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 2>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시즌1보다 훨씬 확장된 스케일과 밀도 높은 연출로 진행된 것 같다. 시즌1 때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수많은 스타 셰프를 배출했다. 덕분에 이들의 음식을 맛보는 것도 더더욱 어려워지긴 했다.
전체 13개의 에피소드를 이어가면서 SNS를 연일 뜨겁게 달궜고 마침내 그 끝에 최종 우승자가 탄생했다. 이번 흑백요리사 시즌2의 파이널은 "나를 위해 만드는 음식"(곧 셰프 자신을 위한 음식)이었다. 요리사가 평생 타인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손님의 취향과 시장의 요구에 맞춰 자신에게 채찍질했던 존재라는 점에서 '나를 위해 만드는 음식'이라는 미션은 (어쩌면) 단순해 보이지만 또 어떤 면에서 굉장히 어려운 것이지 않았을까. 결국은 서바이벌을 위한 최종 미션이 아닌가. 또한 시즌1에서도 유사한 미션이 있긴 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과 나를 위해 만드는 음식은 아무래도 결의 차이가 분명했고 때문에 미묘할 수 있는 간극을 끝까지 제대로 파고들었다 말하고 싶다.
요리괴물, '이하성' 셰프는 마침내 자신의 별칭 뒤에 가려진 이름을 드러냈다. 그의 커리어를 떠올리면 이번 파이널에 내놓은 음식 역시 또렷해진다. 파인다이닝을 기반으로 한 그의 요리는 늘 재해석과 구조화의 미학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 정체성 아래 꺼내든 마지막 카드는 그의 추억을 담아낸 순댓국이었다.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릴법한 뚝배기 속의 순댓국의 모습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목욕탕에 다녀온 후 먹었다던 그 한 그릇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가 가장 잘하는 파인다이닝의 언어로 다시 번역되었다. 국과 건더기가 분리되고 텍스쳐와 향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이름은 순댓국인데 순댓국처럼 보이지 않는 파인다이닝 그 자체의 순댓국이었단 말이다. 자신의 추억을 차곡차곡 담아 기술과 미학을 거쳐 비로소 아름다운 음식으로 완성시킨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요리괴물 아니 이하성 자신만을 위한 음식이었고 그게 그의 마지막 요리가 되었다.
반면 최강록 셰프의 선택은 정반대로 움직인 듯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이전 시즌에서도 그랬지만 '조림'이라는 장르를 아주 집요할 정도로 반복했다. 극 중에도 나오지만 '연쇄조림마'(여기에 안성재 셰프는 실수로 '연쇄살인마'라고 뱉어버렸고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물론 한 사람만 웃지 못했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시간을 들여 재료를 졸이고 맛을 응축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그의 시그니처 같은 요리는 파이널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를 위한 음식에서도 조림이 필요한가?" 그렇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조림을 내려놓고 영업을 마친 식당 구석에서 외롭고 쓸쓸한 모습으로 재료를 끌어모아 육수를 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깨를 갈아 묵처럼 탱글탱글한 깨두부를 만드는데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살펴보니 이 깨두부는 일본 사찰음식 고마도후로 쇼진요리의 대표 메뉴라고 하는데 본래 차갑게 굳혀 간장과 다시, 와사비 등을 곁들인다고 한다. 재료는 단순할 수 있지만 담백함, 집중력, 절제를 상징하기도 한단다. 깨를 곱게 갈아서 천천히 저어가면서 응고시키는 방식이었으니 주어진 미션 시간 동안 이 깨두부를 만드는데 정성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그 정성과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 그렇게 완성한 깨두부를 (정말 먹어보고 싶었던) 육수 안에 퐁당 넣고 음식을 만들었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또 하나는 바로 소주였다. 그것도 빨간 뚜껑이다. (어쩌면 이게 킥) 설명도 장식도 최소한으로 남긴 채 소주 한잔으로 하루 종일 있었던 요리의 끝을 홀가분하게 마무리한다는 것.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느냐. 보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테니. 일단 두 요리는 극명하게 갈린 것 같다. 하나는 자신의 기억을 파인다이닝의 언어로 끌어올려 승부를 했고 다른 하나는 요리를 일상의 식사로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아무튼 우승자는 결정되었고 그 우승자는 3억 원이라는 상금을 거머쥐었지만 여기에 상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미션이 진행되면서 펼쳐지는 스케일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파이널에서 보여준 무언가 정돈된 느낌은 굉장히 침착하고 고요했다. 또한 두 셰프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겨루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꺼내 음식으로 표현해 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결국 타인을 위한 직업인 것은 명백하다. 그 끝에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한 그릇이 무엇인지 묻는 그 순간에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진심을 녹인 비장의 음식을 꺼내든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