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쓰기가 두렵다.
경추 디스크 환자,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경추 디스크가 터진 걸 안 지 약 8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2023년 12월 말에 MRI를 찍고서야 왼팔로 뻗치는 통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경추 5,6번 디스크가 터져 염증 물질이 팔로 내려가는 신경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약 5개월 정도, 2024년 5월 말까지 정말 기기묘묘한 통증이 왼팔 전체에 흘렀다. 마치 쇠꼬챙이로 팔 곳곳을 쑤시고 뜯기는 통증이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부터 글쓰기 슬럼프를 겪고 있었는데, 노트북 앞에 앉기도 두려울 정도 통증을 찾아오니 단 한 문장도 쓰기가 힘들었다. 그간 노트북, 스마트폰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장시간 머무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추 디스크를 찢는 잘못된 자세와 운동도 곁들었으니 추간판 디스크 파열이 가속화된 것이다.
다행히 올 6월 중순부터 디스크 통증이 경감되었다. 7월 말에 찾아온 여름방학에는 디스크에 좋은 자세와 내 몸에 적절한 걷기 운동을 병행하니 한결 더 통증이 잦아들었다. 개학한 지 이제 2주가 되었다. 개학 초에는 몸이 좀 불편했는데 2학기 생활에 적응이 되니 디스크 통증이 처음으로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여전히 목 디스크 건강 긴장을 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고개를 숙이는 자세 조심하기, 고정된 자세로 계속 있지 앉기, 신전 동작 자주 하기 등 약 8개월간 이어온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브런치 글도 약 8개월 만에 쓰게 된 것이다. 이런 통증 없는 일상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목부터 왼팔까지 흐르는 고통스러운 통증은 그렇게 평범한 모든 일상을 멈추게 했다. 1개월 전에 어느 병원에서 다시 MRI 촬영을 했다. 터진 디스크 모양이 조금이라도 아물었는지 궁금했다. 촬영 결과는 작년 12월 말과 비슷했다. 여전히 터진 디스크가 목 아래로 내려가는 신경을 많이 누르고 있는 상태였다. 자동차 추돌 사고 때 중추 신경에 위험한 영향을 줄 수 있을 수 있다는 경고도 들었다.
끔찍한 방사통이 몇 개월간 계속되니 사람 만나는 걸 피하게 되고, 우울한 마음도 이어졌다. 통증이 거의 사라지고 나니, 약 8~9개월 멈춘 글쓰기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매일 폰에 뜨는 다른 분들의 브런치 글 소식을 받으면 조금 자극이 됐으나 어찌할 수 없이 좋지 못한 몸 상태, 마음 상태로는 언감생심이었다. 또한 약 1년 이상 글쓰기를 포기한 상황인데 지금 쓰는 글 한 편이 무슨 의미일지,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회의적인 마음만 가득했다.
그런데 오늘 밤은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 순간이었다. 조금이라도 내 몸과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혹시 이런 게 글 쓰는 동기일까?
8개월간의 경추 디스크 환자 일상, 가족대화 글쓰기 이후 약 1~2년을 멈춘 삶, 모든 게 글 한 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글 한 줄, 한 문단의 의미와 가치를 도저히 찾기 힘들었다. 오늘은 그런 무너진 글쓰기 일상에서 정말 한 줄기 빛을 찾은 느낌이 든다. 내일이면 사그라들 것 같지만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문장과 문장을 연이어 만든 게 신기하다. 오늘 밤 자고 나면 내일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