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했던 <인터스텔라>(2014)는 우주여행을 넘어 상대성이론을 기반으로 시간의 왜곡을 이야기했다. 3년이 흐른 뒤 <덩케르크>(2017)를 통해 동시에 벌어지는 3가지의 사건을 시간적으로 교차 편집해 놀라운 연출력을 선보였고 또 3년 뒤 <테넷>(2020)으로 시간의 역행을 다루며 전작의 테크놀로지와 연출을 뛰어넘는 시도와 도전을 집요하게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또 3년이 흘렀다. 이제는 실존했던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다루게 된다. 이 작품은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이고 오펜하이머가 수행했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다루게 되는데 제작 발표가 알려진 당시 '실제로 핵폭발을 구현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들을 늘 기대 이상으로 느끼긴 했지만 이 작품 역시 2023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오펜하이머의 주인공은 당연히 오펜하이머. 영화 속에서 오펜하이머를 연기하게 되는 배우는 킬리언 머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에 자주 얼굴을 보여 놀란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정도다. 킬리언 머피 이외에도 에밀리 블런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이 배우들, 어떻게 다 모았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캐스팅조차 놀랍다. 이번에는 어떠한 부분들을 사실적으로 되살렸을까? 특히 오펜하이머의 맨해튼 프로젝트와 핵무기는 또 어떻게 표현했을까? 정말 소문으로 돌던 핵폭발을 CG 하나 없이 진행했을까?
먼저 오펜하이머의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짧게 언급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진행한 비밀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군사 조직이 뉴욕 맨해튼에 있어 맨해튼 프로젝트라 불렸다. 이론물리학자였던 오펜하이머를 포함하여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이 우라늄을 이용해 폭탄의 실현 가능성을 모색했다. 특히 오펜하이머는 핵반응에서 중간자의 다중 발생과 중양성자 핵반응 등을 연구하기도 했는데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중성자와 관련된 계산을 수행했다고 한다. ※ 핵반응이란 원자핵에 입자를 충동시켰을 때 일어나는 산란 및 반응을 이야기한다. 양성자, 중성자, 중간자 등 갖가지의 충돌 입자가 있을 수 있다.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원자폭탄에 대한 종합적인 설계나 연구를 하던 사람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된 레슬리 그로브스 장군은 경력이 부족한 것도 모자라 공산주의자라는 의심까지 받았던 오펜하이머를 프로젝트에 필수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레슬리 그로브스 캐릭터는 맷 데이먼이 연기한다. 그로브스 장군이 맨해튼 프로젝트 전체 인력이나 예산, 자원 등 관리를 총괄하는 사람이었다면 오펜하이머는 직접 핵무기를 개발하는 최고 책임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말하자면 실질적인 PM(Project Manager)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미국은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엄청난 살상력의 원자폭탄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1945년 8월 6일에는 히로시마, 8월 9일에는 나가사키에 각각 '리틀보이', '팻맨'이라는 이름의 폭탄이 투하되고 며칠이 지나 1945년 8월 15일 일본은 항복을 선언, 2차 세계대전은 마무리되고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게 된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만들어낸 폭탄의 위력을 알게 되자 회의론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개발을 추진하던 수소폭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었다고 한다. 핵무기에 대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오펜하이머가 반핵주의자가 되니 기존에 공산주의자로 의심받았던 일들이 더욱 불거지게 되어 비밀정보에 관한 접근 권한도 그가 입고 있던 공직이라는 신분도 모두 벗어던지게 된다. 말년에도 그가 평생 함께 했던 물리학에 대한 논문도 꾸준하게 썼다고 했다. 하지만 후두암에 걸려 투병하다 62세에 별세했다.
지금 인류는 핵융합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서 핵융합 점화를 성공해 무한하고 청정한 에너지 생산이라는 핵융합 발전에 첫 발을 내딛기도 했다. 만약 이론물리학자 오펜하이머가 핵무기가 아니라 핵융합으로 인한 에너지 생산을 목격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영화 <오펜하이머>는 2023년 7월 개봉 예정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CG를 사용하지 않고 핵 폭발 실험인 트리니티 테스트를 구현했는데 이는 매우 거대한 도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트리니티 테스트는 인류 최초로 핵실험에 사용된 핵무기의 코드 네임이다.
※ 이 글은 단대신문 1499호에도 실렸습니다. 편집상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http://dknews.dankoo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