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남은 나의 호주 워홀에게

불안해 하고 있는 나에게

by 기차타는 삐삐

별나게 유난을 떨었던 워홀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미 간거 아냐? 했겠지만 아직 아니다.


퇴사하고 거의 한달동안 글을 쓰지도 책을 읽지도 않았다. 시간이 나면 책이나 실컷 읽어야지했는데 오히려 활자랑 멀어졌다. 그래서인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기까지 애를 먹었다. 일단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는 것도 문제였고, 대체 어디서부터 써내려 가야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워홀을 가기 전, 어떤 마음인지 기록해두고 싶었다.


처음 워홀을 알았던 건 스물둘. 한달짜리 영국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한참 해외에 맛을 들인 직후였다. 무작정 캐나다에 비자 신청을 넣었고 어렵지 않게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가난한 대학생은 결국 떠나진 못했다.


그때 워홀을 가지 못한 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사회에 나오곤 나서는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나만의 카드’로 남겨두었다.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에겐 워홀 이야기를 밥먹듯이 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갈 수 있으리.


작년 쯤,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서울 집 월세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달, 3년 만근을 채운 달, 그리고 서른을 세 칸 앞둔 그 때에 호주로 워홀을 가기로. 운이 좋게 마침 친구와 타이밍이 맞아 함께 떠날 수 있게 됐다.


핀터레스트.jpg 출처: 핀터레스트

어느새 출국을 앞두고 요상한 걱정들로 떨고 있는 나의 다짐은 이렇다.


내 워홀은 딱 ‘보치보치’ 였으면 좋겠다. 보치보치는 큰 성공도 없지만 큰 실패도 없는 안정된 상태로, 내가 좋아하는 일본 출판사 ‘미시마샤’의 사장님 미시마 쿠니히로의 책에 등장하는 말이다. 미시마는 보치보치가 즐거움과 재미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최적의 상태라고 말했다. 극적이지도 않고, 영화 같지도 않지만 소소하게 일상을 잘 굴리며 그 안에서 계속 재미를 만들어 간다고.


나는 워홀에 대단히 바라는 것이 없다. 물론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외국인과 프리토킹을 하고 싶어지긴 했지만, 그것에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 본질적으로 내가 워홀을 떠나는 이유는 더 많은 재미를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기 위해서고, 큰 돈을 벌거나 드라마틱한 변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브리즈번 시티 공원 잔디에 앉아 높고 맑은 하늘을 원없이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자. 그 색감에 파묻혀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해지자. 무엇보다 걱정하는 일의 8할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자.


*앞으로 저의 호주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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