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일잘러'인가요?

by Pen 잡은 루이스

나이 지긋하신 부장님 왈, 오늘도 어김없이 ‘라떼 시절 카드’를 꺼내드신다. (제발 좀 넣어두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말이 흘러나오는 중)

“라떼는 말이야. 윗사람들을 말이야. (담뱃불도 붙여주고 커피도 타주면서) 옆에서 잘 보좌해 주고 (점심 장소도, 저녁에 맛있는 술자리도 잽싸게 찾아서 미리미리 예약도 하면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었어. 요새는 참”

(조금 과장되긴 하지만) '꼰대'라는 정체의 전형적인 모습인건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윗사람 보좌에 담뱃불, 커피 심부름이라니. 그 옆에 있던 바로 아래 팀장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윗사람들 보좌라는 게 별거 없어. 그냥 사내 정치 같은 거 아니겠나.” 사내 정치는 곧 권력에 대한 아부? 이쯤 되면 정치인이 필요한 것인지, 비서진이 필요한 건지,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한 건지 도통 모르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새 이런 리더의 자리도 젊어지고 있으니 라떼 선배들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추세가 아니던가. 담배 피우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옆에서 담뱃불 붙여주는 후배는 없을지언정 필요할 때 혈압약도 챙겨주고 홍삼차도 챙겨주는 진짜 로봇 하나쯤 생길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물론 그런 로봇이 담뱃불이나 붙여주고 커피나 타주는 데만 쓰인다면 있으나 마나겠지만.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런 말을 하려던 건 아닌데.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일을 잘한다’는 기준 자체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속도가 빠른 것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얼마나 깔끔하고 정확하게 처리했느냐 역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인공지능 없이 일하는 사람보다 조금쯤은 더 효율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그렇고. '인공지능을 제대로 사용한다’는 건 단순히 키보드만 때릴 줄 안다는 뜻이 아니라 프롬프트를 얼마나 잘 던질 수 있느냐를 의미하기도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말해야 하고 필수 조건을 다듬어 덧붙이고 맥락을 설명할 줄 아는 사람. 인공지능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역량이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곧 ‘일잘러’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있다.

"인공지능 좀 다룰 줄 아나?" = "프롬프트 잘 쓸 줄 아나" 같은.

물론 전제가 있다.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프롬프트도 명확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일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인공지능만 능숙하게 쓴다고 해서 갑자기 일잘러가 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호기심을 채우는 도구로 소비될 뿐이니까. 결국 개인의 능력이 하루아침에 진화했다기보다는 일이 작동하는 인터페이스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최근까지 우리의 업무는 생성형 AI라는 굵직한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흘러왔다. 이 기술 트렌드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AI의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 하나로 묶기엔 변화의 폭이 너무 넓다. 그래, 엄청 넓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넓다. 지금의 생성형 AI를 넘어 AI 에이전트, 피지컬 AI, AGI(범용인공지능) 등등 인공지능을 둘러싼 기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나 자율주행까지 확장하면 더욱 넓어진다. 자연스럽게 업무 프로세스도 바뀌고 있다. 그러고 보면 각 팀마다 생성 AI를 쓰겠다며 법인용 요금제를 도입하는 추세가 아닌가. “부장님, 우리도 AI 쓸게요. 허락해 주세요” 그렇다. 이젠 필수 요소가 되었다. 잘 쓰는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AI를 불러낸다. 앞서 말했듯 생성형 AI에 입력해야 하는 프롬프트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일처리 속도와 결과물의 밀도'가 달라진다. 리포트 초안, 회의 요약, 자료 정리와 PT 준비, 논문 번역, 아이디어 정리까지 예전 같으면 제법 시간이 걸렸을 수많은 업무들이 이제는 몇 분 만에 형태를 갖춘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놀랍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질문을 분석해 답을 내놓는 구조다. 질문이 모호하면 결과도 엉뚱해질 수밖에 없다. 요구가 엉성하면 AI의 답도 어딘가 어긋나게 마련이다. 단 한 번의 질문으로 완벽한 결과를 얻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우리는 N번의 프롬프트를 던진다. 표현을 바꿔보기도 하고 조건을 추가해보기도 하고 역할을 지정하거나 나온 결과물을 다시 다듬어 질문 창에 넣는다. 그렇게 원하는 답에 가까워질 때까지 질문을 고친다. 결국 좋은 결과물은 ‘AI가 잘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어떤 프롬프트를 어떻게 다듬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일잘러가 됐다는 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물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긴 하다. 필요한 부분은 발췌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도 해가면서 잘 다듬는 일까지 잘 해야 '일잘러'의 자세가 아닌가. 인공지능은 도움을 주는 존재지 내가 하는 일을 100% 대체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걸 간과하지 말자.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읽어보지도 않고 결과물만 복붙 하는 일은 없기를.


당연하지만 업무라는 건 혼자 하는게 아니다. 회사 그리고 조직이라는게 구성원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것. 생성형 인공지능도 점차 하나의 구성원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프롬프트를 던진다. 어렵고 복잡한 코드를 몰라도 되고 기술을 깊이 이해하지 않아도 되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맥락을 설명하고 원하는 결과를 언어로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능숙한 프롬프트는 곧 업무 설계 능력이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주목받는 지금은 변화의 초입에 불과하다. 이제는 프롬프트에 결과물을 내놓는 수준을 넘어 결국 인간의 몫을 충분히 소화해 내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그 변화와 진화 속에서도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하지 않을까.



N번의 프롬프트를 거쳐서 만들어낸 생성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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