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일에 자신의 생일상을 차리고, 가족을 위해 반찬을 채우시고.
나는 엄마의 웃음 뒤에 씁쓸함, 우울함을 느낀다. 그런 우리 엄마의 생신이 있어 부산을 내려갔다 왔다.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하고 싶어 하고, 늘 착하지 않지만 착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는 엄마. 그게 때로는 상대방을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모르는 우리 엄마. 사랑스러운 모습이 분명히 있는데 수용받은 적이 많이 없으셔서 문득문득 보이는 그 사랑스러움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우리 엄마. 생신 날에도 직접 미역국을 끓이시고 잡채를 하시고 본인의 날에 가족들을 위해 상을 또 차리셨다. 부추 파스타를 포기하고 또다시 엄마다운 선택을 한 우리 엄마. 나의 엄마.
나는 그런 엄마의 행복을 일평생 바라 왔는데 엄마의 행복은 어디쯤인 걸까? 그냥 문득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는 생일인데 하고 싶은 것은 없냐고. 그러니 '글쎄. 그냥 너희들 보고 같이 시간 보내는 거 말고 달리 할 게 있을까'라고 하신다. 호기심 가득한 면이 있는 엄마가 사위에게 최근 바꾼 폰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들으시고 기뻐하시며 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시더니 자신의 폰에 저장된 4-5년 전 내가 찍은 셀카 사진을 발견했는지 비밀스럽게 사위에게 보여주신다. '귀엽지? 누구게?'라며 남편에게 나의 귀여움을 공유하자는 듯 귀엽게 강요하시는 엄마. 우리 엄마. 난 왜 이런 엄마가 아프게 느껴질까? 엄마의 잔상을 느낄 때면 코 끝이 찡해질까.
자신의 생일에 자신의 생일 상을 차리고 가족들이 먹어 비워진 반찬을 채우기 위해, 과일 한 점 더 주기 위해 부엌 아일랜드에 앞치마를 두르시고 서 계시는 엄마의 잔상이 남아있다. 사실 그 잔상 또한 잊어버릴까 봐 남겨두고 싶어 쓰는 글이다.
엄마. 엄마가 무엇이든 나는 엄마를 사랑해. 소중해. 존경해. 그러니 늘 더 존재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