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갖고 싶은 것은 '홧병약' 이다.
(정확한 표기는 '화병'이지만
'홧병'이 더 와닿는 느낌이라서
홧병으로 쓰려고 합니다.)
어릴 때의 나는
화가 많이 날 일 자체가 없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나는 일들이 곳곳에 있었을 것인데
특별하게 떠오르는 화났던 기억이
없는 거 보면 홧병 날 정도로
화가 났던 일들은 딱히 없었던 거 같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나의 홧병의 시작은
결혼한 후부터이다.
확실히 결혼 전에는
'화병'이라는 병명에 관심도 없었다.
결혼 후에 확실한 홧병을 얻었고,
출산 후 육아를 하며 냉탕열탕을 맛보며
나의 홧병은 확고해졌다.
아주 작은 화의 불씨였다고 해도
끄지 않으면 활활 타오르는 법
나의 마음속 홧병의 불씨가
생길락 말락 할 때,
바로 찬물을 부어줬어야 하는데
이젠 활활 타오르는 화를 식힐 길이 없어
찬물샤워를 매일 해야 할 판이다.
홧병은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에만 있었던
고전 동화 속에나 등장하는 병인줄 알았더니
젊은 사람에게도 오는 것이었다.
왜 아무도
결혼 전 나에게
홧병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을까
다들 크고 작은 홧병 하나씩은
가지고 사는데 티를 안내는 것일까?
나의 홧병 패턴을 보면
육아에서 한번 팍 왔다가
남편에게서 또 팍 왔다가
아이의 이쁜 짓 보며 풀어졌다가
자는 모습 보며 반성했다가
갑자기 한번 일터에서 살짝쿵 왔다가
다시 육아로 화가 팍 오고
그래도 가족이 최고다를(잠시)느꼈다가
또다시 남편이 팍
.
.
이런 식의 돌고 도는 패턴 속에
화가 마음속에 들어왔다 빠져나갔다
하는 중으로 보인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다혈질에 성격 이상자 같아 보이지만
사실
나는 아주 괜찮고 좋은 사람이다.
(홧병 부작용..????)
정말 홧병엔 약이 없는 것일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 보낼 때,
일 하면서 좋아하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샀을 때
등등
이런 시간들은
내 홧병의 강력한 약이 되어주지만
매일 먹을 수 있는 약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고쳐주는
홧병약이 나왔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무엇이든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는 개뿔
화가 나서 얼음물만 벌컥벌컥 마시지만
그래도
다행히 약을 하나 더 찾았다!
예쁘고도 예쁜 꽃들을 사 와서
화병에 담아두고 보며,
화병을 달래주고 있는 우아한
'오늘의 나' 라고 쓰기전에
.
.
그 (많은) 꽃들을
꽃에 전혀 감흥없는 남편의
카드로 (몰래)계산한것이 홧병에 도움이 되었다.
는 것을 알게된
오늘의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