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해, 에어컨을 찾아 캘리포니아를 떠나 오레곤 포틀랜드로 온 여행! 이 즉흥적인 여행이 계속될 것 같다. 북부 캘리포니아 내가 사는 산호세 지역 근처까지 산불이 번졌고, 20분 거리에 위치한 지역은 이미 대피를 했다고 한다. 우리 동네도 항시 대피 대기인 상태이다. 공기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문을 닫고 지낸다고 하는데, 이 더위에 에어컨 없는 집에서 문을 닫고 지내기란 상상도 하기 싫다. 쓰레기 차가 오는 화요일 쓰레기를 못 버리는 게 걱정이 되지만 이웃에게 부탁하기로 하고, 이 즉흥적인 여행을 즉흥적으로 일주일 연장해보기로 했다.
코로나로 인해 친구 집에서 지내기 미안해 Air bnb에서 보낸 지난 일주일이다. 체크아웃 하루 전 급하게 지낼 곳을 알아보는데, 이 팬데믹에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지 Air bnb는 꽉 차 있었다. 물론 우리가 지내고 있던 콘도(아파트)도 다음날부터 예약이 꽉 차있었다. 나도 이런 시국에 떠돌아다니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다운타운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거나, 상점 밖에서 손님을 받는 정도이고, 도시 대부분이 조용한 상태이다. 뉴스에서 보던 것과 달리 가끔 길거리나 아파트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철저히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지인의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조급한 마음으로 숙소를 구하고 있는데, 남편 회사 동료가 본인 Air bnb 가 마침 다운타운 포틀랜드에 있다고 거기서 지내라고 했다. 앗뿔싸! 얼마 전 우리 집에 초대해서 나 혼자 술에 취한 흉한 모습을 보여준 그 사람들이다. 그때가 두번째 만남이었다. 외국인들은 어떻게 술을 저렇게 정신 차리고 마실수가 있을까? 성급한 일반화 인가? 물고기 처럼 술을 들이붓는 외국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게 흔한건 아닌것같다.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두번째 만남에 내가 술에 취해 이 친구에게 아이 목욕시키고 재우고나서 술을 더 마시자며, 극구 거절하는데, 강제로 그 집 한 살 난 아들 목욕을 내가 시켰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내 추한 모습을 들켰던, 그녀가 본인 콘도에 공짜로 지내라고 했다. 다들 아등바등 월급에 맞춰 사는 월급쟁이이고, 대출을 끼고 있는 본인 사이드 비즈니스일 텐데, 공짜로 있는다는 건 내가 불편했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친구에게 돈을 받았을 것이라 더 그랬다. 남편에게 절대 Air bnb 링크를 공유하지 않아, 부끄러운 지난 기억을 뒤로하고 내가 연락을 해서 링크를 받아보려 했다. 그녀는 자신은 친구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며 더 이상 자신을 화나게 하지 말라고 했다. 결국 우리 가족은 그녀의 콘도에서 다음 일주일을 보내기로 했다. 호의를 받기로 결정하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이제야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