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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y 28. 2024

넌 어디에서 무슨 뉴스를 보니?

동영상 플랫폼에서 뉴스를 소비한다는 것!


오래전 우리 집 현관문 앞에는 일간지 2개가 아침마다 놓여있었다. 나는 가끔 1면이나 2면 정도만 뒤적거리는 정도였다. 하루 지난 신문지는 그냥 폐지가 되거나 다른 어딘가에 재활용되는 회색 종이였을 뿐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하철에도 다 본 신문들이 펄럭거리며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윤전기에서 뽑아내 가지런히 접힌 신문은 그렇게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읽히고 또 읽힌다. 언젠가 '무가지'라면서 광고가 절반을 차지하던 매체들도 넘쳐난 적이 있다. 출퇴근 시간이면 수많은 신문지들이 지하철을 채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제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포털을 이용해 뉴스를 접하기도 했다. 국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뉴스가 한데 모여있으니 굳이 신문을 사서 볼 필요가 있었을까? 네이버나 카카오(Daum)에 실시간 검색어가 있을 당시만 해도 실검 키워드 10개에서 벗어나지 않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었다. 뉴스며 연예, 스포츠까지 댓글도 넘쳐났다. 선플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악플부터 서로 의견 대립하는 댓글까지 댓글창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물론 이는 지금도 크게 변함이 없는 것 같다. SNS가 생긴 이후 뉴스는 더욱 많은 공간에서 소비되기도 했다. 공중파, 일간지, 포털에 이어 SNS에서도 뉴스를 접하게 된 셈인데 SNS를 통해 널리 이름을 알린 유사 언론들도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수백, 수천 개의 언론사가 존재하고 있지만 1년에 한 번 해당 매체의 사이트를 들어갈까 말까 한 정도다. 애초에 뉴스라고 하는 걸 그들이 생산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뉴스를 다른 곳에서 소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 유사매체라고 하는 걸 굳이 언급하자면, 인사이트나 위키트리 정도가 아닐까. 이는 나무위키에서도 그렇게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언론사가 많은 것 같다. 조중동이나 한겨레, 경향 등 보수와 진보 매체 이외에도 한국경제, 매일경제, 서울경제 등 경제 분야 매체와 연합뉴스, 뉴시스 같은 통신사 그리고 스포츠 매체나 연예, 인터넷 전문 매체들까지 감히 셀 수도 없을 정도이긴 하다 



출처 : kinsta.com


2024년 4월에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있었다. 통상 이러한 선거가 있는 경우에는 유독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제는 포털이 아니라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관련 뉴스를 소비하는 케이스가 정말 많아졌다. 뉴스는 기본적으로 텍스트로 이루어진 콘텐츠인데 SNS에 이어 유튜브나 틱톡 등 그 시대에 맞는 트렌드에 따라 뉴스를 제작하는 방식이나 형태도 크게 달라졌다. 이건 일부 미디어에만 해당하는 단순한 변화 수준이 아니라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국내외 미디어의 공통된 숙명 같은 것이었다. 신문에는 장황한 글이 이곳저곳을 가득 채우는 반면, SNS 생겨난 이후부터 카드뉴스라는 콘텐츠가 각광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카드뉴스는 대부분 사라졌고 동영상 콘텐츠가 텍스트 뉴스와 함께 공존하기 시작했다. 숏폼이 트렌드가 되면서 뉴스도 1분 남짓의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MZ세대가 뉴스를 찾지 않는 이유는 첫 번째 지루하기 때문, 두 번째는 분명히 쉬운 용어들이 있을 텐데 굉장히 부담스러운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 쉽게 말하면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흘, 나흘'이라던가 '십분 이해한다'라는 키워드 같은? 더구나 편향적이고 자극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이를 deep 하게 개요부터 발단, 전개 모두 알 필요도 없다. 대략적이라도 알 수 있을만한 수준이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숏폼은 꽤 적절하다. 다만 숏폼은 뉴스를 전달하기엔 깊이가 얕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끌어모으려면 쉽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간단명료하면서도 제대로 된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말이 쉽지" 하긴 그렇다. 어떤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걸 어떻게 하면 쉽고 간단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언론사는 트래픽을 먹고 산다. 트래픽은 그들의 수익이다. 흔히 말하는 MAU(월간 방문자 수)나 PV(페이지뷰)가 트래픽에 해당할 수 있다. 독자의 클릭을 유도해야 트래픽이 오르고 트래픽이 올라야 해당 매체 사이트가 품고 있는 광고 수익도 함께 오르게 된다. 이제는 동영상 콘텐츠가 그들의 주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언론사가 운영하는 채널도 다수 존재하는데 보수고 진보고 진영에 관계없이 뉴스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들도 여럿이다. 여기에 우파든 좌파든 각 진영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만들어내는 대로, 만들어지는 대로 쏟아내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동영상 콘텐츠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이 만들어지고 또 쏟아지는 중이다. 총선이나 대선은 나름 특수한 경우였을텐데 각 당을 대표하는 인물부터 특정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콘텐츠를 만들어내면 그야말로 '난립'이 된다. 그런 와중에도 굉장히 심도 깊은 채널도 있고 예리하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채널도 있다. 백화점에서 좋은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있다면 쿠팡이나 알리, 테무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할 것이다. 유사 품목이라 할지라도 퀄리티와 가격 등 가성비가 관건이기도 할 텐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가격이 저렴한 만큼 퀄리티도 떨어지는 경우들이 있다. 유튜브에도 충성도 있는 독자를 끌어모으는 고퀄리티의 채널도 적지 않지만 전문성 없이 저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채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제 뉴스는 매일 같이 찍히는 일간지나 뉴스를 모아놓은 포털이 아니라 유튜브나 틱톡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소비되고 있다. 가장 이해하기 좋고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포털이나 SNS가 뉴스 서비스를 멈춘 것도 아니다.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저가 많아졌다는 것은 다른 플랫폼에서의 엑소더스도 적지 않다는 것이겠다. 서점에 가면 여전히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전히 책 냄새를 맡으며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텍스트보다 동영상에 눈을 뜨고 습관처럼 쇼츠를 밀어 올리는 사람들이 더욱 많이 생겨나고 있다. 뉴스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느냐는 딱히 중요한 게 아니다. 신문지 1면 상단에 적인 언론사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이 시각 주요 뉴스의 헤드라인만 보는 시대인지라 누가 만들어내느냐는 것은 딱히 의미가 없다. 때로 읽고 나서 인지하는 경우들이 있긴 하다. 이제는 유저이자 독자이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소비 행태가 어떠한지를 읽어내야 한다. 당연하지만 카더라가 아니라 명확한 팩트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허위정보나 가짜뉴스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올바른 취재가 필요하겠다. 쌍팔년도만 해도 바보상자에서 흘러나오는 '땡전뉴스'가 사람들을 현혹시키기도 했지만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독자들은 수준 이상으로 똑똑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다 좋은 뉴스가 보다 편리한 플랫폼에서 가장 트렌디한 콘텐츠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자극적인 뉴스 말고 따뜻한 뉴스가 가득 채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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