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내가 글을 가장 잘 쓰던 때는 초등학생 때다. 줄곧 글쓰기 상을 받았고 학교 대표로 나가서도 금상을 타왔으니 말이다. 그땐 내가 남들보다 글 쓰는데 재주가 있다는 착각도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나는 글보다 광고가 좋았고, 국어보다 영어가 좋았다. 무엇보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지루한 시간을 견디는 힘이 나에겐 없었다. 어쩌다보니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학보사에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글쓰는 일에는 큰 뜻이 없었다. 괜히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며 마케팅을 탐하고, 영상편집을 배우고, 출판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다. 딱 그정도의 마음을 가지니 글쓰기 실력도 크게 늘지 않았다.
하지만 돌고돌아 나는 글로 먹고 살게 됐다. '에디터'라는 그럴싸한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이다. 회사에서도 처음부터 에디터가 주된 업무는 아니었다. TF팀으로 시작했지만 곧 본업이 됐고, 나는 매일 정보를 취합하고 글을 쓰고 인터뷰를 다니고 또 글을 썼다. 쓰기 싫은 글을 써야 하는 날도 있었지만, 직접 발로 뛰며 처음 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내 문체로 쓰여진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꽤 짜릿한 일이었다.
어쩌면 난 글을 누구보다 잘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 AI도 정보를 조합해 에디팅을 하는 시대. 부족한 나의 경쟁력을 핑계로 글쓰기를 뒷전으로 놓았다. 하지만 결국, 글쓰기는 내 숙명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느낀다.
나 역시 많은 사람들처럼 축적의 힘을 믿는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계속 쓰다보면 저절로 '글 좀 쓴다'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서야 정말 글이 잘쓰고 싶어진 나는 마냥 데이터가 쌓이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 책과 콘텐츠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하고, 일을 하며 순간순간 노하우를 발견해 내는 일. 그리고 나처럼 글이 잘써지고 싶거나 에디터로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글을 공유하고 싶다.
나는 이제 겨우 3년차 에디터다. 누군가 연차를 물으면 '주니어'라고 답하기도 한다. 하지만 에디터에게 연차는 큰 의미가 없다. 콘텐츠를 읽는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일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잘 써보이고 싶다. 단순히 잘 쓰는 사람이 아닌, 대체할 수 없는 에디터가 되는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