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을 조금 더 수용하게 되었다

나는 Adhd와 조울증 환자였다

by 이홍시


그동안 몰랐었는데, 나는 비전형적 adhd환자이자 조울증 환자였다.


하지만 난 9년 간의 병원생활에서, 그리고 몇달간의 심리상담에서 단순히 만성 우울로만 진단받고 치료받고 있었다. 나의 케이스가 애매하기 때문이라 했다.


먼저 adhd로 말하자면 일관되고 논리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adhd 특성과 달리 나는 말을 직업으로 삼는 강사였으며, 보통의 adhd는 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한 것과 달리 나는 전두엽은 균형잡힌 수준이었지만 측두엽과 후두엽의 수준이 처참했다.


문제해결 능력도 일반인과 비슷해서, 남들이 보기엔 그저 덜렁거리고 주의가 깊지 못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스트레스였던 미루기는, 우울증의 무기력증과도 비슷했다. 만성우울은 일견 adhd의 많은 증상과 엇비슷한 증상을 보이기에 의사 선생님은 내가 착각하는 거라고 생각하셨다.


다른 adhd 전문 병원 선생님도 일반 급여검사 3종을 하시고는 내 스스로 느끼는 것 외에 문제해결 능력이 다 정상범위에 들어간다며 일축하셨다. 집중력과 인지능력이 각각 20퍼, 10퍼 미만인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선 별 말씀이 없으셨고, 결국 난 타지에 가서 추천받은 병원에 가 비급여 3d 뇌검사를 받고 결과를 확정받았다.


또 조울증 같은 경우, 나의 조증은 아주 심하진 않았다. 인터넷에서 말하는 활기차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처럼 자신감 있게 일을 벌리고, 실행력이 좋아지고, 평소보다 조금 더 장비구매를 하는 정도였지, 그걸로 인해 가계에 타격을 입거나 하진 않았다. 그래서 나와 의사선생님은 이게 우울증이 나아지는 증거라고 믿었다.


다만 이어서 울증이 오면, 조증일 때 벌인 일들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는 것의 반복이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서도 나와 같은 성향이 있을런지 모르지만,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고 내 자신에게 무척 가혹하다. 그래서 울증이 오면 생명이 위험한 때가 많았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런 나를 객관적인 수치로 알고 나서 adhd인지치료 책을 읽어가며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

내가 이상하고 게으르며 나태해빠진 게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냥 환자였다는 걸.


약을 먹고 구체적으로 실행을 하며, 더이상 미루지 않고 하나하나 이루어지는 모습에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고 기분이 낯설다.


지금의 의사선생님께서는 adhd란 뇌가 여러 이유로 성장을 미처 못 한 거라 하셨다. 약을 꾸준히 먹으면 뇌가 성장해나갈 것이라 하셨다.


그래서일까, 약을 먹고 실행력이 올라가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긴 탓일까, 나는 드디어 이전의 날 따뜻한 눈으로 보게 되었다.


Adhd의 특징인 미루기를 할 때에도 난 부지런히 생산적이었다. 그래서 난 미룬 적이 많지만, 온갖 재주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난 내가 너무 감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지만, 그 감정을 이용해 과장된 감정인 뮤지컬 노래 연기를 많이 늘렸다. 이제는 이 절제된 감정을 이용해 연기를 하고 싶다. 연기를 통해 내 감정을 어르고 달래고 이끌고 보채며 다루어 내어서, 일상생활에서도 내 감정을 다루는데 익숙해지고 싶다.


난 이전까지 나를 많이많이 미워하고 싫어했었다.

게으르고 미루고 도망치고 기분파인 나.


하지만 지금은 나에 대한 정의를 다시 쓰고 싶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내가 좋다.

나는 창의적이고 부지런하고, 내 가진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해온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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