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그램 스피디

왜 루이비통에는 버킨백이 없을까?

by 임상덕

왜 루이비통에는 버킨백과 같은 아이콘 백이 없을까?


럭셔리 핸드백을 이야기할 때 가끔 이런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왜 에르메스(Hermès)에는 버킨백(Hermès Birkin) 같은 가방이 있지만, 루이비통(Louis Vuitton)에는 그와 같은 단일 아이콘 가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까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루이비통에는 스피디(Speedy)가 있잖아요.”

맞는 말이다. 루이비통에는 분명 스피디백이라는 매우 유명한 가방이 있다. 1930년대에 등장한 스피디백(Speedy)은 지금까지도 판매되는 루이비통의 대표 모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의 핵심은 아이콘 가방이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아이콘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image.png (제인버킨이 최초로 사용했던 오리지널 버킨백, 소더비 경매에서 140억원에 판매가 되었다.)



예를 들어 에르메스의 Birkin이나 Kelly는 가방 자체가 브랜드의 상징이 된다. 특정 모델이 곧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구조다.

반면 루이비통에서는 조금 다른 일이 일어난다.

루이비통의 가장 강력한 아이콘은 사실 가방이 아니라 패턴이다. 1896년에 등장한 모노그램 캔버스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를 식별하는 시각적 언어가 되었고, 이후 거의 모든 제품에 적용된다.

그래서 루이비통에서는 가방 디자인보다 패턴과 가방의 결합이 아이콘이 된다.

예를 들어 스피디(Speedy)라는 가방 자체보다 더 강한 이미지는

모노그램 스피디(Speedy)다.


image.png (모노그램 스피디 Speedy 30 가방은 여행용 키폴 가방을 여성용으로 축소하여 1930년대 최초 출시되었다.)



이 차이는 두 브랜드의 출발점과도 연결된다.

에르메스는 마구 공방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가죽을 다루는 장인의 기술이 브랜드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가방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오브제가 된다.

반면 루이비통은 19세기 여행 트렁크 제작자에서 출발했다. 철도와 증기선 여행이 확산되던 시대에 루이비통의 혁신은 가죽 가방이 아니라 여러 층으로 쌓을 수 있는 평평한 트렁크 구조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루이비통의 핸드백 디자인은 대부분 여행 가방에서 파생된다. 스피디백 역시 커다란 여행 가방 키폴(Keepall)의 축소판으로서 여성들을 위해서 1930년대 만들어진 모델이다.

이 차이 때문에 에르메스에서는 가방 모델이 아이콘이 되고, 루이비통에서는 패턴이 아이콘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략 덕분에 루이비통은 특정 가방 하나에 의존하지 않는 브랜드가 되었다. 모노그램이라는 패턴은 가방뿐 아니라 의류, 신발, 여행가방 등 거의 모든 제품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루이비통에는 버킨백이 없을까”라는 질문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루이비통에 버킨 같은 가방이 없는 이유는

디자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브랜드의 아이콘이 애초에 가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의 진짜 아이콘은 스피디(Speedy)가 아니라 모노그램(Monogram) 패턴일지도 모른다.


image.jpeg 루이비통은 여행과 도전을 상징하는 브랜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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