곤 한다. 유튜브를 제작하는 모든 조직, 모든 회사가 그렇다는 건 아니니 참고하길 바란다. 


동영상 플랫폼과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도 그러한 경우가 있지만 틱톡은 짧은 영상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한다. 마치 'GIF'파일과 같이 움짤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이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의 변화를 대변한다. 몇 달 전, 방송을 제작하는 현직 PD에게 유튜브를 잇는 차세대 플랫폼에 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이미 틱톡이라는 것이 등장했고 유튜브와 함께 이미 MZ세대들의 핫한 플랫폼이니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사실 동영상을 다루는 플랫폼이긴 하지만 동영상 자체를 짧은 호흡으로 이어간다는 측면만 놓고 보면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하다. 전체 5분짜리 영상도 짧게 하이라이트만 잘라내 1분 남짓 보여주거나 정작 결과만 드러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경우들도 있다. 놀라운 퀄리티의 CG 장인들이 선보이는 독특한 영상들도 있고 사건사고가 적나라하게 담긴 콘텐츠도 있으며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핫한 영상들도 존재한다.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끝도 없이 내려가는 스크롤에도 콘텐츠는 무한대로 솟구친다. 우리가 모바일을 통해 바라보는 이 영상들은 모두 1분 내외다. 

문득 방송 프로그램들이 생각이 났다. 

늘어지도록 길게 빼버린 프로그램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드라마처럼 플롯이나 시나리오가 있는 경우는 다르지만 방송 편성을 위해 1시간을 꽉 채운 프로그램들에서 반복 편집하는 사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등장하는 MC 및 게스트가 많아 이들의 표정을 하나씩 모두 담기 위한 사례들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시청자의 긴장감과 궁금증을 더해준다는 명분 아래 존재하는 경우들은 '과유불급'이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지금 이 시대의 시청자들은 과거보다 더욱 발 빨라졌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결과적으로 '눈치'가 빠르다. 어차피 다 아는 결과인데 마치 제작진만 모르는 듯 편집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때론 쓸데없는 자막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거나 굉장히 거슬리게 하는 경우들도 있다. 온전히 영상에 집중하고 싶을 때도 있는 법. 이 글을 쓰며 몇몇 프로그램이 떠오르지만 굳이 언급하진 않겠다.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들.  출처 : gearpatrol.com

필자는 유튜브나 틱톡을 동영상 플랫폼으로,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등을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말한다. 어차피 동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은 유사할 테지만 콘텐츠가 다르고 플랫폼과 서비스 역시 차이를 보이고 있으니 구분하기 쉽도록 굳이 저렇게 구분하곤 한다. 유튜브나 틱톡은 이미 모든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다. 반면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디즈니 플러스 등은 저작권(IP)을 가진 제작사들이 참여하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츠를 다룬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도 선보인다. 박스오피스에 등장했던 영화나 전파를 탔던 드라마들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는 말 그대로 '독점 콘텐츠'가 된다.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호흡을 맞춰 만들어낸 <킹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넷플릭스 구독자가 아니면 볼 수 없다는 얘기. 사실 독점 콘텐츠는 구독을 유도하는 장치이자 홍보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현금 사냥꾼을 일컬어 '만달로리안(Mandalorian)'이라고 하는데 이를 다룬 시리즈 역시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독점 제공되고 있어 스타워즈 팬들을 유혹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에서 서비스하게 될 경우 또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디즈니를 선택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동영상 서비스라면 국내 포털 사이트도 이미 구축한 지 오래다. 네이버는 TV캐스트를 전면 개편하여 네이버TV를 내놓았고 다음TV팟은 카카오TV로 변모했다. 네이버TV나 카카오TV 모두 자체적으로 웹드라마까지 선보인 적이 있다. 웹드라마 자체도 인기를 끌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역시 유튜브의 높은 벽을 넘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를 밀어내고 자신들이 구축한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시장 안에서 자신들이 만든 서비스 이외 쓰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으나 결과적으로, 장기적으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불과한 일이 아닐까? 네이버나 카카오는 이미 국내에서 영향력이 지대한 IT 분야 대기업이지만 이들이 동영상에 특화된 곳도 아닐뿐더러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가 동영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택과 집중은 필요해 보인다.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질 것이냐, 투항이 아닌 수용으로 상생할 것이냐. 이는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방송을 만들어내는 미디어 또한 마찬가지. 클립을 만들어 광고 수익만 바라보며 같은 영상을 재생산해 멀티 유즈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가? 수익을 위해서라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어제 인기있었던 영상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반복 재생하고 재가공 하는 경우들이 다반사인데 이것은 미디어 환경의 저해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플랫폼별로 같은 콘텐츠로 수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그들의 '기본 값'이라면 플랫폼에 걸맞는 콘텐츠를 구상하는 것 역시 미디어의 기본이다. 그것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플랫폼 역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네이버의 동영상 플랫폼, 네이버TV

레거시 미디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가 알만한 스타 PD는 사실상 손에 꼽는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작가들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것 같다. 그들의 조합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누구나 시행착오는 필요한 법. 그래서 파일럿이라는 실험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 PD 역시 <무한도전>을 마무리하고 방송에 돌아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했을 것이고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일부 무한도전의 팬들은 무한도전의 부활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유재석 1인 체제로 만들어진 '포스트 무한도전'은 다름 아닌 <놀면 뭐하니?>였다. 이 실험은 유튜브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본 방송에서 파일럿 하기에도 애매했을 테니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조합이라니. 예상대로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되었다. 순식간에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몇 차례에 걸쳐 프로젝트가 이어졌고 최근 <환불원정대>로 하나를 마무리했다. 뒤이어 무엇이 등장하든 부담감은 이어진다. 방송이란 언제나 그렇듯 하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도 이어지는 아이템에서 자칫 시청자들의 눈에 거슬리게 되면 본전도 찾지 못한다. '밑져야 본전'은 없다. 

하지만 유튜브에 올라오는 수만 가지 콘텐츠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서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방송 제작진이 아닌 일반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일상을 찍거나 재미있는 상황들을 연출해 UCC라 불리는 것으로 스타트를 끊은 것이 유튜브의 시초이니까 말이다. 본래의 순수한 틀이라는 것이 없으면 변형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이를 어떻게 '재창조'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방송 프로그램들을 떠올려보면 굉장히 단순했다. 시사, 교양, 예능, 드라마, 스포츠로 나뉜 분야 속에서 수십 년을 이어왔다. 장학퀴즈나 골든벨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고 스포츠와 접목한 예능 프로그램도 존재했으며 MC 하나를 두고 교양과 예능을 넘나드는 토크쇼도 한 시대를 풍미한 적이 있다. 이후 관찰 예능이 각광을 받았고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했으며 프로그램을 이끄는 MC나 게스트도 2명 이상 그룹을 이루게 되었다. 부동산, 캠핑, 인테리어,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예측할 수 없는 다양성을 보이기도 한다. 공중파 채널에서 24시간 365일 풀타임으로 편성해도 수만 가지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소화할 순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유튜브는 넘사벽 그 자체다. 일생을 온전히 유튜브라는 공간에서 지내도 모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니 이미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의 격차는 좁힐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투자와 참신한 실험 정신은 절대적이다.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것은 이미 수많은 '패스트 팔로워' 뒤에서 느림마 걸음을 하는 수준일 뿐이다. 미디어들은 작금의 사태를 두고 '유튜브' 때문이라고 한다. 언론사들 역시 '유튜브 경쟁'을 수도 없이 외쳐대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맹목적인 영상을 기계적으로 찍어내기 바쁘다. 참신함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수많은 인력들을 배치하면서 조직을 만들고 오로지 조회수에만 급급하면 '눈먼 돈'만 줄줄 샐 뿐이다. 

너도 나도 유튜브!  출처 : techcrunch.com

레거시 미디어는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정통과 전통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색깔만 고집하면 아무리 젊은 피(MZ세대에 걸치는 인력들)를 수혈해도 경쟁력을 갖긴 쉽지 않다. 언제나 새로운 것에 갈증을 느끼는 유저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최소한 퍼스트 무버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만 되더라도 중간은 간다. 굳이 트렌드세터를 자처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지인의 이야기를 덧붙여본다. 

"나이 드신 00 팀장은 아무리 봐도 꼰대 같아.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읽어보라고 추천을 하는데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세대차이'가 극복되는 건 아니잖아? 이미 트렌드에서 멀어졌는데 무슨 수로 극복을 하지?"

그리고 이름 모를 그 00 팀장은 정작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의 퀄리티가 아니라 조회수와 구독자만 바라본다는 후문. 프로그램이 잘 만들어졌는지를 봐야 할 사람이 '시청률이 왜 이렇게 안 나오느냐'라고 숫자만 바라보며 소리를 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때론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경우들이 있다. 변화를 관찰하며 재미를 느끼고 반전이 될법한 결과를 보며 감동을 느끼는 경우들인데 레거시 미디어를 비롯해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구성원들의 메이크오버가 부실하거나 부재하다면 재미와 감동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내용들을 파악하고 정리하고자 작성한 단순한 글이므로 두서가 없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제안이 들어왔던 강의는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 더 정진하겠습니다! 

※ 팩트와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분명 글을 다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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