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모노그램은 왜 일본 가문 문양에서 시작됐을까?

19세기 자포니즘(Japonisme)이란?

by 임상덕

거리에서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패턴 중 하나가 있다.

갈색 바탕 위에 반복되는 LV 이니셜과 꽃 모양.

바로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모노그램 패턴이다.

이 패턴은 오늘날 럭셔리 브랜드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오히려 시작은 아주 현실적인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가짜 제품을 막을 수 있을까?”


모노그램은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디자인이었다

19세기 파리에서 여행용 트렁크를 만들던 창업자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당시 둥근 모양 덮개가 트렁크를 쌓아 올리기 불편하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마차에 실용적으로 수납하기 편리하도록 평평한 덮개를 만들었다.

근대를 알리는 산업 박람회와 함께 루이비통은 혁신적인 여행 가방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성공에는 항상 그림자가 따른다.

곧바로 모방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창업자 아들 조르주 비통(Georges Vuitton)은

새로운 해결책을 고민한다.


1896년 그는 한 가지 결정을 내린다.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패턴을 만들자.


이렇게 탄생한 것이 LV 모노그램 캔버스였다.


로고가 아니라 하나의 ‘문양’으로서 그는 이 디자인을 당시 파리 특허청에 상표 등록 하였다.

루이비통 모노그램은 단순히 로고를 반복한 패턴이 아니다.

image.png

패턴을 자세히 보면 네 가지 요소가 등장한다.


• LV 이니셜

• 잎이 네 개 있는 꽃(quatrefoil)

• 별 모양 꽃

• 다이아몬드 안 꽃


이 모티프들은 일정한 기하학적 규칙 속에서 반복된다.


이 때문에 모노그램은 단순한 그래픽이 아니라

브랜드를 식별하는 시각적 구조가 된다.


이 패턴에는 흥미로운 문화적 배경이 숨어 있다.

바로 일본에서 유럽까지 알려지게 된 가문(Kamon) 문양이다.


일본 가몬 문양

image.png (일본 전통 가문을 상징하는 가몬(Kamon)문양)



19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일본 미술과 디자인에 대한 강한 관심이 있었다.


이 현상을 자포니즘(Japonisme)이라고 부른다.


당시 많은 예술가들이 일본 미술에서 새로운 미학을 발견했다.

끌로드 모네(Claude Monet)나

빈센트 반 고호(Vincent van Gogh) 같은 화가들도

일본 목판화인 우끼요에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문화적 흐름 속에서 조르주 비통 역시 일본 디자인을 역으로 참고했다.


특히 일본의 Kamon.

가몬은 일본 가문의 상징 문양으로,

사무라이 가문이나 귀족 가문이 사용하던 일종의 가문 문장이다.


가몬 문양의 특징은 매우 단순하다.

• 기하학적인 구조

• 자연에서 온 모티프

• 반복되는 대칭 패턴

• 강한 상징성

이러한 특징은 루이비통 모노그램의 구조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image.png (일본 자포니즘은 19세기 유럽 후기 인상파에 큰 영향을 끼쳤다)



LV 모노그램은 유럽의 가문 문장 문화,

일본 가몬 문양의 상징적 디자인,

그리고 산업 시대 상표 보호 전략이 가져온 국가 정책.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서 하나의 패턴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패턴은 이후 패션 산업 전체에 영향을 주었다.

1896년에 만들어진 루이비통 모노그램은

1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패션 산업에서 이렇게 오래 살아남은 디자인은 드물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 패턴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압축한 상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 패턴은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브랜드는 로고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양으로 기억될 때 완성된다.


image.jpeg 모노그램 패턴은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살아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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