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대화 그릇을 빚는 일상 02
가족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멈춘 지 꽤 됐다. 약 2년이 넘은 듯하다. 가족 대화는 이젠 우리 가정 일상의 한 조각을 이뤘다. 1주일에 약 3~4번 정도 거실에 모여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는지, 각자 5분 정도 나눈다. 가족 대화의 일상을 2021년에는 참 성실하게 기록했는데, 글쓰기 슬럼프가 찾아온 후 2년을 푹 쉬었다.
오늘은 2년 전에 쓴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입니다" 시리즈를 다시 읽어 보았다. 순간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왈칵 밀려들었다. 그런 기록이 있기에 소소한 가족 대화의 삶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기록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니 눈 앞이 깜깜해졌다. 필력의 좋고 나쁨을 떠나 기록 자체가 가진 힘은 세다. 최근 겪은 글쓰기 슬럼프는 내 글쓰기 실력에 대해 받은 피드백 때문이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충분히 흔들릴 만큼 흔들렸다. 2년 동안 브런치를 비롯해 다른 어느 곳에도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글쓰기 실력이 내가 아는, 나보다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보다 낮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년 전에 깨닫지 못한 것은 글을 쓰는 이유였다. 2년 동안 글을 쓰지 않으니 그간 함께 나눈 가족 대화 이야기나 가족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나만의 감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제부터 내가 가족 대화 그릇을 빚는 일상을 기록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그저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나누면서 겪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나라와 민족, 조직과 단체의 역사가 있듯, 가족과 개인의 역사도 소중하다. 이제는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을 짧든 길든 그냥 쓸 것이다. 글은 좀 못 쓸 수 있지만 글은 계속 쓸 것이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단 한 줄이라도. 이것이 내가 오늘 결정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