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이름 모를 매체의 에디터가 일하는 법

① AI가 대체할 수 없는 한 가지, 진정성

by 기차타는 삐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유명한 시의 구절이다. 그저 이름만 불러주었을 뿐인데, 꽃이 되었다는 이 문 장은 이름의 힘을 잘 보여준다.


사람에게 이름이 중요하듯 매체에도 이름은 꽤 중요하다. 어떤 매체는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데, 단순히 유명한 매체여서만은 아니다. 그 이름 뒤에는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시간, 영향력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몸담고 있는 매체는 '이름 모를' 매체다. 잘 알려지지 않을 뿐더러, 네이버 뉴스면에도 노출되지 않는다. 직접 검색을 하거나 연관 키워드가 포함되야만 우리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매체를 분명하게 소개하는 일은 취재 요청 시 내가 첫째로 해야 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이런 말을 몇 번이고 들었다.

"네, 어디요?"


혹 어렴풋이 내 말이 이해한 인터뷰이들은 이런 질문을 했다.

"블로그 같은데에 글 쓰시는 거에요?" "1인 기업인가요?"


모두 아니다. 나는 정식 매체, 즉 인터넷 언론사에서 글을 쓰고 있고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다. (나도 1인 기업으로 이만한 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슬프지만, 이름 모를 매체의 에디터는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 답변으로 거절이 오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번 더 설득해 볼 수 있으니깐. 하지만 정성스레 작성한 메일에 아무런 피드백이 없을 때, 그땐 정말 허탈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실제로 섭외율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오늘은 이 작은 노하우들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첫 번째, 섭외 메일에 "우리는 정말 당신이 궁금하고 필요로 해요"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인터뷰이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섭외하고자 하는 인터뷰이의 자료를 모조리 읽는다. 과거 진행했던 인터뷰나, 인터뷰이의 기록이 담긴 SNS, 직접 발행한 콘텐츠들을 위주로 살펴본다.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섭외 메일을 작성한다. 메일에 꼭 들어가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지

다른 인터뷰에서 다루지 않았던 시선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어떤 꼭지의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어떤 인터뷰이들은 가지고 있는 타이틀만으로도 흥미롭다. 하지만, 일반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거나 비교적 덜 알려진 인터뷰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가 정말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처음 거절 메일을 보낸 분들의 이유가 대부분 비슷하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바빠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을 것 같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이에게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걸 자연스레 꺼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에디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 흥미롭고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쌓아나가기. 이는 말그대로 매체의 이름이 아닌 콘텐츠의 힘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이다.


인터뷰를 제안할 때 나는 꼭 우리 콘텐츠 몇 건을 함께 보낸다. 잘 쓰여진 콘텐츠를 하나 고르고, 비슷한 스타일의 인터뷰를 하나 더 보낸다. 다시 말해, 더 나은 섭외를 위해서는 항상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그 콘텐츠는 “당신의 이야기도 이렇게 만들 수 있어요”라는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작은 노하우는 모두 '진정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터뷰이에게 진심이어야만 이 과정이 번거롭지 않고 재밌다고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고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에디터님이 너무 진심이다"라는 말이다.


이름 모를 매체를 믿고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는 인터뷰이에게 나는 늘 고마움을 느낀다. 그러기에 더더욱 진심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다.


'시대예보'와 '호명사회' 등 미래 예측서의 저자 송길영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내 업을 할 때 상대에게 진정성을 주지 않으면 경쟁할 수 없다"


이름 모를 매체의 에디터로서, 최대한 진심을 다해 일하자는 마음은 사실 모든 직군과 업에게 필요한 자세였던 셈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꼭 뒷받침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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