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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우주와의 소통- 연애의 태도

다시 말해 당신은 외계인을 만나고 있다.

외계인들이 우리에게 왔다.

말과 소리가 다른 말 그대로 외계의 또 다른 생명의 존재에게로 부터 우리는 우리를 지켜야만 한다.

언어학자인 루이스는 외계의 언어를 해석하기 시작한다.

영화 컨택트의 내용이다.


원제목은 ARRIVAL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내 소통의 태도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연애는 외계에 있는 외계인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나와 몇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는 건

그 사람만의 언어를 배워야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상대가 나 없이 살아온 몇십 년 동안 겪었던 상황, 아픔, 기쁨, 슬픔 등.

우리는 알지 못하는 외계의 삶을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다 알 수 있는 걸까.

상대는 다 표현할 수 나 있을까?


얼마 전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보니

그런 나쁜 놈 또 없더라.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그녀가 벌어진 사건을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진리'이다.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만큼 관점은 존재한다.

관점은 서로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일치하지 않는 다고 해서 누군가가 틀린 건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점에서 다시 상황을 본다면 아마 해석이 조금은 달라지리라.



소통을 위해서 우리는 각자에게 맞는 접근을 하게 된다. 상황이든 사람에게든

우리는 다른 얼굴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방법으로 상대에게 접근한다.

 

상대가 나와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해도

우리는 상대의 표현을 100% 이해할 수 없다.

맛있는 음식을 대단한 표현으로 설명한다 해도 누군가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것과 같다.

관계에서, 그리고 연애에서 우리의 소통의 태도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은 여기 있다.


먼저 나의 준비가 필요하다.

상대에게 마음을 열어 나를 보여줄 준비가 되었는지. 상대의 그대로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 말이다.

나의 삶을 나의 인생을 최대한 표현해 상대에게 나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진지한 만남과 소통을 위한 태도의 1순위다.


나를 열어 보이지 않고는 상대는 나를 절대 알 수 없다.

그리고 무장해제된 나를 보아야 상대도 스스로를 열수 있다.

관계에서 밀고 당기기는 상대와의 신뢰가 형성된 후에 진행되야하는 고차원적 스킬이다.

상대가 날 민다고 날 덜 사랑하는 것도 당긴다고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스킬에 지나지 않는다.

연애는 스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나를 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연습이 필요하다.


두 번째 태도는

상대방의 표현, 언어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나의 언어와 표현을 이해시키는 것

이러한 노력들은 연애라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쩌면 너무나 어려운 과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야 한다.

상대와 어떠한 사랑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행과정이 중요하다. 어떠한 과정을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공상은 지금 버린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공통분모에서부터 시작한다.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경청하며 공통분모를 찾아 서로 이해하다 보면 가장 이해하기 어렵던 부분도

맞춰져 가는 태도를 연습하게 된다.

역시나 쉽진 않겠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소통의 근육을 만든다. 면역력을 키운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선택의 용기.

과거로 상대를 재단하지 않고 미래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 지금 현재

상대를 사랑으로 받아 드릴 용기.

그리고 사랑할 용기, 상처받을 용기

용감하게 사랑하라.

외계로의 여행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라.

설렘과 두려움을 담대하게 마주 보라.


열린 마음은 무기다. 상대를 무장해제시킬 무기 말이다.  

당신이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당신이 상대를 이해시키려는 노력


그리고 이 과정은 아름답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랑 다툼이 있었다.

남편의 이상한 논리에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냥 대충 넘기고 싶었다.

나는 남편과의 불편한 자리에 오래 있는 게 어려웠다.

일어나서 그만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나는 나에게 제일 어려운 걸 선택하기로 했다.

그대로 앉아서 차분히 그를 설득하는 거였다.


그런데 그가 물었다. 왜 내가 계속 같은 말을 하면서 물. 고. 늘. 어. 지. 는. 지 말이다.


아.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생각이 존재할 수 있음을 내가 잠시 까먹었구나.

"음,  사실 나는 지금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요, 피곤하고 그만 말하고 싶어요

그냥 이 자리를 뜨는 건 나에게 너무나 쉬워요 하지만 저는 당신을 이해하고 싶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지금 당신과 이야기하는 거예요

지금 내생 각과 당신의 생각이 매우 다름을 깨달았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군요

누군가가 틀린 것도 옳은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걸 선택하는 게 어때요? "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나의 이성적인 대처(지극히 나의 관점에서 말이다)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내가 다혈질이라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ㅎㅎㅎ


사실 매 순간 남편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내는 게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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