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동하는아저씨 Jun 26. 2020

무식함이 브런치 작가가 되게 해 주다.

나는 일부러 글을 쓰고 있다고 소수 지인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게으른 내 성격 탓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금방 포기할 거 같아서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까. 정말 귀찮아서 쓰기 싫을 때도 허다했지만 일단 뱉은 말이 있기 때문이라도 억지로 쓴다. 쓰다 보면 어느 세 새하얀 여백에 나의 활자가 가득 채워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뿌듯함이 몰려온다.    

  

책을 한 권 출간해보겠다고 글을 쓴 지가 1년 하고 반이 지났다. 그간 <운동인의 일기장>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대략 50 군대 정도 출판사에 보냈지만, 나의 원고를 받아 주는 곳이 없다. 왜 그런지 다시 나의 글을 살펴본다. 맞춤법, 띄어쓰기, 스토리 등 아주 형편없는 쓰레기 글이라는 걸 알게 된다. 고작 글쓰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어놓곤 이 따위 글로 출판사에 보냈다니, 너무 대범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겠다. 출판사 직원들이 내 글을 보고 얼마나 시간을 허비했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쪽팔리기 까지 한다. (허접한 글 검토라도 해주신 출판사 직원들에게 감사에 인사를 전합니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나의 무모한 도전이 결코 헛되지 않게 꾸준히 글을 써내려 간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읽히는 글을 써 나갈 수 있을까, 피드백이 필요했다. 여러 방면으로 정보를 얻은 결과, 다양한 노하우들이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필요로 한 것이 ‘일단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읽고 쓰기를 반복하며 언젠가는 책을 낼 것이라는 막연한 목표를 가지고 글을 써 내려간다.     

  

책과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생소한 플랫폼 하나를 알게 되었다. 뜨든! 그것은~ ‘브런치’였다. 돈을 들이지 않아도 따끈따끈한 최신 글들을 읽을 수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여기면 나의 글도 세상에 알릴 수 있겠구나’라는 기쁨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상 쉬운 게 없다. 브런치는 다른 플랫폼과는 다르게 아무나 글을 발행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작가 신청을 해서 합격을 받아야지만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이었다. ‘쳇, 에라 모르겠다. 여태 써놓은 글도 있고 뭐 한번 해보지’라며 다시 나의 무식함이 용기가 되어 작가 신청하기를 누르고, 이미 써 놓은 글을 심사에 올렸다.    

  

이틀 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합격 메일을 받았다. 이게 무슨 횡제인가. 한 참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글이 나쁘지 않단 말인가 진심? 진짜? 두 눈을 비비고 (비비고 하니 비비고 만두가 먹고 싶냐. 헤헤) 다시 한 글자씩 천천히 읽어본다. 도대체 어떠한 기준으로 나를 뽑은 건가 의아해했지만, 이미 나의 두 어깨는 어쩔 줄 몰라 으쓱으쓱 거리고 있다.     

  



정식 작가는 아니지만 브런치에선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준다. 작가님이라는 말에 또 한 번 동기부여를 얻어 책 한 권을 내어 보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며 열심히 글을 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결코 나쁜 말은 아닌 거 같다.)    


2020년 6월 10일.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6일 차에 접어들었다.

우선 나의 글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 해 준 브런치 팀에게 감사에 인사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23명의 구독자분들 또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여러분들에게 좋은 글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꾸준한 글쓰기 활동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