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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느림 Oct 25. 2021

나는 엄마의 웃음 뒤에 씁쓸함, 우울함을 느낀다.

자신의 생일에 자신의 생일상을 차리고, 가족을 위해 반찬을 채우시고.

나는 엄마의 웃음 뒤에 씁쓸함, 우울함을 느낀다. 그런 우리 엄마의 생신이 있어 부산을 내려갔다 왔다.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하고 싶어 하고, 늘 착하지 않지만 착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는 엄마. 그게 때로는 상대방을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모르는 우리 엄마. 사랑스러운 모습이 분명히 있는데 수용받은 적이 많이 없으셔서 문득문득 보이는 그 사랑스러움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우리 엄마. 생신 날에도 직접 미역국을 끓이시고 잡채를 하시고 본인의 날에 가족들을 위해 상을 또 차리셨다. 부추 파스타를 포기하고 또다시 엄마다운 선택을 한 우리 엄마. 나의 엄마.


나는 그런 엄마의 행복을 일평생 바라 왔는데 엄마의 행복은 어디쯤인 걸까? 그냥 문득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는 생일인데 하고 싶은 것은 없냐고. 그러니 '글쎄. 그냥 너희들 보고 같이 시간 보내는 거 말고 달리 할 게 있을까'라고 하신다. 호기심 가득한 면이 있는 엄마가 사위에게 최근 바꾼 폰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들으시고 기뻐하시며 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시더니 자신의 폰에 저장된 4-5년 전 내가 찍은 셀카 사진을 발견했는지 비밀스럽게 사위에게 보여주신다. '귀엽지? 누구게?'라며 남편에게 나의 귀여움을 공유하자는 듯 귀엽게 강요하시는 엄마. 우리 엄마. 난 왜 이런 엄마가 아프게 느껴질까? 엄마의 잔상을 느낄 때면 코 끝이 찡해질까.


자신의 생일에 자신의 생일 상을 차리고 가족들이 먹어 비워진 반찬을 채우기 위해, 과일 한 점 더 주기 위해 부엌 아일랜드에 앞치마를 두르시고 서 계시는 엄마의 잔상이 남아있다. 사실 그 잔상 또한 잊어버릴까 봐 남겨두고 싶어 쓰는 글이다.


엄마. 엄마가 무엇이든 나는 엄마를 사랑해. 소중해. 존경해. 그러니 늘 더 존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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