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대처법

강력한 슬픔은 결국 시간뿐이다

by 다정한 지혜로움


불꽃같던 사랑이 끝나고 맞이 하는 이별은 언제나 저의 주도로 이루어졌습니다.
결단이 필요한 일이고 사랑은 끝나기 마련이니.
칼을 들어 댕강. 인연의 끈을 끊어 버리곤 했습니다.

언제든 다른 누군가와 연애감정이야 다시 이을수 있으니까요.
물론 슬프기는 했어요. 미안하기도 했고.
다시 만날 수 있을 수도 있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칼로 베어낸 자국도 사랑했던 기억도 인연이 있던 자리도 희미해지고. 결국 새살이 올라와 아예 지워져버리기도 하더라고요.

이별을 겪을수록 이별에 자신이 생겼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아픔 정도려니 생각했고 이별에 아파하는 주변인들에게 다 지워지니 지금의 감정은 이겨내라고 잔인하게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별에 너무 교만했나 봐요.

평생 잊지 못할 이별을 만날 줄 몰랐죠.

이별은 영원할 것 같던 생살을 찢고 곧 아물 것 같던 상처에 모래를 뿌리고 영원히 덧나버렸습니다.

오늘은. 아빠의 기일입니다.
2019년 10월 29일 밤 10시경 아빠는 마지막 인사도 없이 다른 세계로 가셨어요.
도착했을 때 이미 식어버린 아빠의 손등에 다섯 살 딸아이가 아끼던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아이가 건넨 인사 '하늘나라에서 만나요'

매년 오늘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별 기념일인 셈이죠 아빠의 생애 마지막 날.

이제야 진짜를 만나서 저는 이별을 대차게 겪어내고 있습니다. 고작 첫 번째 이별 기념일이어서 그런가요


저에게 '잃음'이라는 취약성이 추가되었습니다.
일 년 전 오늘을 겪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던 잃음의 아픔을요

딸은 일 년 전 오늘을 기억합니다. 정확히는 딸아이 입장에서 엄마의 슬픔이죠. 가끔 이야기합니다.
'엄마는 그때 많이 슬펐잖아. 할아버지 천국 가실 때 '

저도 어릴 적 외할아버지 돌아가시던 날이 기억이 나요.

얼굴이, 코가 빨개지도록 운 엄마의 얼굴을요.

제 딸도 그날을 기억하겠죠


그날, 슬픔을 토해내지 않고는 숨을 쉴 수 없던 그때
입관식을 하러 내려 가는 그 계단은 영원한 이별을 향해가는 것 같아 한발 한발 숨통을 죄어 왔습니다.
울다 지쳐 주저앉기를 여러 번.
그 아픔이. 그 기억이 잔인하게도 선명하게도 남아
지난 일 년. 녹록치 않았습니다.

요즘 가드닝에 열을 올리는 저를 보고 컬러 테라피를 하는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초록은 균형이라고 제가 내적으로 균형감을 찾으려고 안 하던 가드닝을 하는 거라고요.
부쩍 주변에 초록을 두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저는 오늘을 맞이 하겠지요.
얼마나 무뎌졌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덜 아프겠거니 기대하고 있습니다.

'잃음'을 경험한 모두에게 동질감이라는 위로를 전합니다.
당신만큼 저도 아팠고 아픕니다. 당신의 아픔을 이해해요.
우리의 이별을 함께 이겨내요.


#이별대처법 #이별이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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